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눈동자를 보면 꼭 선승의 눈 같다. 결코 먼저 말하지 않고 오히려 묻는 듯하다. 내가 뭔가 물어보려 하면, 그렇게 생각하는 너는 하고 되묻는 것이다. 그래서 고양이의 눈을 보고 있으면 내가 나를 보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자기관조 내지는 마음의 빛을 돌이키는 회광반조(廻光返照)의 법문이다.”
서울 송광사 서울분원 법련사에서 12년간 주지로 살다가 순천 송광사로 내려간 보경스님과 고양이 '냥이'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책 '어느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입니다.
깊은 산중에 거짓말처럼 나타난 한 고양이.
겨울 한철, 스님이 고양이를 바라보고 고양이가 스님을 바라본다. 삶은 혼자도 좋고 둘이어도 좋지만, 함께하는 만큼 다른 무엇을 느끼게 되는 것, 그 내면의 소소한 기록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송광사를 30년동안 다니던 신도가 송광사 절간 창고를 지키라고 송광사에 풀어준 고양이 '냥이'는 영역다툼에서 밀려났는지 대웅전까지 진출하게 되고 스님들의 보살핌으로 살아가지만 어느날 서울에서 내려온 보경스님의 처소앞을 지키면서 스님과 만나게 된다.
스님앞에 나타난 굶주린 냥이에게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굶주리면 안 되니까!’ 하는 마음으로 토스트 한 쪽과 우유를 고양이에게 대접하는 것으로 시작된 스님과 떠돌이 고양이 '냥이'와의 인연.
고양이와의 관계가 무르익으면서 비롯되는 온갖 감정들(설렘, 걱정, 화, 분노, 슬픔, 불안, 기쁨) 속에서 ‘혹시 이런 것이 고양이의 생각일까’라고 넌지시 짚어본 ‘침묵’하는 고양이와 ‘생각’이 일상인 스님이 우리 삶에 던지는 물음이자 위로이다.
고양이는 자기 의사가 분명할 때만 움직인다. 결코 상대가 원하는 대로 끌려가지 않는다. 소크라테스가 ‘결코 지나치지 않게, 적당히!’라고 하듯이 고양이는 이런 철학을 실천하는 드문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하는 일에 지나친 간섭도, 그렇다고 무관심도 내켜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오면 오는 거고 가면 가는 거지 소란스럽게 굴 일이 아니라는 투다. 먹는 것도 알아서 먹을 테니 걱정스러우면 그릇이나 비우지 말라는 태도에 주객의 개념이 점점 모호해진다. (63쪽)
고양이가 길들여 지는지 스님이 고양이에게 길들여지는 알 수 없는 묘한 경계에서 스님은 고양이를 통해 내면의 작은 것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냥이가 작은 쥐와 새를 잡아 스님앞에 가져다 놓자 스님이 화를 내기도 하고 대신 참회를 하기도하면서 '냥이'에게 무덤덤하자 다시는 사냥감을 가져다놓지 않는 이야기나 고양이의 눈을 보면서 마치 선승과 같다고 느끼는 이야기같은 고양이와 스님의 작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울림을 가져다 준다.
3부로 나뉘어진 고양이의 철학을 통해 스님과 고양이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보경 저 | 불광출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