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안타까운 퇴출 - 미국의 문화대혁명은 진행 중인가

rubymaker(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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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대표적 고전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가 인종주의 작품이라는 오명을 쓰고 테네시 주 멤피스의 명소 오피엄 극장에서 퇴출되었다. 인종차별적 고정관념을 고착화하고 백인우월주의단체 '쿠클럭스클랜'(KKK)을 미화했다는 것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마가렛 미첼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마가렛 미첼은 십대에 쓴 몇편의 습작을 제외하고는 이 소설이 처녀작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1939년 개봉 당시 대부분의 영화들이 흑백으로 촬영된 것을 생각하면 총 천연색 칼라를 화려하게 입은 이 대작은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소설만큼의 감동을 주기는 어려운데 이 영화는 원작의 스케일과 감동을 그대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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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리는 수천대일의 경쟁율을 뚫고 스칼렛 오하라 역을 따냈다. 소설에서 그려진 주인공의 모습을 비비안 리보다 더 잘 표현했을 배우는 없었을 것이다. 전형적인 남부 지주의 딸에서 모든 것을 잃고 맨손으로 일어서는 강인한 여인의 상까지... 비비안 리는 바로 스칼렛 오하라였다.

이 영화를 인종주의 작품으로 평가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마가렛 미첼이 이 소설을 쓴 것은 1936년이지만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남북전쟁이 발발하기 바로 직전부터 시작하고 있으니 아직 흑인 노예가 미국에서 해방되기 전이다. 흑인이 노예로 등장하는 이 영화에서 수동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영화 '뿌리'가 인종차별을 고발하는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같은 시대적 배경을 빌리기는 했지만 인종차별을 고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는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속에서 인종차별에 대해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느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백인은 모두 우월하고 흑인은 모두 열등하게 그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흑인이든 백인이든 각자의 캐릭터가 소설의 플롯에서 적확한 위치에서 살아있을 뿐이다.

예술작품은 어떤 형태의 잣대로든 재단되어서는 안된다. 작가에 대한 선입견 또한 철저히 배제된 상태에서 작품만을 바라보아야 한다. 자신의 작품과 일체된 삶을 일관되게 살아온 작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작가도 많다. 나이가 들면서 가치관이 변할 수도 있고 어쩔 수없이 현실과 타협해서 변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품을 만들 때의 그 작가 정신이 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오로지 작품만을 보고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철군화(The Iron heel)'와 '야성의 부름(The call of the wild)'(필자는 '야성의 절규'라고 번역된 책을 읽었는데...)의 작가 잭 런던을 아시는지? 사회주의와 자연주의 명작 소설을 쓴 이 작가가 일본군을 따라 러일전쟁의 종군기자로서 쓴 '조선사람 엿보기'는 일제의 전쟁 선전기에 불과하다고 한다. 과연 같은 사람인가 의심이 갈 정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명작 소설 '강철군화'와 '야성의 부름'의 가치가 폄하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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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미당 서정주의 친일행각과 군사독재정권의 부역행위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그의 행동은 아주 잘못된 것이며 그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임을 볼 때 그의 책임은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국화 옆에서'를 아무리 다시 들여다 봐도 친일파의 서정주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파시즘, 매커시즘, 문화대혁명... 어떤 사상이든 무슨무슨 주의든 종교이든 간에 어떤 잣대를 강요하는 것들은 모두 인류에게 해악을 끼쳤다. 세상을 구원하러 온 예수님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죄악이 얼마나 많은가? 신교는 구교의 모순을 해결하였는가? 영국에서만도 카톨릭과 신교 사이의 갈등으로 얼마나 무고한 인명이 희생되었는가?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하였는가?

잘못된 사상, 주의, 종교를 바른 사상, 주의, 종교와 대체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위험한 것이다. 잘못된 사상, 주의, 종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그 어떤 것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도올 선생의 말처럼 적극적인 사랑보다 소극적인 사랑이 더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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