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는 ‘에피스테메’(인식)만큼 ‘파이데이아’(교양)를 중요하게 여겼다. 기하학이나 천문학 같은 체계적 지식이 에피스테메인데, 이런 지식은 전문가들의 몫이다. 반면, 파이데이아는 대중이 가질 수 있는 넓은 의미의 교양이다. 에피스테메가 능동적인 지적 활동의 산물이라면, 교양은 그것을 듣고 판단하는 수동적인 지적 활동의 기반이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일반적 교양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분명히 의식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전문 지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모든 인간은 본성적으로 알고 싶어 한다”(『형이상학』 I )는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 모두에게 교양 지식을 갖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을 실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교양을 갖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전문 지식이 살아남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지식이라도 다수 대중이 그것을 외면하거나 거부한다면 어디에서 설 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