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사는 동네에 맘에 드는 단골카페 하나 있었으면...'
커피를 좋아하고 카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품어봤을 소망이 아닐까.
언제 방문해도 마음 편히 머물다 갈 수 있고 한 잔의 커피에 큰 위안을 받는,
카페 곳곳에 스며든 주인의 취향과 손길, 그리고 손님을 위한 배려를 동시에 느끼며
음악 선곡까지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아 귀도 편안한, 그런 곳.
제주시 전농로에 위치한 하빌리스는 딱 그런 카페였다
벚꽃축제가 끝난 전농로는 다시금 일상의 공간으로 돌아와 있었다.
시간을 머금은 주택과 가게가 도로를 따라 쭉 이어진 곳.
그 곳에 카페 하빌리스가 있다.
평일의 이른 오후에 카페를 찾은 탓인지 카페도, 바깥 풍경도 한가로웠다.
봄햇살을 받은 카페는 별다른 인공조명 없이도 밝고 따스했다.
주문한 음료를 기다리는 동안 천천히 카페를 둘러보았다.
저절로 기분좋은 호기심이 발동해 여기저기를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
천장부터 바닥에 이르기까지, 꼼꼼한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돌 하나, 화분 하나하나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저마다 이야기를 품고 있을 것만 같았다.
주문한 커피의 맛은 너무나 훌륭해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에서는 깔끔한 상쾌함을,
카페 라떼에서는 포근함과 고소함을 차례로 느낄 수 있었다.
커피 한모금을 마실 때마다 마음은 갈수록 편안해져서
마치 이 곳 주민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햇살은 여전히 반짝거리고, 벚나무가 만드는 그림자가 바람이 불 때마다 살랑살랑 춤을 췄다.
주민과 산책하는 강아지의 걸음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친구들과 하교하는 어린이와 눈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하빌리스를 찾은 다른 손님들의 모습에서도
'이 공간을 참 편하게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게 느껴졌다.
편안한 목소리로 나누는 대화, 편안한 자세로 즐기는 독서, 등등.
오후의 여유를 한창 누릴 무렵, 하빌리스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동네의 길고양이!
카페 야외 벤치 아래에 사료와 물이 담긴 컵을 보고
'아 카페 사장님께서 동네 길고양이를 챙겨주는구나'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귀여운 삼색이가 나타나 사료와 물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사람을 크게 경계하지 않고 허기를 달래는 길고양이의 모습을 보면서
더더욱 이 동네를, 카페를 좋아하게 되었다.
카페 하빌리스의 야외 간판과 실내 간판에는 "HOMO HABILIS" 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호모 하빌리스는 약 150만년 전 홍적세에 살았던 인류를 지칭하는 말로
능력(손재주)이 있는 사람이란 뜻이라고 한다.
어쩌면 섬세하고 따스한 손길로 맛있는 커피를, 멋진 공간을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를 품은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