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자극과 정보를 골라내기하는 삶을 살고 있다보니 찬찬히 읽거나 공들여 들여다보지 못하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글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라서, 특히 무언가를 전달하거나 말하고 싶거나 생각을 쏟아내고 싶은 글을 읽을 때면 소화를 시키기에 시간과 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생산자 역할에 충실히 글쓰기'가 기저에 깔린 글을 읽으면 글의 행간을 깊게 파고들거나 골라내는 작업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기에, 몇 개의 글을 읽다가 뻗어버리기 일쑤였다. 누구나 방송을 하는 세상이 왔지만, 개개인으로부터 발화하는 모든 방송이 모조리 - 다시 말해 피할 곳 없이 - 귀에 들리는 세상은 꽤나 끔찍할 지도 모른다.
방송을 하는 꽤 많은 사람들은 방송에 대한 반응을 보고 싶어한다. 애초에 닿지 않을 방송을 하는 것은 꽤나 모순적일 것이기에: 닿고 - 닿는 반응이 있고 - 닿는 반응이 다시 되돌아오기를 바란다. 이건 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서,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글은 돌아보면 누구에게나 반응을 보고 재고 싶은 글이 된다. 그런 의도를 모른척하기란 참 어렵다. 특히나 어떤 관계가 형성되고 나면.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반응 (그 것이 리플이 되었건 추천이 되었건 인용이 되었건)을 보여주려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글을 생산한 상대에게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지 못하면 안된다는 두려움과 함께 스스로의 부채의식을 덜면서.
하지만 그러한 종류의 미안함은 오히려 지니고 가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미안함을 가지고 있다보면 찬찬히, 공들여 읽는 때가 찾아올 때에 갑자기 어떤 이야기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섣불리 실망하거나 노여워하지 않아도 좋으리. 채워지지 않은 댓글 공간의 여백 중 어떤 부분에는, 찬찬히-공들여 읽지 못함에 대한 미안함이 깨어날 날을 기다리며 아직 잠을 자고 있을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