휴가갔다오고 싶다고 했는데 까였다. '지난 겨울에 갔다왔지 않느냐'가 이유였다. 말문이 막혔다.
직장인은 주말에 출근하면 돈을 더 주던가, 아니면 휴가라도 쌓이는데 여기는 그런 것도 없다. 대학원생은 대학생과 직장인 사이에 애매하게 끼어있다. 대학생처럼 공부하지만, 대학생은 아니다. 직장인처럼 방학없이 매일 출퇴근하지만, 직장인은 아니다. 뭐 방학없는건 이해한다만, 6주연속 토요일 일요일 없이 나왔었는데 고생한다는 말도 없고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실이, 너무 정떨어진다. 애초에 나라에서도 대학원생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제도적으로 대학원생을 받쳐주는 것도 없으니 내가 뭐라 말할 수도 없다.
고생인거 알고 네가 선택한 길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딱히 반박하지 못 하겠다. 맞는 말이다. 학문의 길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고, 대학원의 현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변명하자면, 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생명과학 전공으로 학사보다는 석사 학위를 가지는게 유리하며, 취업전선에 뛰어들기가 두려웠다. 그래서 대학원을 소위 말하는 '안전빵'으로 선택하였고, 취업 걱정도 학위를 따기 전까지 미룰 수 있었다. 일종의 도피처?같은 느낌으로 진학을 한 것 같다. 그렇다고 대학원에 아예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내용을 배우는 것이 분명 재밌었다. 그렇게 도망치듯이 대학원을 진학하면서도 '난 공부하는 거 좋아하잖아! 석사도 따고 공부도 하고 개꿀아니냐?' 이러면서 진학한 것 같다...허허
하지만 돌이켜보면 공부를 좋아했던게 아니라, 지적 허영심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가서 대학원생이라고, 뇌과학 공부한다고 하면 좀 '있어'보인다고 생각했다(부끄...). 만약 내가 정말 공부하는 것이 좋았다면, 제도적 불합리는 나의 지적 호기심으로 덮어 버리고, 매일같이 주말에 나와 실험하고, 책대신 매일 논문을 읽으며 생활하지 않았을까?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겠다.
휴가 반려되고 느낀 감정과 생각을 적었습니다. 처음엔 멘탈 가출 했었는데 지금은 다시 붙잡아 왔습니다. 부끄럽네요.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