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거래소에 작전세력이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그들이 작전시간 등을 공개하는 내용도 찾을 수 있다. 이 책에는 그런 작전 같은 것도 필요없이 훌륭하게 거래소를 약탈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와있다.
예를 들어보자. 만약 당신이 빗썸이나 코인원, 코빗에 들어오는 모든 주문량과 매도, 매수 호가를 0.001초 미리 알 수 있다면? 그래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0.001초 미리 주문을 낼 수 있다면 어떨 것 같은가? 아니면 폴로닉스나 중국 거래소의 주문량과 매도 매수 호가를 0.001초 미리 알고 한국 거래소에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한국 거래소가 그들과 항상 같이 움직이지는 않지만)
굳이 작전을 벌이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절대 손해를 걱정할 일도 없다.
이 책 '플래시 보이스'는 미국 증시에서 합법적(? ^^)으로 0.001초라는 미세한 시간을 이용해 투자자들을 약탈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어보면 정말 월스트리트와 대형 은행들에서 일하는 자들이 똑똑하고 영리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런 거래를 하는 자들을 '초단타매매 트레이더'라고 하는데 1초에 수백, 수천 번의 주문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동으로 처리한다. 미국 증권가와 대형은행들의 수입 중 80퍼센트 이상을 이들이 벌어들인다고 한다.
그들이 이런 약탈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미국내 13개 거래소로 전해지는 매도와 매수 주문을 먼저 알아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거래소 바로 옆 건물에 서버를 설치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아예 거래소 내에 장소를 임대해 서버를 설치하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모든 주문을 처리한다. 남들보다 0.001초라도 빨리 알아내야 하기 때문에 속도를 단축하기 위해 거래소 사이 광케이블을 가장 짧은 거리로 연결될 수 있도록 땅도 파고 길도 만든다. 속도만 빠르면 남들보다 먼저 체결하고 주문을 가로챌 수 있는 것이다.
이책에서 고발한 불공정 거래의 세 가지 유형을 인용한다.
[첫 번째는 '전자 선행매매'electronic front-running라고 불리는 행위로, 어떤 한 장소에서 투자자의 움직임을 미리 본 뒤에 다음 장소로 그 투자자를 앞질러 가는 방식이었다.
두 번째는 '리베이트 차익거래'rebate arbitrage라고 불리는 행위로, 리베이트를 주는 본래 의도였으리라 추정되는 유동성을 제공하기 않고도 거래소가 주는 리베이트를 가로채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복잡한 매매를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세 번째는 '느린 시장 차익거래'slow market arbitrage라고 부르는 행위로, 짐작컨데 아마도 가장 횡행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는 초단타매매 트레이더가 어떤 한 거래소에서 체결된 주식의 가격을 본 다음, 다른 거래소들이 미처 그 결과를 반영하기도 전에 그 거래소들로 가서 거기에 있는 주문을 선점하는 행위였다.
예를 들어 P&G 주식의 호가가 80-80.01에 형성되어 있고, 모든 거래소의 사자와 팔자 양쪽에 매수자와 매도자들이 있다고 하자. 이때 NYSE에 대량 매도자가 나타나면, NYSE의 호가는 79.98-79.99로 떨어지게 된다. 초단타매매 트레이더들은 79.99달러에 NYSE에서 매수하여 시장의 공식적인 호가가 미처 바뀌기 전에 그 밖의 다른 모든 거래소로 가 80달러에 매도한다. 매일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다른 매매전략을 합친 것보다 1년에 수십억 달러는 더 벌어들이고 있었다.
이 모든 세 가지 약탈적 전략의 성패는 속도에 달려 있었으며... - p 226, 227]
이 책에는 이렇게 투자자들의 돈을 약탈하는 불공정 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읽다보면 정말 약은 사람들이 많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어느 정도 법적인 안전망이 있는 주식거래소에 비해서 코인 거래소는 얼마나 취약한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에 나오는 영리한 사람들, 내 기준엔 거의 천재인 프로그램 전문가, 네트워크 전문가, 금융거래 전문가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코인 거래소 같은 건 금방이라도 장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그들이 노는 바다에 비해 약소한 연못 같은 곳이라 지켜보는 지도 모르지만.
최근에 비자카드에서 이더리움 전문가를 채용한다는 광고를 본 적이 있는데, 본격적으로 대형은행과 금융기관에서 개입하려는 징조일까? 알 수 없지만 부디 성공적인 투자 되시길 바란다.
2014년 10월에 출간된 책인데, 지금 읽어보기에도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읽다보면 돈이 걸려있는 시장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실감할 수 있다. 관심 있는 분은 읽어보시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초단타매매'에 대해 책의 일러두기를 소개한다.
[초단타 매매는 'High Frequency Trading'(HFT)를 뜻하는 것으로 .... 데이트레이딩Day Trading이나 스캘핑Scalping과는 다른 개념이다. HFT는 고성능 컴퓨터를 통해 수백만 분의 1초라는 짧은 시간동안 고빈도로 매매하는 거래방식으로, 알고리즘 이용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