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내 여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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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형입니다.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있어 글을 써봅니다.

저는 올해로 스물 아홉.
호주 워킹홀리 당시 일본인 여자친구를 만났는데
올해 5월이 되면 만난지 4년이 됩니다.

다음주에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는데, 그 전에 이탈리아에 관련된 영화를 보면 좀더 좋은 여행이 된다고 해서,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거기에 나오는 주인공이 너무 멋지고 사랑하는 여자한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제 스스로가 하고있는 사랑이란 것을 잘하고 있냐고 반문하게 되었고, 대답은 아니요 였습니다.

4년이란 시간동안 참 많이도 익숙해졌구나.. 하고 반성을 했습니다.

처음엔 머리가 빠지던 말던 한 껏 발라서 멋부리던 왁스는
이제 어디갔는지 찾을 수 도없고, 여자친구를 만날땐 항상 머리도 감기가 귀찮아서 모자를 자주썼었고...

옛날엔 누가 안시켜도 미친듯이 운동을 하고, 스스로를 가꾸고 옷도 주기적으로 사 입고 그랬는데, 그땐 여자친구가 없어서 만들기 위한 발악이었을까요.
여자친구가 생기고 나서는 스스로를 꾸며본적이 없습니다.
매일 바르던 왁스가, 이젠 친구 결혼식 정도.. 바를까말까.

운동을 미친듯이 한 덕분에 여자친구를 만나기 직전까진 그래도 꽤 근육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뱃살 괴물이 되버렸네요.. 자기 표현을 강하게 하지않는 일본인 기질이 있어서, 그녀의 섭섭함을 쉽사리 눈치채지 못했지만, 지금 곰곰히 생각해보면, 뱃살 좀 빼는 게 어떻겠냐고 조심히 돌려말했던 적이... 있었네요...
앞으로 특훈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여자친구 생일, 만난지 1주년 2주년 기념일 크리스마스 등은 한 달 전부터 선물 살려고 심각하게 고민을 하곤 했었는데, 여자친구 만나러 갈 때 면세점에서 매일 깜짝 놀랄 와인을 사들고 가곤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최근 그런적이 없네요.
어떤 언질도 없이 와인하나 사서 툭 던져줬을 때 로또 당첨된듯 기뻐하던 그 모습을, 뒤로하고 짐이 무거워진다고 이제 사지도 않다니.. 저는 진정 쓰레기인가요.

야행성이라 여자친구보다 늦게 자는 저는 2년차까지만해도 자기전에 긴 문장으로 너무 사랑한다고 말해주곤 했었는데.

심지어 이 많은 것들이 제가 일본어를 하나도 모르고, 영어로 힘들게 대화할때 일어난 일입니다.
지금은 일본어가 익숙해서 전하고자 하는 말을 아주 쉽게 전할 수 있는데, 그러질 않네요.

한국 남자는 결혼 전과 결혼후는 다르다고 걱정하며 묻던 여자친구에게 나는 절대 안그렇다고 자신있게 얘기했건만 벌써 이렇다니... 스스로를 많이 반성하게 됩니다.

호주에서 같은 동네 살았던 1년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일본-한국 장거리 연애를 3년간 하고 있는데 제가 점점 식어가는 듯 보여서 여자친구 또한 많이 힘들어서 헤어지잔 말을 몇번 했던 거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좋아해서, [물론 한국에서 취업이 힘들었다는 이유도 있지만] 계속 같이 있고 싶어서 제가 일본에 취업을 했고, 올해 4월 부턴 길었던 장거리 연애를 그만하고 단거리? 연애가 될거같은데, 지금 이대로라면 결혼하자고 해도 승낙 받긴 힘들거 같습니다..ㅎ

사랑에도 초심이 필요한거 같습니다. 아니.. 특히 사랑에는 초심이 중요한것 같습니다. 다른 언어 다른 문화 다른 국적에서 4년간 어찌 이어왔지만, 앞으로 같이 살날이 더 기니까.. 초심을 잃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사실 최근 이제 제가 일본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니 점점 자리잡고 9년간 백수 했던 것 보단 안정적으로[처음엔 연봉이 짜서 힘들지만] 살 수 있을거 같아서, 결혼하잔말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초심을 살려서 진심을 다해 말을 해야겠습니다.

지금 결혼 하신분들을 보면 정말 대단한것 같습니다.
결혼, 출산을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이 한두개가 아닌데.. 이 모든 산을 넘고 넘어서 한 집에 두 남녀가 살게 되는건 ...... 엄청난 일이 아닌가요..

그러고보니 초기엔 매일 했던 전화가 이젠 일주일에 1번정도로 줄어버렸네요..

하. 다 내잘못이지..

일본어 하나도 모를때 일본노래 연습해서 가라오케에서 불렀더니 너무 고맙다며 펑펑 울던 여자친구였는데, 귀찮아서, 익숙해서 잘 해주지 못했던게 지금에서야 너무 미안합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회사로부터 합격 통지를 받았을때 울어줬던 여자 둘이 있었는데, 엄마와 여자친구네요.

적어도 남자로 태어났으면 엄마와 여자친구 눈에는 눈물 나게 하지말아야지. 하고 살아왔었는데, 여자친구를 위해서 일본으로 가는 엄마에게의 불효를 하면서, 여자친구한테도 최선을 못하는 바보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반성합니다.

뭔가 부끄러운 신세한탄이 되어버렸지만, 역시 글을 쓰니 저의 잘못들이 하나하나 정리가 됩니다.
허허... 앞으론 익숙함과 귀찮음 없이 있는 소중한 사람을 힘껏 사랑해야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