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예수살렘을 이스라엘의 공식 수도로 인정했다. 이 양반이 말하는 것을 보면 종종 미친 것 같지만 결코 자신이 손해볼 일은 하지 않는 사람이다. 자신의 발언으로 어떤 무고한 희생이 생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자신에게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스라엘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럼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수도가 예루살렘이 아니었단 말이야?'라고 생각할 것이다. 스위스의 수도가 베른이 아닌 쮜리히로 아는 사람이 더 많은 것처럼, 잘 알려진 예루살렘에 비해 텔아비브는 이방인들에겐 매우 낯선 도시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스라엘에 출장을 많이 갔다. 다른 이들은 파리며 로마며 뉴욕 등 화려한 도시를 다닐 때 언제 포탄이 날아들지 모르는 불안한 도시를 한번도 아니고 여러번 갔다. 참 복도 없지~.
처음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필자도 이스라엘의 수도가 텔아비브인지 예루살렘인지 통 헛갈렸다. 왜냐하면 기능적으로는 텔아비브가 수도임에 분명한데 유대인들의 마음 속엔 이스라엘의 수도는 영원히 예루살렘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관문인 벤구리온 국제공항은 텔아비브에서 매우 가깝다. 대부분의 대사관은 텔아비브에 있고 이스라엘의 경제를 담당하는 굵직한 회사들도 모두 텔아비브나 그 근교에 위치해 있다. 다시 말해 정치외교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텔아비브가 수도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루살렘은 알려진 바와 같이 매우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도시다. 유대교인, 기독교인, 이슬람교인 모두에게 성지인 곳이다. 1948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에 건국을 했을 때는 요르단과의 국경을 경계로 서예루살렘만 점령하였으나 1967년 3차 중동 전쟁의 와중에 동예루살렘까지 점령하여 지금까지 내놓고 있지 않는 땅이다. 이후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수도로 주장하였으나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대부분의 대사관은 텔아비브에 있는 것이다.
예루살렘에 직접 가보면 구약에서 묘사된 유곽이라는게 무엇인지 비로소 이해가 된다. 텔아비브는 지중해에 면한 해안 도시이지만 예루살렘은 고원에 자리잡은 도시이다. 올드시티로 불리는 옛 성곽 아랫쪽엔 골짜기가 있고 성안에 사는 것이 허락되지 않은 사람들, 즉 병자, 거지, 매춘부들이 유곽에 살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은 이렇게 인간을 신분으로 나누어 놓았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없으면 유지되지 않는 나라다. 수많은 농장과 공장의 노동자들 그리고 시내 건물의 청소부 등 허드렛일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도맡아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없으면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도 이스라엘은 생계를 유지해주는 곳이다. 수십년째 내전으로 망가진 레바논엔 더 이상 먹고 살 것이 없다.
나찌의 만행으로 수백만의 유대인이 목숨을 잃었다. 1948년에 이스라엘이 다시 건국된 것은 그들에겐 기적같은 축복이었으나 수천년 동안 그 땅에서 살고 있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겐 청천벽력같은 일이었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이스라엘이 독기를 품고 그 땅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십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얼마든지 공존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무력으로 대응한 것은 이스라엘의 오만이다. 과거를 잊은 이스라엘은 나찌가 자신들에게 저지른 일들을 지금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하고 있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것은 매우 훌륭한 책인 성경에도 나와있다.'라고 했다. 그럼 그 위대한 성경에 힘없는 이웃을 총으로 쏴죽이라고도 나와있는지 묻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