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인터넷을 보니 한글은 사실 세종대왕의 딸인 정의공주가 만들었다는 주장이 보이더군요. 초창기 인터넷에서 이모티콘이 퍼지고 한글파괴가 일어나면서 세종대왕이 통곡할거란 얘기가 많았었는데 이런 설이야말로 세종대왕이 통곡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안그래도 한글을 집현전 학자들이 만들었다는 설이 퍼진것만해도 통곡할일인데 이제는 딸이 만든걸 가져갔다는 말까지 나왔으니....그런데 이런 주장이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하더군요. 한글 창제의 협력자는 의견이 분분해도 세종대왕이 주도적으로 만들었다는것은 명확하고 다른 문자를 보고 만들었다는 다소 비하적인 설도 훈민정음 해례본이 나와 창제원리까지 밝혀져서 대부분 의미를 잃었는데 이제와서 또 이런 말이 나오는게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그래서 왜 이런주장이 나왔는지 좀 찾아봤습니다.
주장의 근본 원인은 죽산안씨대동보라는 족보가 처음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우선 출처가 족보라는데서 시작부터 이걸 믿을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족보도 자료로 인정해야한다는 말도 있고 심지어 국립국어원에 관련된곳에도 그런게 실려있는데 족보를 자료로 활용할 때도 있는건 맞지만 어디까지나 다른 자료가 있을때 보충 자료로나 사용하지 족보에만 있는 주장을 믿는 경우는 보기힘듭니다. 당장 족보가 쓰인 조선시대에서도 위와 같은 업적에 내용에 대한 족보 조작이 존재했으며 조선말에 가면 혼란속에 수많은 위조 족보가 만들어졌죠. 심지어 죽산안씨대동보는 조선시대도 아니고 1976년에 만들어진 족보입니다. 이걸보고 믿으라는게 무리죠....죽산안씨대동보로 검색만해봐도 정의공주와는 상관없는 내용으로 죽산안씨대동보가 진위여부를 문제삼는 논쟁글이 보일정도입니다.
게다가 족보의 기록에서도 허구성이 보이는데요 조선시대에서는 노비를 수백명이나 하사하지 않앗습니다. 개국공신조차 노비 100명이 안되는 수십명의 노비를 하사받았는데 수백명의 노비를 하사할리도 없고 했다고 한다면 조선왕조실록에 기록이 되었을겁니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서 정의공주에게 노비를 내린 기록은 단종때의 일이며 그것도 20명의 노비를 하사했다고 나와있습니다. 수백명의 노비를 하사했다는건 믿을 수 없는 과장인것이죠. 조선왕조실록이 나온김에 실록에서 정의공주의 기록을 보면 특이할만한건 역산에 능해서 세종대왕이 사랑했다고하는것과 양모가 죽었을때 세종대왕이 특별히 상복을 입지않게 명을 내린 정도입니다. 세종대왕이 총애했을지언정 족보와 같은 내용은 찾아보기 힘든것이죠. 많이 감안해줘서 과장했을뿐이지 한글 창제에 기여한 사실 자체는 있다고 쳐도 내용상으로는 정말 기여했다정도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세종의 아들인 문종, 세조등이 기여를 한 기록이 있어 창제과정에서 세종의 자식들이 보조했다는 의견이 있는만큼 정의공주 역시 보조했을 가능성은 있는것이죠.
그렇다면 단순히 보조했다는 내용이 어떻게 정의공주 창제설까지 변했을까요? 물론 인터넷에서 밑도끝도없는 조작이 일어나는건 자주 있는일이고 몇번 그런 포스팅을 하기도 했죠. 하지만 포스팅에 전부 링크하지 못한 기나긴 댓글속에서 기록에도 없는 주장이 있는것에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세종대왕은 문자를 만들었고, 정의공주는 문장을 완성했다"라는 그럴듯한 문장이 있지만 출처가 불분명합니다. 그래서 저 문장을 검색해본결과 위 이미지의 소설이 나오더군요.....소설입니다 근거가 소설이에요....참 뭐라하기 힘든 기분이 느껴지는 가운데 검색하다가 걸려나온것중엔 여성가족부 공식블로그란것도 걸려나오더군요. 정의공주가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말라고 부탁했다는 소설의 내용이 사실처럼 쓰여있는걸보니 참....서평을보면 소설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이들이 정의공주 창제설을 만드는데 기여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대로 정의공주의 기록은 별로 없기 때문에 대장금처럼 대부분의 내용이 작가의 창작으로 이루어져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가림토같은 신대문자 비슷한 허구의 내용이 들어가있는거보면 저자도 진심으로 믿는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요....
인터넷상의 소문만이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밀어주는곳이 있어보입니다. 정의공주로 기사를 검색하면 유난히 도봉구가 많이 나오는데요 정의공주의 묘가 도봉구에 있기 때문에 이점을 살리기위해 밀어주는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현상은 특별한 일이 아닌데요 대표적으로 평택시가 원균을 이렇게 밀어주고있죠. 그들에게 진위는 중요한건 아니고 화제성으로 사람을 모으면 그만이니....요새는 원균이 좋게 나오는 드라마도 있으니 이러다가 정의공주 드라마도 나오는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그런 일이 생기면 인터넷이 아주 난장판이 되겠죠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