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초1. 땅딸막한 키에 통통한 몸매. 동그란 얼굴에 걸친 동그란 안경. 노는게 제일 좋다고 노래부르는 뽀로로를 연상시키는 아들의 친구다.(편의상 뽀로로라 지칭하겠다.사실상 이 아이는 놀이터에서 가장 늦게까지 노는 아이이기도 하다.) 뽀로로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학교가 끝나면 잠시 돌봄교실에 있다가 유일하게 다니는 학원인 미술학원이 끝나면 아파트 단지내 놀이터를 전전하며 논다. 가장 늦게까지. 해가 지도록.
학기 초, 놀이터에서 놀던 래이가 집으로 들어왔는데 래이 뒤로 뽀로로의 얼굴이 보였다.
래이 왈, "엄마! 뽀로로가 목이 마르다는데, 집에 아무도 없대. 그래서 우리집으로 왔어."
갑자기 우리집에 온 아들 친구를 보며 당황스러웠지만 물을 따라 내밀었다.
그러자 뽀로로 왈, "전 우유를 좋아해요! 우유 있나요?"
"응..그..그래.."
다시 우유를 따라줬다.
우유를 시원하게 들이킨 뽀로로는 조금만 놀다가 가면 안되겠냐고 했다.(사실 이 녀석은 충분히 혼자 집에 들어가서 물을 마실 수 있는 아이다. 아마 래이를 따라 들어온건 물을 핑계로 우리집에서 놀고 싶었기 때문인거 같다.) 이미 저녁 6시가 훌쩍 지난 시간이라, 오늘은 너무 늦었고 래이 아빠도 조금 있으면 오시니 10분만 놀고 가라고 했다. 뽀로로는 래이 방에서 캔디머신기를 발견했고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이모! 여기 넣는 초콜렛 있나요?"
"아...아니~ 다 먹어서 없는데~"
"아...이거 해보고 싶은데!"
그리고 다음 날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택배 아저씨인가 싶어 문을 열었는데 뽀로로였다. (딱 한번 와보고 녀석은 귀신같이 우리집 호수를 외웠다.) 뽀로로의 손에는 앰앤앰 초콜렛이 들려있었다. 하지만 그 시각 래이는 막 피아노 레슨을 시작한 참이었다.
"지금 피아노 선생님이 와계셔서 래이가 놀 수 없어"
"그럼 쇼파에 앉아서 기다리면 안되요?"
"레슨이 지금 막 시작되었기때문에 끝나려면 한참 걸려. 다음에 놀자" 라고 말하고 돌려보냈다.
생각할수록 참 당돌한 아이. 초1이 맞나 의심이 들정도다. 어느 날인가는 래이를 데리고 문구점에 가서 뽑기를 해주고, 어느 날인가는 래이에게 과자를 사주기도 했다. 계속 이런일이 반복하면 안될것 같아서 뽀로로에게 전화했다.
"뽀로로야, 너 돈 어디서 났어?"
"어...어...어... 지갑에서요"
"누구 지갑?"
"제 지갑이요"
"혹시 엄마에게 허락 받고 사주는 거니?"
"아니요..."
"그렇구나. 엄마가 뽀로로 간식 사먹으라고 넣어주신 돈인거 같은데, 그걸로 자꾸 친구 사주고 함부로 쓰면 안될것 같은데. 다음부턴 놀이터에서만 같이 놀고, 슈퍼는 함께 가지 않는게 좋겠어"
"네.."
사실 난 아직 래이에게 용돈을 주지 않는다. 내가 집에 있으니 집엔 언제나 간식이 있고, 굳이 슈퍼에 갈 필요가 없다 ㅠㅠ 하지만 뽀로로와 새로운 경험을 해본 래이는 용돈을 요구했고, 결국 래이에게 스티커 30개 모으면 용돈을 천원씩 주기로 하고, 그 돈만큼은 친구에게 과자를 사주든 자신이 먹고싶은걸 사먹든 자유롭게 쓰라고 이야기해주었다.
래이 친구중에는 아직도 놀이터에 엄마와 함께 나와 노는 친구들도 많다. (사실 래이도 작년까진 내가 꼭 데리고 다녔었다) 뽀로로를 보며 아이마다 발달속도(?)가 참 다르다는걸 깨달았다. 아이가 커갈수록 "자유" 와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가기가 쉽지 않음을 느낀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