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1년만에 허재현 선배를 만났다

pepsi8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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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겨울인 줄 알았다. 허재현 선배(@repoactivist)는 만나자마자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은 여름"이라고 알려주었다. 왜 겨울로 생각했을까. 지난 1년 동안 재현 선배를 만날 기회가 몇 차례 있었지만 그때마다 갑자기 아이를 봐야 해서 약속이 성사되지 못했다. 재현 선배가 <씨네21>이 있는 당산동으로 와준 덕분에 오랜만에 점심을 함께 먹고 커피까지 마셨다. 선배를 다시 만난 건 1년 만이다.
오랜만에 만난 선배는 밝고 건강해보였다. 그간 어떻게 지냈을까 궁금했지만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주변에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고,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지만 알아서 잘 하시겠거니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가 만난 곳은 내가 자주 가는 당산동 또순이네다. 그는 된장찌개를 먹는데 화로가 있어야 하나라고 의아해했고, 나는 그렇게 먹기로 유명한 곳이라고 말했다. 선배의 오른손에 낀 운전장갑이 눈에 들어왔다. 숫가락을 하나 더 꺼내 된장찌개를 자신의 밥그릇에 덜어먹는 모습을 보고 깔끔한 성격이구나 속으로만 생각했다. 된장찌개를 먹으면서 그간의 안부를 주고 받았다.
허 선배는 얼마 전 스팀잇을 시작했다. 'TV 허재현'(허재현 TV가 아니다)이라는 이름의 채널을 유튜브에 개설했다. 이미 동영상 3개가 올라가있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살고 있는 한 외국인 교수와 함께 방송을 하고 있었다. 허핑턴포스트에는 이미 글을 쓰고 있다. 자신의 홈페이지도 곧 연다고 했다. <한겨레>에서 기사를 쓰고 있지 않을 뿐, 하던 일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역시 전혀 걱정이 되지 않는 사람이다.
된장찌개를 순식간에 다 먹고 근처 스타벅스로 자리를 옮겼다. 커피는 그가 사겠다고 했다.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보내준 쿠폰이 몇 있다고 했다. 1년 전 선배를 처음 만났을 때 회사가 자신을 해고하는 과정이 납득되지 않았다고 한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심경을 표현할 적당한 말은 없지만 가슴 깊숙이 답답한 무언가가 있었다고 했다. 그와 마약에 관한 얘기들을 나누면서 알게 된 건, 사람들이 처음 마약을 '하는 게' 아니라 '노출된다'는 사실이다. 이 두 동사는 어마어마하게 큰 차이다. 마약을 하는 건 사람이 의지를 가지고 마약을 구해서 말그래도 하는 거고, 노출된다는 건 사람이 어떤 계기로 우연히 마약을 접해 거부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마약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마약에 노출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누가 마약에 노출되기 쉬울까. 한국사회에선 유흥업계 종사자들, 동성애자, 탈북자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여러 이유 때문에 삶을 힘들게 감당하고, 삶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 때 마약에 쉽게 노출된다. 노출되기 쉬운 만큼 회복되기 힘들다고 한다. 자살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그래서다. 국가가 마약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것만큼 마약한 사람들이 회복하는 과정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무엇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마약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선입견도 편견도 나아가 혐오 또한 결국은 무지나 무관심에서 비롯된 거니까.
짧은 시간 동안 그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나 또한 힘을 얻었다. 요즘 이런저런 일 때문에 글을 쓰기 싫었는데...어쨌거나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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