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room.8 (film)
<12 솔져스> 전쟁에는 방법이 없다. 그런데
*본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 <12 솔져스> 시사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본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총을 휴대하고 '군마'를 탄채 '탱크'와 싸운다. 묘사된 것처럼, 전쟁에는 '정해진 방법'이 없다. *사진 : 다음 영화, <12 솔져스>(2018)
1. 전쟁에는 방법이 없다
한 미군이 이라크 산악지대에서 작전 중에 저격수의 공격을 받고 부상을 입었다. 첨단 방호장비로 무장한 미군은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그 미군이 소속된 부대장은 저격수에게 응징을 가하기로 한다. 어떻게? 특공대를 꾸려 저격수가 숨어있는 산악지대로 돌진해 치열한 총격전이라도 벌일 것인가?
그러나 부대장은 총격전 대신, 저격수의 사정거리 밖에서 대기 중인 F-16 전투기에게 공중지원을 요청한다. 산속에 숨은 단 한 명의 저격수를 잡기위해 전투기가 날아오고, 정밀유도폭탄이 투하된다. 그리고 저격수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는다. 아니, 확인할 필요도 없다.
위에서 언급한 가상의 상황(그러나 실제이기도 한)은 중동에서 전쟁을 치르는 미군들의 모습이다. 전쟁은 이런 것이다. 적이 칼을 쓴다면 총을 쏘고, 총을 쏜다면 폭격한다. 때로 이 같은 모습은 비열해보이기도 하지만 전쟁은 스포츠가 아니다. 『손자병법』에서 언급됐듯이,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일단 벌어졌다면 신속하게 끝내야만 하는 것이다.
<12 솔져스>도 이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비밀작전으로 탈레반이 점거한 아프간에 침투한 미치 대위(크리스 햄스워스)가 팀원을 이끌고 가장먼저 하는 일은 적과의 치열한 교전이 아니다. 먼저 지역 군벌과의 접선을 위해 정보를 탐색하고, 도스툼 장군(네이비드 네가반)을 만나 협력을 구한다. 그리고 그들은 곧장 탈레반의 근거지에 찾아가 총격전을 벌이는 것이 아닌, 도스툼 장군이 요구한 ‘공중폭격 유도 임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미치 대위팀 뿐만 아니라, 적군인 탈레반들도 전쟁을 수행하는데 물불가리지 않는다. 소총을 들고 돌격해오는 상대에게 다련장 로켓과 탱크를 끌고 온다. 사실 B-52 폭격기로 융단폭격을 퍼부어대는 놈들에게 이정도 비겁함(?)쯤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이들도 정정당당하게 싸우지는 않는다. 항복을 가장한 자살폭탄 공격과 같은 기만전술도 사용하며, 탈레반이 아니어도, 미군과 함께 싸우는 도스툼 장군도 소년병을 전장에 내몬다.
이처럼 전쟁에는 ‘정도(定道)’가 없다. 소총으로 무장한 군인에게 유도폭탄을 퍼부어도, 말을 타고 돌격해오는 군인에게 로켓을 쏴도, 아녀자를 총으로 쏴 죽여도, 소년을 총격전에 뛰어들게 해도, 승리와 패배라는 단 두개뿐인 선택지 아래에서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 <12 솔져스>에 탁월한 점이 있다면 이렇게 전쟁을 수행하는데 우리가 영화 속에서 그리는 정정당당함, 대의와 도덕 따위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군인들에게 전장은, 승리해야만 하는 장소에 불과할 뿐이며, 그들은 승리하기 위해서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승리해야하는가? 미국의 경제수도에 비행기 테러가 일어나서 복수해야하기 때문에? 그러한 이유가 전쟁에 뛰어들게 할 수는 있지만, 막상 전투에 돌입한 군인들이 승리하고자 하는 까닭은 살아서 돌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부상당한 전우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혹은 참혹한 전장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당장 눈앞의 적군을 처치하는 방법뿐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싸워 이길 밖에 도리가 없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전쟁에서는,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더 무서운 법이다. 극중에도 묘사되지만, 죽으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철썩 같이 믿는 탈레반의 광신도들은 자살폭탄 공격도 마다 않는다. 이는 우리 현실에도 일어나는 일이다. 때로 이 때문에 웃지 못 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여자에게 죽으면 천국에 가지 못한다’는 그들의 믿음 때문에 여성 저격수로 구성된 민병대를 보면 도망가기 바쁜 IS(이슬람국가) 대원들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어쨌든, 돌아갈 곳이 없는 이들은 절망 속에서 무모한 신앙을 가지기 마련이며, 이들의 광적인 열정은 전쟁의 가장 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위험한 적군들 수만을 상대로, ‘돌아가야 할 곳이 있는’ 정예 대원들이 싸워서(다양한 지원이 있었지만) 이겼다는 건 과연 전설적인 업적이 될 만은 할 것이다. 적어도 ‘단 하나의 작전’에 대해서는 말이다.
