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동몽(異床同夢)
난 김창열미술관에서 <식물학개론>을 보고 주변에 위치한 제주현대미술관을 방문했다. 제주현대미술관에서는 지역네트워크교류전인 <이상동몽(異床同夢)>이 열리고 있었다. 참여작가는 장은경, 이유미, 이안리 세 작가였다.
이상동몽(異床同夢)? 그것은 ‘같은 잠자리에서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을 뒤집은 사자성어(四字成語)이다. 따라서 ‘이상동몽’은 다른 잠자리에서 서로 같은 꿈을 꾼다는 뜻이 되는 셈이다. 제주현대미술관은 ‘이상동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해 놓았다.
“‘이상동몽(異床同夢)’은 행동하는 장소나 처지는 달라도 생각과 목적은 같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가들의 환경과 경험, 관점이 각기 다르고, 창작에 있어서의 표현방식이나 과정이 다를지라도 이들이 꿈꾸는 이상 세계는 하나임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장은경은 제주현대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이고, 이유미는 몇 년 전부터제주에 정착해서 작업하고 있고, 이안리는 서울 성북문화재단 추천으로 이번 제주 전시에 참여했다. 따라서 그들은 행동하는 장소나 처지가 다르다.
그렇다면 그들이 꿈꾸는 이상세계는 하나일까? 일단 난 그 3인방의 작품들에 대해 제주현대미술관 측의 해석들을 이곳에 인용해 놓겠다. 따라서 그들의 꿈이 같은지/다른지 여러분들께서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이안리 작가는 자신이 살아왔던 기억 속 편린들을 재조립하고 일상의 사물들을 재구성하는 방식을 취한다. 작가의 주변에서 발견된 사물들에서 특별한 의미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연필드로잉과 모빌, 오브제, 퍼포먼스 영상 등으로 보여준다. 기존에 선보인 작품 외에도 이번 전시를 위해 제주의 곳곳을 다니며 채집된 사물들을 하나의 소통의 채널로 사용한다.”
“오랫동안 자연현상과 그에 따른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움직임에 큰 관심을 가져왔던 장은경 작가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에서 불변의 법칙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포착하는 장치들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색이나 형상 또는 연결된 오브제들의 결합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늘 관객들이 참여의 여지를 남긴다. 장은경 작가는 제주에 머물면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더욱 깊이 있게 탐색하고 있다. 자연물과 인공적 오브제의 경계를 허물면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이루는 이상향을 구현하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유미 작가는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바탕으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서 느끼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종이의 물성에서 찾아가는 시도를 한다. 가변적이고 촉각적인 종이의 물성은 고스란히 그의 작품에 따스한 인간애(人間愛)를 느끼게 한다. 철로 골격을 만들고 그 위에 종이를 붙이고 말리고 깎기를 수없이 반복하여 탄생하는 그의 작품은 그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인간의 현실에서 느끼는 세속적인 감정들을 걸러내고 승화된 내면의 본질들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자,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가? 제주현대미술관 측에서 해석한 미녀삼총사의 작품들이 같은 이상세계를 지향하고 있는가? 오히려 미녀삼총사의 작품은 ‘제주’라는 같은 장소에서 서로 다른 꿈을 지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본 미녀삼총사의 작품들은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안리의 ‘연필 드로잉’과 장은경의 ‘설치작업’ 그리고 이유미의 ‘조각’은 독특한 감성을 자극한다. 따라서 난 그녀들의 작품들에 푹 빠져버렸다.
그런데 그녀들의 작품들에 빠진 경험이 있는 내가 여러분께 한 가지 당부드릴 것이 있다. 만약 당신이 그녀들의 작품들을 보게 된다면, 당신은 그녀들의 작품들에 빠질 것이고, 그녀들의 작품들에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머시라? 왜 그녀들의 작품을 보면 헤어나오지 못하느냐고요? 만약 당신이 그녀들의 작품들을 직접 본다면 경험하게 될 것이다. 뭬야? 어떻게 그녀들의 작품들에서 빠져나왔느냐고요? ‘이상동몽’의 답변으로 양슉의 <헤어나오지 못해> 마지막 소절을 인용하겠다.
“헤어나오지 못해
이건 병원 가야 돼
나 헤어나오지 못해
응급실 가야 해 내가 미쳤나봐“
제주현대미술관의 <이상동몽>은 4월 22일까지 전시된다.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