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신박하다란 말의 어원을 살펴보는 기사를 보았는데 신박하다의 유래를 알고있는 입장에선 뭐라 말하기 힘든 내용이 써져있더군요. 좀 더 찾아보니 어원에 대해 궁금한 글들이 이전부터 꽤 많았었구요. 이런내용을 보니 문득 예전에 썼던 국립국어원의 일방적인 닭도리탕 일본어설에 대한 포스팅이 떠올랐습니다. 이 포스팅에선 왜 국립국어원이 버티는지 알 수 없다고 썼었는데요 저 기사를 읽어보니 조금은 알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점이냐면 어원에 대해 생각할때 일단 한자부터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비단 신박하다만이 아니라 이상한 재야학자들이 어원추정할때도 항상 한자에서 생각하는 일이 많습니다. 닭도리탕 일본어설도 이 영향하에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이 주장하는 일본어의 토리 역시 한자인 鳥자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이점을 보면 국어학자들은 단어의 변형에 일정한 규칙이 있고 이걸 중심으로 생각하기에 닭도리탕을 일본어로 생각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신박하다의 유래를 생각해보면 그런 논리적인 설명이 힘듭니다. 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신박하다란 말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초기 성기사에서 유래했습니다. 성기사->성바퀴->성박휘의 변화를 거쳤는데요 역순으로 돌아가서 바퀴가 왜 박휘가 되었냐면 성기사의 지휘의 문장이란 기술 때문입니다. 이 기술은 일반공격시 일정확률로 추가 데미지를 입히는 기술인데 여기에 일반기술 크리확률+발동한 지휘의 문장의 크리확률까지 겹치면 당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가장 강력한 한방데미지를 줄 수 있었기에 지휘크리란 이름으로 명성을 떨쳤고 이 이름이 바퀴와 합쳐져 박휘가 됩니다. 그렇다면 왜 성기사는 바퀴벌레가 되었느냐? 이것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 먼저 성기사는 판금까지 입는 직업이었는데 시스템상 판금직업은 다른 모든 유형의 방어구를 착용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다른 판금직업인 전사와 다르게 성기사는 힐러도 가능해서 지능이 붙은 장비까지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당시 존재하는 대부분의 템의 권리를 주장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템이라도 처먹는다는 점이 바퀴벌레와 연관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보다 더 큰 이유로 PVP에서 바퀴벌레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었는데 무적급의 기술이 4개나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모든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신의 축복은 1시간의 쿨타임이었지만 다른 3개의 기술은 5분의 쿨타임을 가졌습니다. 공격을 못하지만 10초 정도 물리 데미지 면역을 주는 보호의 축복, 마찬가지로 공격을 못하지만 10초 정도 무적이 되는 신의 가호, 마지막으로 10초정도 무적인 주제에 공격조차 가능한 천상의 보호막까지 가지고 있는 성기사를 죽이는건 매우 어려웠습니다.
특히 천상의 보호막이 문제되었는데 이 상태에서 공격이 가능했기 때문에 앞서말한 지휘크리가 터져 무적인 상대에게 한방에 뻗어버리는건 물론이고 이상태에서 자신의 귀환지로 돌아가는 귀환석을 사용하면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시전이 완료되었기 때문에 적진영에 난입해서 깽판친다음에 자신은 유유히 귀환하는 일이 가능했습니다. 당시엔 얼라이언스 진영만 성기사 진영이 가능했기에 호드 유저들은 성기사에 악감정이 늘어났고 결국 호드가 많던 디시인사이드 와우 갤러리를 중심으로 바퀴벌레란 별칭이 붙어버립니다. 이렇게 성기사가 성박휘가 되면서 성기사의 3개의 전문화인 신기(신성 성기사),보기(보호),징기(징벌) 모두 신박,보박,징박으로 변해버립니다. 한편 이는 성기사를 모욕하는 멸칭이었기 때문에 디시인사이드가 아닌 다른쪽에선 잘 사용하지 않았으며 이때문에 첩자를 가려낸단 용도로 와우 갤러리 유저들은 일반적으로 쓰는 신기와 보기도 무조건 신박과 보박으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신박하다가 탄생됩니다. 다른 말중에 신박이 가장 뜬건 신기하다라는 자주 쓰는 말과 게임 내에서 신성 성기사가 많았기 때문으로 생각되는데 이 말이 탄생한시기와 인터넷에 퍼져나가던 시기가 좀 차이나는걸 생각해보면 재발굴이라고 볼수도 있겠습니다.
신박하다의 변화가 이처럼 논리와는 동떨어져있는것처럼 인터넷 유행어중엔 이런 성질을 지닌 단어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단어가 조작의 의미로 쓰이는 주작인데요 국어사전에도 같은 의미가 있지만 이 단어가 조작의 의미로 퍼진데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였던 마재윤의 방송 때문입니다. 이 방송에서 조작이 금지어가 되면서 시청자들은 금지어를 피하기 위해 상상의 생물인 주작을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이 행동이 유행이되면서 현재의 주작이 퍼지게됩니다.
이렇게 단어가 마음대로 변형될 수 있음을보면 역시 닭도리탕이 한국어 도리다,도려내다등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더 높아보입니다. 특히 그때의 포스팅에도 언급했었지만 닭도리탕과 비슷한 단어를 가진 닭을 갈라 만드는 요리 도리탕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이 요리에 대해 닭도리탕과 비슷하다 아니다란 상반된 의견이 존재하지만 아니더라도 어느정도의 유사함이 있다면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위에 올린 황혼파괴자와 지옥의 불길이 그런 경우인데 황혼파괴자란 카드의 별명은 옆에있는 지옥의 불길을 줄인 지불과 용이 합쳐져 지불용이라고 불리웁니다. 하지만 실제로 둘의 효과는 조금 다른데 황혼파괴자는 하수인에게만 데미지를 주고 지옥의 불길은 모두에게 데미지를 줍니다. 엄밀히말하자면 다르지만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면 논리적으론 틀려도 단어가 연결될 수 있는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