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없다는 것을 인지하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인도에서 숫자 '0'의 개념을 만들어내는 데는 필시 수학 뿐만 아니라 엄청난 철학적 사유가 필요했을 것이다.
우주 공간이 아무것도 없는 진공이라는 것을 받아들인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빛이 파동과 입자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기 전에는 빛은 오로지 파동으로만 인식이 되었다. 파동은 매질이 있어야만 전달되는 것이기 때문에 태양에서 발산된 빛이 지구까지 도달하기 위해선 빛을 전달시키는 그 어떤 물질이 있어야 했고 그것을 에테르(aether)라고 불렀다.
1887년 미켈슨과 몰리의 실험에서 에테르가 존재하지 않음이 밝혀졌는데 이것은 실험의 의도와는 정반대되는 결과였다. 사람들이 그 아무것도 없음을 받아들이는 데는 꽤 큰 충격을 감내해야 했을 것이다.
생각하는 존재인 인간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것이 창조주의 의도이든 아니면 도덕적 가치를 부여할 수 없는 물리적인 현상이든 수긍할 수 있는 어떤 답을 구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없음은 도저히 인간이 추구하는 답이 될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유한한 삶의 뒤에 내세(來世)가 있으리라고 기대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내세(來世)를 부정하기에는 삶이 너무 허무하게 느껴졌을 탓이기도 하겠지만 어떤 존재가 그냥 없어진다는 것이 도무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런 의미에서 진공의 존재는 인간의 과학적 사유체계와 관점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미켈슨과 몰리의 실험에서 밝혀진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1905년에 아인시타인이 발표한 특수상대성이론(Special Relativity)의 핵심적인 가설이 된다.
부존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어떤 물질이 동시에 여러 곳에 확률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이다. 아인시타인은 상대성이론을 통해 뉴우튼을 뛰어넘는 패러다임을 제시했지만 그 역시도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확률론적 존재를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리처드 P. 파인만의 말마따나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인간은 단 한사람도 없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색즉시공(色卽是空)이요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하하하
ps: 상대성이론을 얘기하는데 있어서 존재론을 먼저 꺼내는건 불가피한 것 같습니다. 다음엔 본격적으로 시공간(spacetime)과 중력장(gravity field)에 대한 얘기를 나눠봅시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