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월드컵 4강 진출과 함께 우리나라 축구의 최대 업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박지성 신화’다. 하지만 박지성 신화는 박지성의 노력과 성실함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절대 아니다. 그 화려한 스토리 뒤에는 엘리트 체육과 성적만능주의에 의해 청춘을 희생한 수많은 축구선수들이 있다.
우리나라는 독재정권이 들어선 후 3S정책에 기반한 엘리트체육 육성에 집중했다. 엘리트 체육은 소수의 인원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하여 적은 인프라로 최고의 성적을 내는 효율성을 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열악한 인프라 속에서도 비용대비 최고의 성적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철저한 성적만능주의 속에서 선수들이 육성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결과의 노예가 되고, 성적이 뒤떨어지는 선수들은 경쟁에서 배제되어 희생된다.
희생된 선수들의 미래는 밝지 않다.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기본적인 학업마저도 포기하고 축구에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 축구선수가 프로선수가 될 확률은 1%가 안 된다. 거기에 프로선수가 되어 커리어를 유지하는 선수들을 따져보면 확률은 더 낮아진다. 우리나라의 유소년 축구는 그야말로 인생을 건 도박인 것이다. 도박을 실패하면 남은 것은 벼랑 끝이나 나락일 뿐이다. 몇 년 전 KBS에서 방영된 청춘FC가 이러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보통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스포츠 선진국의 경우,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에 대한 구분 없이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이 함께 성장한다. 생활체육의 발전된 형태가 엘리트체육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에서 국가적으로 결과만을 위해 엘리트체육을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그러다보니 단기간에 수많은 영웅과 기적을 만들어내며 결과를 냈지만, 많은 희생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었다.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기형적인 결과인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장기적, 단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한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선수들의 학업을 장려하여 프로가 되지 않더라도 다른 꿈을 쉽게 꿀 수 있게 해야한다. 최근 만들어진 C0룰은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정책이다. C0룰이란 직전 2개 학기 평점평균 C0를 넘긴 학생선수들에게만 대학스포츠 리그 참여자격을 부여하는 규정을 말한다. 이는 학생들의 학업권을 보장하고, 공부하는 학생선수를 육성할 수 있게 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또한 지도자와 학부모, 정부가 노력하여 학생들이 축구를 즐기면서 다른 꿈을 모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단순히 축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축구와 함께 말하기, 글쓰기, 디자인을 배우는 등 축구를 그만두더라도 관련 직업으로 진출할 수 있게 토대를 만들어 나가야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을 통합해야한다. 잉글랜드의 경우 프로리그와 아마추어리그가 통합되어 운영되고 있다. 총 24부리그로 만들어져 있으며 이론적으로 24부리그 팀이 1부리그로 승격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도 이에 맞게 K리그 디비전 시스템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초기인 만큼, 시스템이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구단운영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만약 디비전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자리잡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관련 일자리들이 늘어날 것이고 이 일자리는 프로 대신 다른 길을 택한 선수들이 채우게 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장기적인 정책과 단기적인 정책이 조화롭게 이루어진다면, 이와 같은 시너지효과를 통해 우리나라 축구를 더욱 급성장 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