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슬프게도 인간사 많은 일들은 인간이 저지르는지라 문제의 원인에는 누군가의 책임을 요구하게 되어 있다. 더 슬픈 건 그 누군가를 특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심리치료 분야를 봐도 그렇다.
심리적 증상이나 정신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전통적인 대상은 부모다. 그런데 알콜중독자 아빠 또는 엄마를 둔 어떤 사람은 비슷하게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런 부모처럼 안 되려고 판이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형편 없는 부모 때문에 인생을 망친 것인가? 아니면 덕분에 성공한 건가? 쉽게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러면 인생은 자신이 가꾸기 나름이니 오로지 본인 잘못이냐. 그렇지도 않다. 부모의 영향이 크다는 점은 학술적으로 연구된 자료가 많고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서도 지지된다. 어떤 이의 전적인 책임을 확정짓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다행인건 책임자를 찾아서 주리를 틀지 않아도 전보다는 좀 더 괜찮아질 가능성이 각 사람에게는 있다는 점이다.
그래도 누군가를 욕은 하고 싶다. 특히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상황이 좋지 않아 내 신세가 처량할 때 누군가를 비난이라도 해야 나를 바보로 덜 여길 수 있으니까. 어떤 선택을 한 건 분명 나인데 지금 와서 그것이 어리석은 선택이었음을 알게 된다면 참담한 심정이니까. 나는 아무 잘못하지 않았는데 누군가의 잘못으로 인해 이 신세가 되었다면 적어도 난 정당하니까.
그런데 슬픈 건 역시 누군가의 잘못임을 검증하기가 어렵다는 점일다. 비난 받는 쪽도 할 말은 있고 그러다보면 진흙탕으로 간다.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무고한(이라고 내가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는) 비난을 받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아 서글펐던 순간이 있다. 아마 상대방은 자신의 정당함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잘못을 내게 돌렸겠거니 싶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마음이 풀어지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를 욕이라도 해야겠지. 어떤 상황에도 나를 괜찮다고 여기기란 몹시 힘든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