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아니스트>
낙방을 피해 보름 정도 여행을 다니고 돌아와 보니 나는 금지되어있었다. 비록 공휴일에 한해서였긴 했지만, 수 년 동안 다녔던 카페의 출입금지 공지를 보고나니 그 카페의 문을 열 이유가 없어졌다.
“평일을 제외한 때에 공부를 목적으로 카페에 오시는 분들은 출입을 금합니다”
용기라고 해야 할까, 오랜 갈등의 끝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커피 한 잔을 시켜두고 그 가게에 민폐를 끼치지 않는 시간을 생각해봤다. 식사 시간 전후를 피한 3시간. 나는 그 3시간 정도는 아무도 앉지 않는 한적한 자리, 특히 1인석을 골라 글을 쓰는 건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나 보다.
나는 커피 맛보다는 카페의 경치를 중요시 한다. 내가 즐겨 찾는 그곳은, 적어도 이 지역에서는 가장 절경이 보이는 위치에 있다고 확신한다. 애석하게도 그 빼어난 공원을 사람들 역시 사랑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지금은 국가공원지정을 앞두고 연일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주말마다 멀리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이 카페 앞은 이제 영혼의 정화와는 거리가 먼 곳이 되었다. 카페 앞에 주차되는 벤츠, BMW, 이따금 벤틀리 같은, 이름 대면 알만한 슈퍼카들을 보면 주인의 생각이 바뀌리라는 것쯤은 쉬이 예상해야만 했다.
어쨌든 나는 금지되었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그 카페에 가는 걸 금지한다. 돈이 몰리는 주말에는 비켜줬다가 한적한 평일에나 와서 싸구려 커피를 팔아달라는 지저분한 발상에 동참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도 몇 년 동안 거의 매일 방문하며 커피 수천 잔을 시켜온 사람에게 말이다. 다만 그 멋진 경치를 보면서 글을 쓸 수 없다는 게 조금 아쉬울 뿐.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나를 향한 금지는 더더욱 늘어날 것이다. 낡은 노트북과 끈 떨어진 가방을 보이면서 나는 무수한 금지를 겪었지만 앞으로는 어쩌면 숨 쉬는 것조차도 금지될지 모른다. 나를 향한 세상의 태도를 보면 볼수록 나는 희망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게 되지만, (그 잃어버림이란 내가 희망을 달성했을 때 이런 세상을 위해 노래해야하는가 하는 문제다) 그 반발력 또한 대단해서 마음속 깊은 곳에 어떤 강한 힘이 꿈틀거리게 만든다.
오늘은 이방인처럼 낯선 카페에 앉아 글을 쓴다. 경치는 예전만 못하지만 공원은 보이는 곳에서. 아무도 앉지 않는 자리가 하나쯤은 있는 곳에서. 3시간이 지나면 칼같이 일어나는 남자를 대수롭게 쳐다보지 않는 점원이 있는 곳에서.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