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허재현 기자입니다. 6월26일은 국제마약퇴치의날입니다.이날을 맞아 저와 제 동료들이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바로 정부와 국회에 '치료와 재활 중심의 마약 정책을 마련하라'는 대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프라인 서명운동을 직접 엽니다.
1년여전 제가 마약 사건으로 입건되고 나서 많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형사처벌과 직장해고 등 개인의 삶을 끝장내는 방식의 마약 정책 외 우리 사회에 별다른 마약 정책이 없다는 것을 알고 '절망의 1년'을 보냈습니다. 처벌 중심의 마약 정책은 반쪽 짜리에 불과합니다. 중독에 대한 강력한 예방책은 될 수 있으나, 이미 중독이 발생한 사람의 회복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는 정책입니다. 수많은 중독자들이 소리없이 절규하다 다시 중독의 길을 걷고 감옥에 가거나, 죽음의 길을 선택하는 것들을 목격했습니다.
이제 저는, 저의 경험을 발판 삼아 더이상 중독자들이 '감옥 아니면 자살' 이라는 극단적 선택지 외에 없는 삶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행동에 나섭니다. 제 SNS 계정에는 '뽕쟁이가 뭔 말이 많냐' 는 악플이 여전히 달립니다. 그러나 저는 계속 공격당해 많이 아프겠지만, 이제 '말많은 (전) 뽕쟁이'가 되려 합니다. 지금까지 중독자들은 '침묵의 자숙'만을 강요당했고, 이때문에 우리 사회는 중독자의 회복을 위해 어떤 정책과 제도가 필요한지 직접적인 고민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지난해 말 제가 중독자 및 전문가들과 함께 중독회복연대라는 엔지오 단체를 꾸린 이유입니다. (http://blog.naver.com/drugrecovery)
그간 마약퇴치의날에 정부 및 유관단체들은 국내 마약 정책에 대한 자화자찬만을 늘어 놓으며 마약을 어떻게 통제시킬 것인지에 대한 주장만 해왔습니다. 이제는 달라지게 만들 것입니다. 중독자가 배제된 마약 정책을 바로잡을 것입니다. 중독자와 우리 사회가 함께 건강해지는 바람직한 마약 정책이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나설 것입니다.
더이상 '또다른 허재현'과 같은 불행한 사례는 나오지 않아야 하고, 아직 숨쉬며 살아 있는 허재현이라는 기자 역시 다른 중독자들처럼 죽음의 경계로 걸어가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사진설명. 회복연대라는 엔지오를 꾸리게 된 데에는 지난해 청와대 앞에서 오랫동안 1인 시위를 해온 중독자 조윤휘씨의 도움이 컸습니다.
보도자료
수 신
:
언론사
발 신
:
(가) 약물중독자의 회복과 인권을 위한 회복연대
제 목
:
마약 중독자 정책에 대한 전환을 촉구하는 대국민 서명 운동을 시작한다
발 신 일
:
2019년 6월25일
문 의
:
허재현 (회복연대 활동가, 전 한겨레신문 기자) 010-2727-9517
http://blog.naver.com/drugrevovery
마약은 퇴치 대상이지만 사람은 회복의 대상이어야 한다
- 귀 언론사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2.(가)약물중독자의회복과인권을위한회복연대(이하 회복연대)는 약물(마약)중독자의 진정한 회복과 인권보호 등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으로써 지난해 10월 출범하였습니다. 약물중독을 사전에 예방하고 현장에서 회복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한국사회에 굳게 뿌리 내려온 잘못된 약물(마약) 관련 제도 및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출범하였습니다. 약물중독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각계 관련 연구자와 약물중독자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만든 국내 첫 시민단체입니다.
3.사람 회복 중심의 마약 정책 변화를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한다
6월26일은 유엔이 지정한 마약퇴치의날이다. 이날에 맞추어 정부와 각종 유관 기관에서는 매년 마약류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하는 행사를 열어왔고 언론의 관심도 여기에 그쳤다. 그러나 이는 마약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사회문제와 이미 발생한 중독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마약 문제를 대하는 국제적 흐름과도 동떨어져 있어 갈수록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이에 우리 마약 사용자들과 중독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 및 시민 사회는 정부와 우리 사회에 사람 중심의 마약 정책으로의 변화를 위한 호소를 하며 대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한다. 마약은 퇴치대상일 수 있지만 사람은 회복의 대상이어야 한다,
△기자회견 일시 및 서명운동 장소
2019년 6월26일 오후2시30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
4.우리 사회는 마약 사용자들이 중독으로부터 회복에 이르는 시스템을 거의 갖추지 못하고 있다. 중독자들은 자신의 과거 실수에 대해 주변에 털어놓고 도움을 청하지 못한다. 마약 사용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혐오가 심하기 때문이다. 회복은 사회에서 격리된 별도의 공간이 아닌 일상을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지만 중독자들은 사회에서 격리되는 삶을 부여받는게 일반이다. 각종 취업의 제한은 물론, 기존의 직장이 있어도 마약으로 경찰 입건만 되어도 해고되기 일쑤이다. 사회에서 격리되는 순간 중독자는 회복의 가장 나쁜 조건에 놓이게 되고 다시 중독에 빠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비효율적인 회복의 제도와 문화를 유지하는 것은 마약 투약이 불법이라는 인식에만 갇혀 중독은 곧 질병이라는 인식을 함께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법은 적절한 규제를 통해 사회적으로 억제해야 하지만 중독은 처벌한다고 낫는 것이 아니다. 이 둘의 차이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는 우리 사회는 그간 마약 문제에 대해서는 처벌만이 능사라는 왜곡된 인식만 간직해왔다. 그러나 우리 단체는 묻는다. 이것이 과연 최선인가?
