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시편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
장성호
서초 고속도로 변 오솔길
새벽부터 하늘에 먹구름 몰려온다
고요한 길에는 발자국 소리만 들린다
길가 모퉁이 걷다가
그의 가슴에 갑자기 불을 지른
이름 모를 소녀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다
감잎으로 물감 들인 무명실처럼 허리가 가늘고 푸르다
왜 그토록 울고 있는지
가슴으로 가슴으로 물어봐도
대답 없이 자꾸 고개만 숙이고 있다
구멍난 그의 가슴이 더 시리다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한다
황토길에 작은 물고랑이 생긴다
그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오던 길로 되돌아간다
소나기가 그치고 또다시
그 곳에 와 보니
그 소녀는 온데간데없다
흙바닥은 뒤집어지고 작은 웅덩이만
남아 있다
미안하다는 말이 그의 목구멍에서
차마 나오지 않는다
저기 그 소녀 닮은 들꽃 하나 온몸이 젖어 파르르 떨고 있다
축축한 숲 속에는 엘튼 존의 노래
'미안하다는 말은 가장 어려운 말인 것 같다' 동심원 그리며 퍼져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