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주는 강렬함에 끌린 것인지, 복고풍의 포스터에 끌린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저 영화 엄청 우울하대'라고 말한 동생의 한 마디에 끌린 것인지 잘은 모르겠다. 영화 한 편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리모컨을 뒤적이고 있던, 그 순간 우연히 마주친 영화를 봐야겠다는 결심이 선 이유를 말이다.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말 그대로 마츠코라는 한 여인의 일생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마츠코의 어린시절부터 마지막 순간까지의 삶을, 그녀가 죽은 후 그녀의 집을 정리하는 임무를 맡게된 조카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 그녀의 삶은 영화라면 너무나도 영화같은 삶이었다. 평범하다는 수식어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어쩌면 혐오스럽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녀의 삶. 하지만, 나는 감히 그녀의 삶을 '혐오스럽다'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마츠코, 그리고 사랑
어린 시절부터 사랑이 고팠던 마츠코. 몸이 약한 동생에게 아버지의 우선순위를 빼앗겨왔던 그녀는 한 번 자신이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하자 웃음을 터트린 아버지의 미소가 좋아서, 아버지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왔으나 그럼에도 자신에게 늘 곁을 내주지 않는 아버지에 울분이 터지고 만다. 그렇게 집을 나오게 된 마츠코는 전에는 상상도 해 본 적 없었던 삶을 살아가게 된다. 폭력과 매춘, 범죄에 휘말리게 되는 마츠코. 죽는 순간까지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그녀, 마츠코.
마츠코는 어렸을 때부터 외로웠던 아이였다. 혼자인 것이 너무 싫어 사랑을 갈구하지만, 오히려 그 점을 약점으로 생각하는 남자들은 그녀에게 폭력을 행사하기 일수이다. 그럼에도 혼자인 것이 너무 싫어 그들을 떠나지 못 하는 마츠코를 보며 그녀의 뿌리 깊은 외로움에 마음이 아팠다. 영화 상에서 나타나는 그녀는 사건이 발생하면 회피하며, 이성적인 숙고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기보다 감정적인 판단으로 순간을 모면하려고만 하는 모습을 보였다. 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 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마는 마츠코를 보며, 이러한 그녀의 성격적인 모습이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야기된 애정 결핍으로 인한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마치 어린 아이들이 관심을 끌기 위해 말썽을 피우는 것처럼 아버지의 눈길이 그리워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던 마츠코의 충족되지 못 한 욕구가 어른이 되어서도 응어리로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조금만 차분히 생각해보면, 자신을 도와주려고 하는 좋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을텐데... 그만큼 그녀의 트라우마가 컸구나, 생각하니 참 마음이 아팠다.
산다는 것은
하지만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단순히 사랑이 고픈 한 여인의 안타까운 삶만을 그린 영화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조금 더 이야기를 풀어가보려 한다. 본 영화는 무척이나 현란한(?) 연출과 편집으로 보는 내내 살짝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아마 마츠코의 영화같은 삶을 더 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어서 선택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어지러움이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마츠코가 성격적으로 충동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과연 그녀는 자신의 순간의 선택이 이렇게 어마어마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을까? 아무 생각 없이 고른 선택지에 따른 인생의 길이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짐작이나 했었을까? 마츠코 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지 앞에 놓이게 된다. 그 순간 순간들의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모습이 그려진 것이다. 행복한 삶을 꿈꾸며, 행복하기 위한 선택을 하지만 그 선택이 행복을 보장해준다고 결코 단언할 수 없다. 일부는 원하는 바를 쟁취하지만, 나머지는 원하는 바는 커녕 살아가는 것이 버거워 그냥그렇게 하루를 이겨낼 뿐이다.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타인에 대한 질투, 스스로에 대한 허무함. 삶의 이유를 찾는 것조차 어려운 이들에게 이러한 고통을 감내하고 다스리라는 것은 너무나도 오만한 요구이다. 모든 것이 끝났다 싶어도 삶은 계속 되기 때문이다.
동생의 경고처럼,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우울하기 짝이 없는 영화였다.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삶을 살았던 마츠코. 하지만 이 영화를 본 사람들 중 마츠코를 보며 자기 자신을 보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요점이 아닐까? 누구라도 자신의 인생에서, 단 한번이라도 후회되는 선택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츠코의 일생을 들여다보며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마츠코처럼 너무나도 극적인 결과와 마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할지라도, 그것이 내가 마츠코의 삶이 '혐오스럽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이다.
끝으로 행복을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는 모든 이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
당신에게 마츠코의 삶은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있나요?
- Movie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31512?language=en-US
- Critic: 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