처벌 일변도의 마약 정책은 마약 문제를 고민해온 서구권 국가들 사이에서 더이상 발붙이기 어려워진지 오래다. 단적인 예로, 2001년 포르투갈은 단순투약자의 경우 행정처분으로 벌금을 부과하고 중독자가 스스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등 재활 촉진 정책으로 전환했다. 마약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자리잡은 미국, 영국, 유럽연합 여러 국가들은 포르투갈의 사례를 연구하고 비슷한 정책의 도입을 위해 연구중이다.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2015년 11월20일 세계 약물 이슈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여 각국은 약물과 관련한 법집행에 있어서 무엇보다 약물 사용자의 인권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약물의 개인적인 사용과 소지를 비범죄화할 것 ▲경미하고 비폭력적인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에 대해서는 징역형이 아닌 대체형을 지향할 것 ▲약물 사용자에 대한 낙인 및 차별을 철폐할 것 등을 권고했다.
우리나라는 마약문제를 먼저 맞닥뜨린 서구 사회의 발전적 흐름과는 한창 동떨어진 길을 걷고 있다. 다시 반복하지만 약물중독은 평생을 돌봐야 하는 질병이다. 통합적인 예방교육과 이를 돕는 사회적 환경을 구축하고 마약사용자들이 중독에서 조기에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사회 시스템이 필요하다. 마약은 퇴치 대상이지만 사람은 회복의 대상이어야 한다.
5.상황이 이런데도 마약 중독자의 회복을 위해 쓰이는 정부의 정책은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정부가 배정한 마약 중독자에 대한 치료 보호 예산은 40% 넘게 줄어 연간 2억4천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의 금연사업 예산 1천438억원과 비교하면 터무니없게 적은 액수이다.
이 예산은 마약 중독자를 전문 치료하는 전국 22개 병원에 지원하는 데 쓰이는데, 해마다 예산이 부족해 병원에 제 때 지급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러자 정부가 지정한 병원들조차 마약중독자에 대한 치료를 기피하거나 아예 스스로 마약 중독자 지정병원 지정을 철회하는 병원조차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마약 중독자의 회복 정책에 손을 놓는 사이 중독자의 수는 30~40만명까지 늘고 국민 개개인 건강의 피폐와 사회적 손실도 크게 늘고 있다. 치안정책 연구소가 2016년 발간한 ‘마약류 및 유해약물의 사회적 손실비용’을 보면 한해에만 △의료 및 복지 △생산성 손실 △형사사법정책비용 △범죄피해자 관련 비용 등을 합산해 2조2천억원의 사회적 손실이 추산되기도 한다.
정부와 국회는 마약 중독자에 대한 치료 예산을 늘리는 고민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이것은 국민 개인과 우리 사회가 중독 문제로부터 함께 건강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다.
6.또한 우리 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요구한 ‘마약 중독자에 대한 인권침해 실태 조사’를 즉각 시행될 것을 요구한다. 현재 마약 중독자들은 각종 인권 침해에 시달리고 있다.
경찰은 개인의 마약 투약 입건 사실을 회사에 일방적으로 통보하거나, 유명인의 마약 입건 사실을 증권가 정보지 등으로 유통하고 있다. 또 경찰은 마약 입건자를 상대로 불기소 처분을 조건으로 회유해 제3자의 수사에 강제 동원하는 일을 버젓이 벌이고 있다. 검찰 역시 마약 중독자를 상대로 위법적인 강제 DNA채취 통보서를 보내 겁박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등 검경의 마약 중독자에 대한 인권 보호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 인권의 보루인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들 기관들이 벌이고 있는 인권 침해 실태를 철저히 조사해 시정을 권고해야 한다.
약물중독회복연대는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아래의 요구 사항을 담은 대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한다.
△정부와 국회는 마약 중독 치료·재활 예산을 확충하라
△정부와 국회는 처벌 위주의 마약 중독 정책을 회복을 위한 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한 연구 및 법률 개선에 착수하라
△검찰과 경찰 등 사법당국은 마약 중독자에 대한 인권침해 관행을 개선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중독자에 대한 인권침해 실태조사에 나서라
2019년 6월26일
약물중독회복연대
(https://blog.naver.com/drugrecov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