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간으로 10월 5일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ITC)에서 4명의 위원 만장 일치로 삼성전자, LG전자의 세탁기로 인해 미국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판정했으며 자칫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에 대해 자국 업체에 심각한 피해 발생 우려가 있을 시 관세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으로 규제를 진행함을 말합니다. 반덤핑 과세 또한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점으로 비슷하지만 이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내려지지만 세이프가드는 불법행위가 아니더라도 자국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되는 경우, 미통상법 201조(Section 201)에 의거하여 발동될 수 있습니다.
이는 태양광 전지, 패널에 이어 2번째 산업피해 판정입니다.
태양광 전지, 패널에 대해서는 9월 22일에 똑같이 만장 일치로 판정이 내려졌는데, 이는 미국 태양광 업체 '수니바'와 '솔라월'의 청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수니바, 솔라월드아메리카의 파산 신청이 큰 영향을 미쳤는데 태양광 전지 생산 세계 1위 한화큐셀은 미국에서만 매출의 35%를 올리고 있으며 이 외에도 OCI, 여타 중견기업들이 세이프가드 결정에 큰 타격이 올 수 있습니다. (미국 태양광 전지, 패널 수입 현황 / 말레이시아 36%, 한국 21%, 베트남, 중국, 대만 9~8%) 11월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고문이 올라갈 예정입니다.
다시 세탁기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19일에 공청회가 개최되고(삼성전자, LG전자 및 정부 관계자가 참석해 의견 피력 예정) 11월 21일에 투표를 진행해 구제(Remedy)조치 및 방법, 수순 등을 결정하여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이프가드 권고문이 올라가게 됩니다. 최종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리며 2018년 초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내려질 조치로는 관세 인상, 수입량 제한, 저율할당관세(일정 물량에만 낮은 관세 인정)이 예상됩니다.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ITC 홈페이지에서 자료표 (Large Residential Washer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 Fact sheet)를 다운받아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5월 31일,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청원서를 제출했으며, 세이프가드에 대한 조항인 미통상법 201조(Section 201) 설명과 절차, 조치에 대한 설명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https://www.usitc.gov/fact_sheets_usitc_global_safeguard_investigations.htm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일정 중에 삼성전자-사우스캐롤라이나주, LG전자-테네시주 의 가전 공장 건설 계획을 선물(?)로 가져갔지만 이번 판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미국에 대한 투자 축소와 더 적은 인원의 고용을 우회적으로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세이프가드 조치가 삼성전자와 LG전자미국 공장 건설 계획 철회로 이어지진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방책일 것입니다. 세이프가드가 발령되더라도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 월풀에서 주장하고 있는 바는 베트남, 태국 등에서 생산되어 미국으로 수입되는 세탁기에 대한 관세 적용입니다.
LG전자의 공장이 건설되고 있는 테네시주에서는 지역사회에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이번 판정에 대해 우려와 반대 의견을 보이고 있지만, 월풀의 생산지역이 밀집해 있는 오하이오주는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1등 공신입니다. 오하이오주는 세이프가드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는 만큼 이러한 지역간의 의견차이도 트럼프 정부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한미 FTA 재협상 등으로 통상 무역에 대해서 압박을 높이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기본 기조는 "America First"입니다. 모든 결정에 미국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하여 일자리, 부를 되찾아 오고자 함을 기본으로 합니다. 이번 판정도 같은 기조로 생각을 하면 됩니다.
사실 세이프가드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주의와 맞물려 다소 강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도 있지만, 월풀은 삼성, LG전자에 대해 계속해 견제를 해왔습니다.
2008년, LG전자를 상대로 기술 특허 침해 소송을 냈으나 LG전자가 승소하였습니다.
2011년 4월, 삼성전자, LG전자 냉장고에 대한 반덤핑 과세 부과 요청 (기각되었습니다. )
2011년 12월, 삼성전자, LG전자 세탁기에 대한 덤핑 판매 혐의로 제소 (처음에는 미국 상무부에서 한국, 멕시코에서 생산된 세탁기가 정부 보조금과 덤핑으로 미국에 판매되고 있다고 판단하여 반덤핑 과세, 정부 보조금에 대한 과세를 결정했으나, WTO에서 반덤핑 과세가 반덤핑 과세 협정 위반이라고 판단하여 무효로 되었습니다.)
위 사례들에 비추어 보아 이번 판정이 반드시 세이프가드로 이어지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WTO에 항소를 통해 협정 위반으로 판정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트럼프 정부의 기본 기조는 "America First"이며 통상 압박의 수위는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은 다가올 19일 공청회에서 삼성, LG전자는 월풀 주장의 모순점, 소비자 선택권 침해, 미국 산업 투자로 인한 기여, 제품군이 겹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최대한 설득을 진행할 것입니다. 하지만이번 세이프가드 건은 태양광, 세탁기에 머무를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이전에 이미 세이프가드 조치가 있었던 철강부터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 전 산업군에 대해서 미리 준비를 해야할 것입니다. 가뜩이나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 간의 협의를 강화해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