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을 만나면 좋아하는 음식을 묻곤한다.
음식을 대접해야 한다면 좋아하는 음식을 물으며 알러지에 반응하는 음식이나 가리는 음식도 묻는다.
이건 드라마 '대장금' 에서 배웠다.
어린 장금이에게 물 심부름 시키는 장면에서 나는 입으로 들어가는 일을 맡는건 참 고된 일이구나 싶었다.
기술도 있고 배려도 있으니 나는 좋은 음식을 대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주변인들의 식성을 알고 있으며, 만날땐 항상 염두해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땐 당연히 맛있는 걸 대접하고 싶었었다.
만남이 깊어져서 사귀기로 했던 그 사람은 내가 여지껏 사귄 사람 중에 가장 잘 생겼다고 할 수 있었다.
얼굴만 그렇게 생겼으면 했는데 몸은 근육질에 군살하나 없는 사람이었다.
실제로 배에 초콜렛 복근을 한 사람을 처음 봤다.
지금도 통통한 사람을 보면 더 좋아하는지라 그 사람이 내세우고 싶었던 모습을 탐탁치 않게 여긴적도 많았고, 이렇게 잘 생긴 사람이 왜 날 좋아하지? 라는 의문을 항상 품으며 연애를 했었다.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자 좋아하는 음식을 물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칼몬드' 였다.
칼슘이 많은 멸치와 껍질을 까서 떫은 맛이 사라진 아몬드가 알루미늄캔에 들어 있는 칼몬드
지금 생각하면 발렌타인데이엔 만들어 줄수 있을 것도 같은 칼몬드
그 당시엔 그걸 돈 주고 사먹은 적도 없어서 그냥 그 사람이 밉기만 했다.
뭐야... 칼몬드라니.. 다른거면 내가 해줄 수 있는데... 칼몬드는 내가 해줄수 없잖아.
칼몬드 맛도 모르면서 해줄 수 없음에 슬퍼했는데 그가 사온 칼몬드를 몇개 집어 먹는데 야속하게도 맛은 엄청났다.
고소하면서 달달하고 바삭하면서 비리지 않은게 이걸 먹는 그를 비난한 내 입은 쏙 들어가버렸다.
사진은 불타는 칼몬드
그가 너무 잘생겨서, 내가 칼몬드를 못해줘서 연애가 되지도 헤어지지도 않는다.
그치만 그의 외모에 내가 너무 그의 진심을 의심한 건 헤어짐에 도움이 되고,
그도 그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날 이해하지 못한것도 헤어짐에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헤어지고 난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못 만들어 준 경험을 처음하게 되었다.
그리고 두해 반 쯤 지나서 그의 부고를 들었다.
칼몬드도 꽃도 해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