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콩은 전혀 상상치도 못한 제안을 했다.
우리가 이렇게 매일 만나면
각자의 생활이 안 될 거 같다며
사흘만 공백을 가져보자는 거였다.
뭔가 찜찜하긴 하지만
나 역시 재수를 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매일 데이트를 해서는
공부에 전념할 수가 없는 터라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난 까만콩이 보고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사흘째는
거의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이제 사흘의 공백기가 지났으니 내일이면
홀수 시간에 만나러 오겠지 하는 희망 하나로
사흘째 밤을 겨우 버텼다.
그러나 그 다음 날도
까만콩은 나타나지 않았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나는
밤늦게 그녀의 집앞으로 찾아갔다.
밤 11시가 넘어선 시간..
골목 어귀에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얼마나 보고싶던 얼굴인가?
그녀에게 달려갔다.
까만콩은 별 표정 없이..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내일 낮 두 시에
종로서적 앞에서 만나자고 한다.
사흘만에 만났는데도
헤어질 때 우리의 의식(?)은 치러지지 않았다.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종로서적 앞에 도착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사이,
두 시가 되었다.
두 시 반, 세 시, 나와 함께 기다리던 사람들은
모두 짝을 만나 자리를 떴다.
세 시 반, 네 시, 결국 그녀는 오지 않았다.
하늘을 바라보았다.
햇빛이 눈부시다.
목구멍으로 뜨거운 게 자꾸 넘어간다.
파란하늘이 갑자기 흐릿해진다.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뺨 위로 뭔가가 흘러내린다.
안녕..
까만콩...
안녕..
첫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