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스즈키컵이 베트남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사실 스즈키컵은 그동안 한국 축구팬들에겐 관심 밖의 대회였다. 하지만 올해는 박항서 감독의 영향으로 한국 축구팬들도 많은 관심을 가졌으며, 결승전 시청율이 20%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스즈키컵을 보면서 내가 느낀 건
- 예전보다 많이 향상되긴 했지만 아직 동남아시아의 축구 실력은 부족하다.
- 그럼에도 저 열정적인 응원이 참 부럽다.
우리의 아시안컵
2019년이 다가오는 지금 한국 축구 팬들에겐 한 가지 논쟁거리가 있다. 그것은 바로 손흥민과 기성용의 차출 여부. 뉴스 기사에 달린 댓글을 잘 안 보는 편이긴 하지만 요즘 눈에 띄는 댓글들이 있다.
보다시피 상당수 팬들이 손흥민의 차출을 반대하고 있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속상한 댓글은
수준 낮은 아시안컵에서 뛰는 것보다 토트넘 4경기에 나오면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국위선양 하는거다.
축구국가대표의 가장 큰 대회는 월드컵과 대륙별 국가대항전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로대회, 코파아메리카,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골드컵 등이 바로 그 예이다. 우리 아시아 지역엔 아시안컵이 있다.
아마 저 축구팬들은 유로에 열광하고 코파아메리카 결승 중계를 지켜보는 해외축구팬일 것이다. 나 역시 그 대회들을 좋아하는 축구 팬인데...우리 축구국가대표팀이 참가하는 중요 대회인 아시안컵을 무시하는 것은 참 속상하다.
아시안컵에서 우승해야하는 이유
또 가끔 "손흥민, 기성용 없이 국내파로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는 댓글들도 있는데 우리는 그동안 차범근, 박지성 등등 소위 국가대표 전설들이 있을 때도 우승하지 못했다. 우리가 이 수준 낮은 아시안컵에서 우승한 것은 벌써 60년 전이며 그땐 지금처럼 아시안컵이 규모있게 치뤄지기 전이다.
외국 축구팬들(아시아 포함)에게 아시아 축구의 최강국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아마 거의 대부분 일본을 말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 2000년 이후 열린 5번의 아시안컵에서 무려 3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호주도 최강이라 평가 받는데 지난 대회 결승에서 우리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가 아시아 최강임을 자부하려면 반드시 아시안컵 우승이 필요하다.
또,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하면 작은 월드컵이라 부르는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참여할 수 있다. 대륙간 컵 우승국들끼리 붙는 이 대회를 통해 월드컵이 치뤄지기 전 미리 현지에서 적응을 할 수 있으며, 최강국들과의 경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맨날 평가전 상대가 허접한(?) 상대들이라고 축협을 욕하는데 최강국들은 평가전으로 우리와 붙어주지 않는다. (그들에게 득될 것이 없다.)
손흥민 기성용 등 주전들의 차출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서는 반드시 우리 축구대표팀의 에이스들, 주전들의 차출은 필요하다. 피파에서 괜히 대륙별 국가대항전에 국가대표 차출을 의무화한 것이 아니다. 그만큼 중요한 대회이기 때문에 각 리그에 그런 의무규정을 박아넣은 것이다. 게다가 기성용은 국가대표팀의 정신적 지주이고, 손흥민은 월드컵 이후 국가대표팀의 주장을 맡고 있다. 이런 핵심 선수들이 차출되지 않는다면 이번 아시안컵 역시 우승은 물 건너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저런 댓글들이 의미가 없는 것이 선수들에게 아시안컵 차출은 매우 명예로운 일이다. 해외에서도 국가대표 경력은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며 심지어 취업비자를 발급할 때도 최근 몇 년간 국가대표 경기 중 몇 %를 뛰었느냐가 기준이 될 정도이다. 그리고 손흥민 개인 커리어에 아시안컵 우승이 있다면 차범근, 박지성을 뛰어넘는 한국 축구 최고의 전설로 기록될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 축구팬들이 난리를 쳐도 손흥민과 기성용은 부상이 아닌 이상은 국가대표팀의 부름에 응할 것이다.
지난 2011 아시안컵 때 당시 국가대표팀의 핵심 선수 중 한 명이었던 모 선수가 부상을 이유로 불참을 했다. 그런데 여기에 논란이 되었던 것이 아시안컵 불참을 확정짓고 얼마 뒤 소속팀 경기를 뛰었다. 아마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은데 이 선수가 (
군 면제가 걸려있는)런던올림픽 때는의무 차출이 아닌데도 차출에 응해서 더더욱 논란이 되었다.(심지어 그 선수 덕분에 동메달을 획득해 면제도 받았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의심스러웠으며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스즈키컵의 열정을 배워오자.
베트남이 박항서 감독을 통해 한국 축구를 많이 배워갔다. 그들은 충분히 열정적이었고,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기술적이었으며, 체력 역시 우월했다. 마치 우리가 2002년 때 네덜란드의 축구를 배웠던 것처럼...
허나 우리도 베트남인들에게 배울 것이 있다. 어떤 대회이든 국가대표 경기에 모두가 열광하며 응원하는 그 열정이다. 게다가 아시안컵은 스즈키컵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위상이 높은 대회이며 중요한 대회이다.
매번 월드컵이 끝나면 K리그를 많이 사랑해달라고 한다. 물론 K리그가 많은 사랑을 받아야 우리 축구가 전반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허나 그만큼 월드컵이 아닌 국가대표 주요 대회, 아시안컵을 사랑했으면 한다.
축구를 안 좋아하는 분들도 많지만 ㅎ 여긴 내 블로그이므로 이런저런 생각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