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여성스포츠인들의 공통점은 쉽지 않은 환경에서 자신이나 가족의 힘으로 힘들게 스포츠를 해왔다는 것이다. 이는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 모두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여성스포츠인들이 겪는 첫 번째 난관은 인프라 부족이다.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 자체도 부족하고, 여성체육인들이 적다보니 여성끼리 운동하기도 쉽지 않다. 유튜브의 한 영상을 보면, 김연아 선수가 선수들만 사용하는 아이스링크가 아닌 아이들이 놀러가는 아이스링크에서 연습하는 영상이 나온다. 세계 신기록을 11회나 경신한 피겨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피겨선수가 최악의 인프라에서 훈련한 것이다. 영상 속의 김연아의 표정이 모든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여성스포츠인들이 겪는 두 번째 난관은 여성의 운동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이다. 주로 ‘여자는 여성스러운 스포츠를 해야한다’는 시선이다. 또한 ‘여성과 남성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다’는 성차별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가 학창시절 체육시간의 ‘남자는 축구, 여자는 피구’이다.
우리나라의 여성스포츠인들이 겪는 세 번째 난관은 성적만능주의이다. 외국의 경우 스포츠를 ‘배움의 수단’으로 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공부는 무조건 책상에 앉아서 하는 것만이 공부라는 인식이 강하다. 또한 ‘운동=성적하락’이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있어 여러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운동을 반대한다.
종합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여성으로서 운동을 한다는 것은 사회적 편견과 인프라부족을 견뎌내야 가능한 일이 되었다.
이러한 여성스포츠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복합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인프라 구축, 체육정책과 입시제도의 개선, 여성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시선의 계몽 등의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의 타이틀나인과 같은 정책적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입시제도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입시제도의 개선이 아니라 단순히 체육활동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만들어진다면, 우리나라의 교육열을 고려해봤을 때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점이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성적을 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문제점을 안고도 성적을 거두니 문제해결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의 여성스포츠가 성적을 내지 못했다면 지금과 다르게 더 전폭적인 지원을 했을 것이다. 열악한 인프라 속에서 성공한 U-20 여자축구대표팀의 4강진출과 김연아라는 세계적 선수의 탄생이 오히려 여성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막는 것일 수도 있다. 언젠가 이 말도 안되는 기적이 멈췄을 때, 우리를 기쁘게 했던 기적들은 우리에게 독이 되어 찬란했던 과거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