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 민음사
- ISBN 9788937473135
왠지 베스트셀러에 있는 책은 읽고 싶지 않다. 지난번에도 내가 읽고 싶어 헤맸지만 오프라인 대형 서점에도 재고가 없었던 어떤 시집이 있었는데, 그 작가가 세계적인 문학상을 타면서부터 서점에 재고가 빵빵해졌다. 그러고나니 왜인지 그 책을 읽고 싶지 않았고 돈주고 사는 것은 더더욱 싫어졌다. ‘82년생 김지영’도 그랬다.
최근에 본 미드인 '루머의 루머의 루머, 13 reasons why'에서 주인공 해나는 자살을 한다. 자살하기 까지의 그 고통스러운 생활이 현실적으로 느껴졌기에 드라마를 보며 안타까웠다.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있을법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해나가 자살을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에는 학교에서 해나를 대상으로 일어나는 '성적 대상화' 와 학교 제일 강자의 '강간'이 있다. 해나뿐 아니라 학교의 다른 여자아이들도 누군가에게 성적인 대상으로 보이며 가볍게는 성추행, 심하면 성폭행을 당한다.
'82년생 김지영'의 김지영씨 이전 세대의 여성의 삶과, 김지영씨 세대에서의 여성의 삶, 그리고 지금 내 세대에서도 여성의 삶은 많이 나아지지 않았다. 장손으로 태어난 내 남동생은 어렸을 적부터 부엌에 들어가면 고추 떨어진다는 할머니의 괴담에 겁먹으며 애지중지 자랐다. 나는 초등학교때 같은 반 남자애의 고백과 선물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나쁜년이라는 욕을 먹으며 운동장에서 뺨을 맞았고, 만원버스에서 성추행을 당해 울면서 집에 갔을 때에는 왜 피하지 않았냐는 말을 들었다. 대학교에 입학하자 남자선배들은 신입생 여자애가 휴양지에서 찍은 사진을 캡쳐해 돌려보며 가슴이 큰지를 토론했다. 요즘 여자들은 남자보다 더 배우고 공부해야 취업을 쉬이 할 수 있다며 오랜 공부를 적극 지원해주시는 아버지도 잘못된 지식을 정정해드리려 하면 여자애가 어디 눈을 부릅뜨고 말대꾸를 한다며 혼내신다. 사회에서의 유리천장은 많이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아직 사람들 마음속에 편견와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여성 독자들이 읽는다면 자기 자신의 인생을 보여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그런 생각이 안든다면.. 이런 현실을 모른다는게 개인적으로 참으로 부럽고, 계속 모르시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그리고 나조차도 변해야 하는 고정관념이 참 많다. 가장 쉽게는 책을 읽음으로 변화에 한 발자국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ps. 픽션이지만 픽션같지 않은 책이다. 마지막에 나오는 의사의 생각은 ‘여전하다’ 는 걸 보여주기 위한인건 알겠지만, 억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