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ay님의 글을 읽고 '은교'를 꺼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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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teemit.com/kr-writing/@slay/6jhhwr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받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늚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영화 [은교] 에 나온 대사였네요.
저도 이 한 줄이 너무 가슴에 와 닿아서 책까지 읽게 됐었던 기억이 납니다.
Slay님 글을 읽고 다시 은교에서 그 한 줄을 찾아 헤맸네요.
결과적으론 책에선 못 찾았습니다.
대신 박범신 작가가 얼마나 글을 잘 쓰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네요.

처음 읽었을 땐, 그저 자극적인 소재에 취해서 읽었습니다.
여고생, 30대 후반 아저씨, 60대 후반의 노인.
세 사람의 은밀한 로멘스.
두번째 읽었을 땐, 박범신의 묘사를 훔치고 싶어서 읽었습니다.
그가 아니, 소설 속 화자인 시인 적요가 찬란한 젊음, 소녀 은교를 어떻게 그리는지 궁금했거든요.
아무 생각 없이 읽을 땐, 와.. 야하다 좋다.
이랬는데, 막상 훔치려니까 잘하면 훔칠만 하겠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세번째 읽으면서 그 때 제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느꼈네요.

오늘 다시 읽어보니 [은교]의 진미는 심리묘사였습니다.
이적요의 심리.
노랑머리 청년 F에게 모욕당하고
은교와 함께 카페에 들어갔다가 웨이터에게 무시당하며 쌓인 울분이
카페를 나와서 감자탕집으로 자리를 옮겨 폭발하고 맙니다.
은교와의 첫 데이트를 망치는 과정에서 고조되는 '이적요'의 심리묘사가 인상깊었습니다.

이번에도 느꼈지만, 좋은 책은 읽을 때마다 다른 감회를 느끼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한은교, 서지우, 이적요 세 사람 모두 가슴 한켠이 텅빈 채, 가질 수 없는 것을 갈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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