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여 3D 업종의 일을 해줄거라는 기대가 만연하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그렇게 새로운 것도 아니고 또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되기도 매우 어렵다고 본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인간들이 사는 사회에 섞여서 자신의 의지로 판단하고 행동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적 용인이 필요하다. 신호대기를 하고 있는 내 옆에 무인자동차가 서있다고 생각해보라. 처음엔 좀 신기하겠지만 그 뒤론 두렵고 불안할 것이다. 과연 그 무인자동차는 무엇을 가장 우선 순위로 둘까? 파일럿들은 하늘에서 무인기와 조우하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들 한다.
인공지능의 발전도 기대에 못 미친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으면서 파란을 일으키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바둑이라는 분야에 한해서 인간보다 낫다는 것이지 인간이 관여하는 모든 분야에 적어도 평균적인 인간만큼 판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아직은 없고 가까운 미래에도 구현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소위 과학자들이 말하는 그 Singularity는 언제 올지 모른다.
일본이 자랑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시모가 후쿠시마 원전 사태 때 한 일이라곤 아무 것도 없다. 결국 미국 아이로봇 사의 '팩봇'이 붕괴된 원자로 건물에 대신 투입되어 일본의 자존심이 크게 구겨진 것이다. 그런데 이 '팩봇'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자율주행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 무선으로 조종하는 로봇이다.
그럼 로봇은 비싼 장난감에 불과한 것인가?
인간은 오랫동안 로봇에 대한 꿈을 꾸고 이를 현실화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왔다. 아직까지는 아시모프가 그렸던 로봇이 나오기는 어렵겠지만 그 대신 외골격 로봇(Exoskeleton robot)이 그러한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외골격(Exoskeleton)이란 신체 외부에 힘을 받는 구조의 골격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외골격 로봇이란 인간이 직접 착용하여 구동하는 웨어러블 로봇의 일종이다. 외골격 구조이기 때문에 인간의 뼈과 근육에 하중이 전달되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이 외골격 로봇을 착용하면 몇배의 힘과 지구력을 갖추게 되고 머지않아 '아이언맨'처럼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아이언맨의 능력은 단지 영화에서만 가능하다. 아무리 장갑을 튼튼하게 만들어도 장갑을 통해 전달되는 충격과 가속도는 인간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골격 로봇에 대한 로망은 일찌감치 영화의 소재로도 많이 등장하였다.
'미래소년 코난'에서의 '로보'는 탑승형 외골격 로봇으로 마치 크레인처럼 레버를 조종하면 땅을 파기도 하고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도 한다. 코믹한 캐릭터였던 선장 '다이스'가 이 '로보'를 타고 좌충우돌 하던 모습이 정말 재미있었다.
다소 귀요미까지 갖췄던 이 '로보'는 수십년 후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에서 거대 로봇으로 다시 태어난다. 인간보다 몇배나 큰 나비족의 전사도 이 로봇 앞에선 무기력한 먹잇감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것이 영화로만 끝난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도 한국에서...!
2016년 12월 한국미래기술은 아바타에서 등장했던 그 거대 로봇을 선보였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엄청난 점프력과 가공할만한 힘을 갖춘 것은 아니었지만 외골격 로봇에 대한 미래를 한층 더 뚜렷이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외골격 로봇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방산 분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록히드 마틴이 개발 중인 HULC가 그 대표적인 것이다. 50kg의 군장을 메고도 수십 킬로를 거뜬히 걸어간다. 아직은 지상으로 걸어다니는데 쓰지만 가까운 미래에 아이언맨처럼 날아다닐 지도 모르는 일이다. 무거운 군장을 운송하기 위해 개발된 보스터 다이나믹스의 '빅독'보다는 훨씬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외골격 로봇은 산업현장에서도 점차 많이 쓰이고 있다. 인간의 예민한 감각과 기술을 로봇과 융합하여 생산성을 배가시킬 수 있다.
척추 손상으로 걷지 못하는 장애우들에게 외골격 로봇은 그야말로 신의 선물이 될 것이다. 장애우들이 더 이상 휠체어에 의존하지 않고 정상인들처럼 걸을 수 있게 될 날이 곧 오리라고 믿는다.
재난 구호 현장에서도 외골격 로봇은 빛을 발할 것이다. 건물 잔해에 깔린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크레인을 동원하기는 힘들다. 크레인의 하중으로 인해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소방관들이 외골격 로봇을 입고 구조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더 이상 공상과학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장면은 아니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