미치 대위와 도스툼 장군. *사진 : 다음 영화, <12 솔져스>(2018)
2. 석연치 않은 전쟁의 그늘들, 그런데 무엇을?
이 작품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테러를 일으킨 수많은 적을 상대로 미국의 위대한 힘을 보여줬으며, 우리의 대원들은 그 와중에 생환했다.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가.’
요즘 우리나라에 유행하는 속된 말로 ‘국뽕’에 취해있는 뉘앙스다. 이 영화를 보면서 어떤 거부감이 들었다면, 이 작품이 주목하는 시선이 ‘9.11 테러의 비극과 이로 인한 미국인의 울분’이 아니라, ‘대단한 작전을 어떻게 하면 더 멋지게 소개할 수 있을까’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신무기의 실험장, 신냉전 체제 하에서의 자원 전쟁,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중동은 ‘분쟁 지역’으로서 무력 개입이 ‘정당화’ 되는 곳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이 이해관계 속에서 중동의 중심부는 무정부 상태가 지속되며, 덕분에 이를 이용한 각종 테러 세력이 근거지로 삼으면서 활개 치게 된다.
영화의 결말을 보고도 찝찝한 느낌이 드는 것은 그런 대단한 작전이 벌어졌어도 중동의 흐름은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빈 라덴의 시대’가 끝난 지금 중동은 'IS vs 열강‘의 새 구도로 또 다른 전화(戰畵)가 그려졌다. IS 세력도 종말을 맞이하고 있기는 하지만, 또 다른 빈 라덴이, 또 다른 탈레반이, 또 다른 IS가 중동에서 활개치고 다시금 강대국이 개입하는 그림은 언제든 그려질 수 있다.
그러니 결국 중동엔 전쟁의 불씨가 그치지 않는다.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와, 그 틈을 타고 우후죽순 솟아나는 테러 단체들, 민족과 종교로 분열된 군부 세력들로 인해 이곳은 여전히 언제 지옥이 열릴지 모르는 상태다. 그런 가운데 ‘승리의 위대함’ 만을 주장하는 <12 솔져스>의 시선이 그리 바람직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위대한 작전인 것은 알겠다. 그러나 이런 지옥 속에서 무엇을 구원했는가? 탈레반이 장악한 지역의 일시적인 평화는 가져왔지만 그 자리엔 지역 군벌들이 들어왔고, 도스툼 장군은 ‘오늘 뿐이지, 내일은 싸울지도 모른다’며 미군들과 헤어진다. 결국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12 솔져스’의 주인공들은 미국을 구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동의 평화를 가져온 것도 아니다. 하다못해 <쉰들러 리스트>의 그것처럼 절망 속에서 희망을 빼낸 것도 아니다. 대체 무엇을 구원했는가? 이 질문을 해결하지 못한 <12 솔져스>는 영원히 ‘비공식 실화’로만 기억될 것이다.
** '간략' 시사회 이벤트 후기 **
최대 숫자 '2'.......
이번 <12 솔져스> 이벤트에는 두 분이 지원해주셨습니다. 두 분께 별도의 추첨번호를 부여하고 추첨앱을 통해서 최종 참석자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무려(?) 2: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되신 @kyunga 님께서 자리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닉네임을 쓰고 찍은 인증사진
매표 현장에서 kyunga님의 실물을 영접하고 함께 표를 받아 인증 사진을 찍었습니다. 함께 표를 들고 있는 모습을 찍을까 생각도 했지만, 후에 이벤트에 지원하실 분들이 부끄러워 하실 수 있으므로(?) 간단히 표에 자신의 닉네임을 적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세련된 kyunga님의 필체와 대조되는 필자의 괴랄한 필체)
경아님께서 미리 준비해온 맛있는 커피와 샌드위치를 대접해주셔서 든든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영화를 관람하고 나온 복도에 등장인물들과 <12 솔져스>의 이미지가 걸려있다.
영화의 내용에 대한 것은 위 리뷰로 갈음하도록 하겠습니다. 전쟁영화를 좋아하는 편인 저로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던 작품 같았습니다. 함께 관람한 kyunga님의 생각은 아래 리뷰를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영화리뷰 #1 - 12 솔져스 시사회 다녀왔어요.' / kyunga
https://steemit.com/kr-movie/@kyunga/1-12
마지막 KTX를 타고 집으로
그런대로 일찍 시작한 시사회였음에도 역시 돌아가는 길은 촉박했습니다. 때문에 영화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 할 수도 없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다음 이벤트에는 참석자 분과 간단한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도록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 생각을 나누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고 유익한 일이니까요.
이상으로 '당신을 영화 시사회에 초대합니다(2)' 이벤트 후기 및 <12 솔져스>리뷰를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