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rt4u(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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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30 기상

아내느님께서는 출근을 위해 화장을 하고 계셨다.

남들 다 쉬는 근로자의 날에 근로자가 아닌 아내느님은 출근을 해야만 한다.

요즘 독박 육아 자주 맡겨서 미안하다는 얼굴이 피곤해 보인다.

걱정하지 말고 잘 다녀오시라고 배웅.

7 : 40 따님 기상

일어나자마자 큰 울음 선사하신다.

"으앙! 아빠 쉬 했어! 으앙!"

...... 말을 좀 정확히 해 줄 수 없겠니.

'아빠 내가 쉬 했어' 겠지.

일단 급하게 따님을 들어 화장실로 데려가 젖은 옷을 홀랑 벗기고 물로 깨끗이 씻긴 후 닦아서 번개 같은 속도로 옷을 가져온 후 다시 입히고 나서 사건 현장을 살펴 본다.

와......

후......

이거 어쩌지......

다행히 아내느님 쪽 이부자리에는 얼마 전 방수 커버를 씌워서 닦는 것으로 해결이 되었지만, 문제는 내 자리다.

홈쇼핑에서 낚여서 (비싼 돈 주고) 산 싸구려 스티로폼은 이미.......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버리기로 결정.

대충 치워 놓고 바닥을 닦고 있는 내 옆의 따님은 마냥 신났다.

"와! 쉬다 쉬!"

"아빠 쉬 냄새 나?"

"에휴 쯔쯔쯔 아빠가 치워야 겠네~ 쉬 언능 치워!"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언능 커라 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문득 생각이 났는지 "엄마 어디 갔어?" 를 시전 하시는 따님께

"엄마는 일 하러 갔지" 라고 이야기 했다.

예전 같았으면 엄마 옆에 갖다 놓으라고 난리 난리 난리도 아니었을텐데,

요즘은 그래도 좀 컸다고, 그리고 이런 상황을 좀 겪어 봤다고

한 두 번 정도 찾고는 타협책을 제시한다.

"아빠 사과즙 주세요!"

먹을 것으로 엄마의 허함을 달래 보려고 하는 것일까......

짠한 마음에 사과즙을 따른다.

"아빠 뽀로로 컵에 주세요!"

점점 요구 사항이 디테일 해 진다.

8: 30 아침 식사

"아침엔 밥 안 먹어! 견과류! 아몬드! 빵! 우유 주세요!"

......

어디서 서양 핏줄이 왔나 보다.

식성이 다분히 서양틱 하시다.

아침에는 빵과 우유, 약간의 견과류로 건강과 다이어트를 동시에......

맙소사.

(더 웃기는 건 두부, 돌나물, 묵 이런 건 또 잘 먹는다.......;;;)

9 : 30 집안 일

따님을 대충 먹이고 남은 빵쪼가리를 대충 주워 먹고 끼니를 때운다.

씻기 싫다며 도망다니는 따님을 억지로 붙잡아서 양치와 세수를 시키고 풀어 놓았더니 자꾸 자기가 쉬 싼 곳으로 달려 간다......

어차피 버릴 거, 돌돌 말아서 접어 놨더니 그 위에서 뛰고 난리도 아니다.

일단 놓아 두고 내 할 일을 하러......

설겆이 하고, 냉장고 안을 정리한다.

둘 다 일을 하러 다니니 냉장고 안이 말이 아니다.

특히 사 놓고 따님의 밥 거부로 버리는 식재료 + 완성품이 너무 많다.

나중에 먹겠지 하고 넣어 놨다가 냉장고 안에서 숙성 되어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

싱크대 개수대를 치우는 김에 같이 정리 하기로 한다.

또 이렇게 돈 주고 산 음식을 돈 주고 버리는 바보짓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원흉은 지금.......

"꺄하하하하하하!"

....... 그래 재밌으면 됐지 뭐.

11 : 00 계속 집안 일

분명히 얼마 전에 집 치웠는데, 집안 일은 끝이 없다.

따님 빨래가 한 가득 수북한데다,

요새 미세먼지가 안 좋아서 어른 옷도 거의 한 번 입고 바로 내다 보니 같이 빨래가 수북하다.

오늘 안 하면 답이 안 나올 것 같다.

아이 빨래를 먼저 세탁기 안에 집어 넣고 빨래를 돌린다.

세탁기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11 : 30 점심 밥 준비

"딸, 오늘 점심 뭐 먹을래?"

"안 먹어!"

.......

또 데리고 앉아 조근 조근 설명 한다.

밥을 안 먹으면 아빠도 슬퍼하고, 엄마도 슬퍼하고, 농부 아저씨도 슬퍼하고......

"먹을래!"

아까 반찬을 다 버려서 반찬을 새로 해야 한다.

