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가허물뿐이구나
.....................................최돈선
세상천지엔 아프다는 사람뿐이다
내 허물은 모르고 남 허물만 눈에 띄어
고래고래 소리 치면 의인이나 된 듯
그렇게 허한 혼들이 세상엔 참 많다
난 호수가 내다보이는 산골마을에 유폐된 채
세상을 곁눈질한다
세상천지엔 죽일 놈 미친 놈 뻔뻔한 놈
끼리끼리 잘도 쑥덕인다
그래도 쿠키엔 까만 초콜릿 하나 둘쯤
박혀 있는 법이다
그 코코아 달콤한 사람들이 바보처럼 웃는다
아주 단순해서 민낯으로 웃는다
그게 어느 새 묘한 은유를 내비쳐서
나도 저절로 웃는다
어쩌면
단순함은 솔직한 생이어서 거룩할지 모른다
세상엔 드런 놈 때려죽일 놈 하 많아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도 살기가 만만치 않아서인지
늘 우울한 표정들이다
청둥오리가 날아와 꽁꽁 언 호수면을 맥없이 비벼대다가
그들도 역시 살기가 만만치 않았던지
훌훌 날개 털어 산을 넘는다
오고감이 기약 없으나
만남에 대한 희망으로 모두들 이별하는 것이다
여우 없는 겨울산에 여우 운다
등성이에 시푸른 하늘
도마 위에 칼날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