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스리랑카 중부의 캔디시 인근 정글들을 좀 쫓아다녀야 했습니다. 주로 네팔에서 일했지만 어쩌다 한번씩 스리랑카에 가야 했죠.
인도 델리의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이 제3청사가 생기기 전과 대비하면 스리랑카의 반다라나이케 국제공항은 훨씬 더 깨끗했어요. 그런데 비행기에서 내려서 이민국으로 천천히 걸어가다보면 사람 좋게 생긴 콧털 수염 아저씨 한 분의 웃고 있는 큼지막한 사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분... 입니다.
마힌다 라자팍샤 당시 대통령입니다. 지구별이라는 곳이 워낙 문화적 차이가 많이 있는 곳이긴 합니다만, 공항에서부터 그 나라 대통령이 크게 웃고 있는 사진 혹은 근엄한 사진이 있는 나라들치고 종교, 집회, 결사,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는 없습니다.
저 양반이 사람 좋게 웃고 있지만 전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거죠. 이 분은 2005년 11월 19일 처음 스리랑카 대통령에 취임했는데... 당시 제1 공약이 스리랑카 내전의 종식이었습니다.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Liberation Tigers of Tamil Eelam)를 싹 쓸어버리겠다고 공언 하셨죠. 그리고 공약을 실행합니다. 2009년 5월 18일 공식적으로 스리랑카 내전이 종식됩니다.
스리랑카 인구의 대부분은 불교도들입니다. 살생을 금하는 불교국가에서 대규모 살생을 하려고 하면 그걸 정당화 시켜주는 스님들이 필요한 법... 이죠. 힌두교도들인 타밀반군을 죽이는 것은 불살생의 계율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는 쇄뇌공작을 펼치면서 불교 극단주의 세력이 세를 얻게 됩니다. 이들 중에 가장 악질적인 이들이 부두 발라 세나(Bodu Bala Sena, 약칭 BBS)입니다.
그런데 2009년에 내전이 끝났잖아요? 부두 발라 세나는 2012년에 결성된 단체에요. 힌두교도인 타밀족은 강제수용소에 들어가 있거나 애초부터 스리랑카의 주류인 싱할리족에게 협조적이었던 이들을 빼면 딱히 문제 삼을 일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들은 무슬림을 타겟으로 삼습니다.
이들이 단체 결성 직후부터 했던 일은 할랄식품 인증 시스템 반대 운동이었습니다. 원래 스리랑카의 할랄식품은 이슬람 성직자 그룹인 All Ceylon Jamiyyathul Ulama(ACJU)라는 기구에서 맡고 있었습니다. 이걸 인증 해주는 수수료로 ACJU는 스리랑카에서 이슬람 활동을 하고 있었지요.
BBS는 대중들에게 “무슬림들이 그들의 종교적 의식을 거행한 음식을 우리들에게 노출시키고 있다. 이 다음에 그들이 할 일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야를 강제할 것이다. 그들은 이미 그들의 금융시스템을 우리나라에 갖고 왔다”고 선전하고 다녔습니다.
이 나라도 뭐 빨리 돌아가는 나라가 아니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니 아주 빠르게 일이 돌아갔죠. 2013년 3월 13일 라자팍샤 정부는 CJU에게 더 이상 할랄 음식 인증 자격이 없고 할랄음식 인증은 별도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결정합니다.
한국의 땡중들은 마누라 만들고 애 만들고 돈 모으는 정도의 수준이지만, 이 나라의 땡중들은 사람 죽이는 것을 권장하는 설법을 하던 양반들이다보니... 훨씬 더 잔혹합니다.
남들이야 인권 침해라고 고소 고발을 하든 말든, 라자팍샤 대통령은 30년 이상을 끌었던 내전 종식의 영웅이었던지라 인기가 좋았죠. 자신의 형과 동생도 내각에 끌어들였었는데... 이 분들이 MB수준에는 좀 못 미치지만 상당한 수준으로 해드시게 됩니다. 고위직 공무원들의 부패 스캔들이 계속 터지더니 결국 2014년 말에 벌어진 선거에서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이 당선되지요. 정권교체가 된 겁니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어떻게 국회에는 입성하는데 성공했었는데... 최근 이들 형제들이 다시 모이고 있었던 중입니다. 어제부터 발생하고 있는 스리랑카의 소요는 이들 형제들과 BBS등의 스리랑카 불교 민족주의 단체들이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https://www.aljazeera.com/news/2018/03/sri-lanka-muslim-shops-mosques-targeted-buddhist-hardliners-180305165900594.html
만약... 지금 캔디에서 무슬림 상점들을 공격하고 있는 폭도들이 빨리 제압된다면 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없습니다. BBS는 미얀마에서 100만명의 로힝야 난민을 발생시킨 주범인 위라투와 아주 친합니다. 이들 단체가 그 비슷한 형태의 소동극을 벌이는 것이라면 솔직히 빨리 정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면 지금 집권중인 시리세나 대통령은 이 땡중들에겐 아주 단호한 분이거든요.
하지만 이들이 빨리 체포되지 않는다면... 라자팍샤 전 대통령 일가가 뒤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회혼란을 핑계로 철권통치가 필요하다는 선동빨이 먹히기 시작한다면 스리랑카 정계는 어떻게 돌아갈 지 모릅니다...
당분간 스리랑카 여행 계획을 가지셨던 분들이라면 네곰보에서 골로 이어지는 해안 루트를 선택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캔디는 못 들어가니까 포기하시구요. 저도 좀 지켜봐야 할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