얼마 전까지 카레를 좋아해서 아내느님이 카레를 많이 해 놓고 가셨는데, 요즘 또 입에 안 댄다.

마치 상승장에서 코인을 주워 담았더니 다음 날 바로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

버리기도 뭐 하고, 먹지도 않고......

이러다 나중에 또 버리겠지.

일단 먹겠다는 소세지를 물에 데쳐 나쁜 성분을 그나마 좀 제거 한 뒤, 후라이팬에 굽는다.

밥이 좀 꼬들하게 됐다.

나는 따님 앞에서 열심히 밥을 먹는 아빠의 모습을 연출한다.

그래야 좀 먹는다......

따님은 몇 번 먹더니, 영 입맛이 없는 모양인지 밥을 가지고 전위 예술을 시작하셨다......

그냥...... 안 먹을 거면....... 먹지 마......

옷에 바르지 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혼낼 힘도 없다.......

일단 내 밥부터 꾸역 꾸역 다 먹고, 따님을 욕탕에 데려가 또 홀딱 벗겨...... 옷을 갈아 입힌다.

조금 묻었으면 떼 낼 텐데, 이건 뭐 ;;;;;

초벌 빨래를 해야 될 듯 하다.

욕탕에 데려온 김에 양치를 다시 시킨다.

풀어 놓고 나도 양치를 하고, 설겆이를 하고 나니 세탁기에서 삐삐 소리가 들린다.

빨래를 건조기에 넣어 놓고, 다음 어른 빨래를 준비 한다.

그러고 있으니 따님은 책 읽어 달라고 난리 난리.

후다닥 뛰어 가서 책을 읽는다.

시계를 보니......

13 : 00 낮잠 준비

벌써 낮잠 재울 시간이 되었다.

언제나 대답은 당연히,

"안 잘꼬야!"

흠. 내가 너 하루 이틀 재워 봤니.

"딸, 우리 자고 일어나면 뭐 하지?"

"엄마! 엄마 데리러 가!"

"그럼 빨리 자야 겠네? ______________"

"안 자꼬야!"

......

아......

요거 컸다고 안 먹히네 요거 요거......

이럴 때는 무관심이 답.

"아빠는 먼저 잘게 그럼 안녕!"

심심하면 자게 돼 있다.

따님은 한 30분을 종알 종알 뒤척 뒤척 하더니, 드디어 잠이 드셨다.

14 : 00 빨래 개기

완전히 따님이 잠이 든 것을 확인 한 후, 조심스럽게 일어난다.

건조기에서 빨래를 꺼내 개고 나서, 스티밋에 글 쓸 일이 있어 글을 쓴다.

마음이 급하니 글에 논리가 안 선다.

언제 깰지 모르기 때문에 빨리 가서 옆에 누워 있어야 한다.

14 : 40 휴식

이제 겨우 바닥에 등을 대 본다......

다행히 따님은 아직 주무신다.

나도 잠시 눈을 붙인다.

16 : 00 기상

어른 빨래가 다 되었다.

다시 건조기에 빨래를 넣고 나서 따님을 깨운다.

너무 오래 자면 밤에 잠을 못 자서 안 된다.

그렇다고 확 깨우면 짜증을 내기 때문에, 부드럽게 천천히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깨워야 한다.

"엄마 데리러 가자~ 엄마 데리러 가자~"

엄마라는 말에 벌떡 일어나는 따님.

외출복으로 갈아 입히고 나갈 준비를 한다.

"아빠! 엄마 데리고 마트 갈 거에요!"

마트는 따님의 페이버륏 플레이스다.

오늘은 가서 외식도 하고 장난감도 살 거라고 하신다.

......

열심히 벌어야 겠다.

17 : 30 아내느님 상봉

따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엄마한테 찰싹 달라 붙었다.

......

오늘 아빠가 열심히 봐 줬는데 ㅠㅠ

아내느님은 많이 피곤해 보인다.

오늘은 최대한 몸 안 쓰도록 해 줘야 겠다.

그 이후 일정 요약

마트에서 밥 먹고 장난감 사고 집으로 돌아 와서 세 가족이 다 씻고 따님 옷 갈아 입히고 잠깐 놀아 주다 이부자리 스티로폼 100리터 쓰레기 봉투 안에 우겨 넣고 임시 방편으로 거실에 깔아 놓은 매트 하나 가지고 와서 내 자리에 깔고 이래 저래 다 눕히니 밤 10시다.

겨우 따님을 재워 놓고 한숨 돌리기 위해 아까 사다가 냉장고 안에 넣어 놓은 커피를 꺼내 마시며 이 글을 썼다.

아...... 게임 해야지......

근데 왜 이렇게 눈이 감기지......

오늘의 일기.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