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미팅 후, 행사 준비하는데 이틀 정도 준비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글에선 안 밝혔던 겁니다만, 아내님은 한국으로 치면 인구 140만 정도 되는 집단의 미인대회 우승자입니다. 네팔의 경우엔 본인 성씨들끼리의 미인대회가 따로 있어요. 2010년 미인대회에서 공동 선을 했지요. 그리곤 저희가 행사를 준비하던 인근지역 FM방송국에서 프로그램 몇 개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알고보니 아내님은 라디오 프로그램 이외에 대규모 행사 진행은 해본적이 없었다는 겁니다. 거기다 이 행사는 네팔 국회의장님이 참석하는 환영행사. 사실 간단하게 한국어와 영어로 다른 분이 순서를 읽은 다음에 네팔어로 그 내용을 전달하면 되는 일이었는데, 긴장을 많이 하더군요. 환영 행사니까 환영사 정도는 자기에게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 앞선 스케쥴은 어떻게 되느냐 등등을 꼬치 꼬치 묻더군요.
뭐 아는 대로 대답했었습니다만, 뭔가 불안한 모습이었습니다.
행사날 꽃단장 하고 나타나셨죠. 그런데... 수백 명의 외국인들이 앞에 앉아 있고, 국회의장이 내빈석에 앉자마자 얼었던 것 같았습니다. 한국 분들이 약간 흐트러진 상태로 앉아 있으니 원래 진행하려고 했던 행사 큐시트를 떨구면서 본인이 이야기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지 못하더군요. 나중에 물어보니까 원래 짰던 행사 식순이 몇 단계가 바뀌면서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었다고 합니다.
다른게 찬스인가요. 어필하려는 분께서 어려움을 겪고 계실때 그 어려움을 해결해드릴 수 있는 것이 찬스지. 행사 식순이 뒤죽박죽 되면서 올라와서 마이크 잡았던 분들의 발언 내용을 간단 간단하게 요약해 주는 메모를 쓰면서 맨 위에 이렇게 적어줬습니다. “Don't be nervous, just focus on cue sheet.”라고. 그리곤 전해주면서 제가 뭔가 썰렁한 농담을 했다고 하는데 저도 기억 안나고 아내님도 기억 못합니다.
그 다음부턴 그럭저럭 행사 진행을 하고, 나중엔 국회의장 수행원들과 참석한 내빈들의 네팔어-영어 통역도 곧잘 하더군요. 야구로 치면 루키가 기세 등등하게 경기에 나섰다가 헨드볼 점수를 상납하는 그림이었죠. 그래도 어색하게나마 같이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