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어떤 소금이라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국내에 천일염 홍보를 보면 전통을 강조하거나 더 나아가서 1000년, 2000년처럼 시간까지 붙여가며 광고하고 있습니다. 천일염이 그렇게 오래된 전통이라면 역사서에도 기록되어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쉽게 찾을 수 있고 공신력도 있는 조선왕조실록을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천일염의 기록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하나 나온것도 전혀 상관없는 기록이죠. 왜일까요? 당연하게도 천일염이 전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최초로 생긴 천일염을 위한 염전은 1907년이 되어서야 만들어졌습니다. 1907년에서 눈치채신분들도 있겠지만 천일염이 도입된것도 한국인들의 생각이 아니라 일본제국에 의해서 도입되었습니다. 당시 조선에 설치된 조선통감부에서 염업을 하기 위해 대만에서 배워온 천일염 방식을 조선에 도입한거죠. 지역신문인 기호일보에 의하면 주안역이 생긴 이유가 아예 소금운송을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구하기 쉬운 소금이지만 근대시절까지만해도 구하기 어려웠던 필수품이었기에 그럴만합니다. 어쨌든 일본에 의해 도입된 천일염을 당시 사람들은 왜염이라고 비하하였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도입되었던데다가 지금도 쓴맛때문에 간수를 빼는것처럼 맛도 별로였기때문에 그랬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진짜 전통 소금은 무엇일까요?
예전에는 자염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진짜 전통인만큼 조선왕조실록에서도 기록이 나오네요. 자염의 방식은 갯벌등에서 바닷물을 농축시켜 보통의 바닷물보다 염도가 높은 소금물을 만든 다음에 그걸 끓여서 소금을 얻는 방식이었다고합니다. 그렇다면 자염은 왜 천일염에 밀렸을까요? 가격 경쟁력에서 밀렸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소금이 귀했던것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방식으로 소금을 얻기는 천일염보다 힘들었습니다. 바닷물을 농축하는것도 힘들었지만 농도가 올라간 소금물은 끓는점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 물을 끓여 소금을 얻는 과정에서 많은 연료가 필요하게 됩니다. 하지만 근대 이전에 연료라고는 나무밖에 없었죠. 하지만 과거에 민둥산이 많았던것처럼 나무란게 필요하다고 쉽게 구할 수 있는게 아니었기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근처에서 나무를 구하지못해 멀리서 힘들게 가져오기도 했으며 조정에서 이런 문제로 회의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소금을 만드는건 힘든 일이라 소금을 만드는 사람인 염간은 양인이었지만 천시되어 노비와 같은 취급을 받았습니다. 세종 28년 4월 29일 병인 1번째기사를 보면 사람들이 한번 염간일을하면 평생 염간을 할까봐 두려워했다는데서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결국 진짜 전통방식인 자염이 너무 비용이 많이드는 방식이었기에 비용이 저렴하고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던 싸구려 천일염이 그 자리를 대체한 셈입니다. 그러던데 혼란기를 거치면서 마치 천일염이 전통의 고급품처럼 뒤바뀐것이죠. 홍보의 영향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소금만의 문제는 아니라고봅니다. 소금외에도 역사가 짧은 방식들이 전통이라고 알려져있는 경우가 있는데 일본의 점령과 한국전쟁의 혼란기를 겪으며 진짜 전통들이 단절되어 살아남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게 전통으로 포장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따지고보면 소금을 만드는 방식을 고려하면 천일염보다는 오히려 정제염이 전통방식에 가깝습니다. 불순물을 제거하는 현대적인 방식이 가미되었긴하지만 끓여만드는 점에서 같기 때문이죠.
이처럼 천일염이 한국의 전통방식이 아닌건 일본에 도입되었기에 기록이 명백히 있으므로 일부 천일염은 이점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천일염의 성분이 좋다고 주장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애초에 같은 바닷물로 만드는데 왜 성분이 차이날까요? 정제염이 정제과정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기 때문입니다. 즉 천일염에 있다는 성분이란 바닷물에 있는 성분도 있지만 제작과정에서 섞이는 정체불명의 불순물들인 셈이죠. 이때문에 한때 위생을 문제로 천일염이 광물로 취급받기도 했습니다. 한때라고 하기엔 그랬던 기간이 더 길긴하군요 ㅎㅎㅎㅎ 긍정적으로 본다고해도 정확히 어떤 성분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는 이 불순물이 인체에 좋은지는 애매합니다. 게다가 불순물이 그대로있는 상태에서는 쓴맛이 난다고 간수를 빼서 먹는데 이 과정에서 천일염이 많다고 자랑하는 마그네슘이 빠지게됩니다. 간수의 주성분이 마그네슘이기 때문이죠. 사실 정확한 수치를 보고 싶었는데 황교익씨가 몇년전 소금 토론에서 말한 간수 빼고나면 비슷하단 말밖에 없더군요. 그나마 시민단체에서 조사했다는 내용은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이 천일염에 적합한 지역이라는 말도 있으나 이 역시 반론이 있습니다. 천일염은 제조 특성상 비가 적게오거나 아니면 건기처럼 특정 기간엔 안 내려야하지만 한국은 둘다아닙니다. 또한 바다의 염분농도가 높을수록 소금만들기에 적합하지만 한국의 서해안과 남해안은 세계 바다의 평균 농도보다 더 낮습니다. 중국과 한국의 강들이 내려와서 희석시키기 때문이죠. 이때문에 염도가 낮아서 좋다는 말도 있으나 천일염의 염도가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정제가 덜 되어 수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천일염 홍보에서 그렇게 주장하는 소금 박람회 성분 비교에서도 한국의 천일염은 다른 소금에 비해 수분 함량이 독보적으로 높았습니다. 천일염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게랑드의 경우는 진짜로 천년이상의, 9세기 이전부터 천일염이 시작되었다는것을보면 천일염에 적합한 지역은 자연스럽게 생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천일염과 연관이 없던 땅이었는데 일본에게 강제로 이식되고 이제는 일본, 그리고 가져온 대만마저 버린 천일염을 전통으로 둔갑시켜 만드는건 참 재밌는 일이라 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