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본디 해명되지 않는다. 세상이 과학으로 해명되더라도, 적어도 인간의 삶은 그렇지 않다. 눈으로 보이는 원인이 꼭 실제 원인이 아닐 수도 있고, 자신조차 몰랐던 작은 계기가 인생 전체를 바꿨음에도 그것이 다른 계기 때문이라고 확고하게 믿을 수도 있다. 우리는 하나의 인간 속에 몇 개의 특성이 있는지조차 모른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정확히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 영향이 집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반대로 집단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개별의 인간이 그 영향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명확한 지도로 그려낼 수도 없다. 모든 일은 아주 복잡하고 아주 자연스럽고 아주 부산스럽게 일어난다. 이 모습을 그려내려면 엄밀한 논리로 설명하는게 아니라 상징적인 세상을 보여줘야 한다. 그럴 때 그 이야기는 시간을 뛰어넘는 신화가 된다.'
김겨울,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