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옷 사는 게 싫다. 보통 옷가게에 가면 점원들이 한둘씩 다가와서 무슨 옷을 보러 오셨느냐고 반긴다. 그럼 어버버하면서 식은땀을 흘리다가 그냥 좀 보려고요... 하고 말끝을 흘리면서 유령처럼 옷가게를 배회한다. 이리저리 눈치를 본 끝에 겨우 옷을 하나 어렵게 골라서 사고 후다닥 뛰쳐나오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이다.
점원들이 따라붙지 않는 인터넷 쇼핑몰도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옷이 너무 많다. 무슨 옷을 사야할지 모르겠다. 사이즈도 제각각이다. 집에 있는 옷을 꺼내놓고 줄자로 재서 비교해보고 구입하는데, 막상 실물 옷이 도착해서 입어보면 내가 생각했던 느낌이 아니다. 10벌을 사면 한 벌을 성공할까 말까다. 어차피 집에만 있어서 옷 살 일이 없어 다행이다.
하지만 책 쇼핑만큼은 너무나도 즐겁다. 옷 쇼핑몰은 10분만 들여다봐도 머리가 지끈지끈하고 피곤해서 아무거나 고르고 끈다. 하지만 서점 싸이트는 1시간을 봐도 모자라다. 온종일도 볼 수 있다.
어떤 책을 살지 고민하면서 이런저런 책을 선택해 미리보기를 읽어보는 게 정말 행복하다. 평생 이것만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사고 싶은 책을 전부 살 재력이 안 되는 것만 조금 슬플 뿐이다.
예전엔 책은 무조건 종이책으로만 샀다. 하지만 책장이 꽉 차고 이사다닐 때 짐이 많아 힘들어서 차츰 이북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스마트폰 공기계가 생긴 이후에는 사는 책의 90%가 이북이다. 나머지 10%는 이북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사는 종이책이다.
아래는 그동안 여러 온라인 서점에서 이북을 사며 느낀 점을 써보았다.
가난한 이북 구매자에겐 가히 최고의 온라인 서점이 아닌가 싶다. 적립금을 막 퍼주고 이북에 한한 상품권도 공짜로 자주 주기 때문이다. 내 경우엔 예스24에서 이북을 살 땐 현금을 안 쓴다. 종이책을 사며 받은 적립금+공짜 상품권+기타 포인트만 써도 충분하다. 물론 여기가 내 주력 이북 구매처가 아니기도 하다. 여기서는 주로 종이책을 사고, 적립금이 모이면 그때만 이북을 산다.
적립금으로만 사다 보니 책이 몇 권 없다. 어릴 적 해문출판사에서 낸 조그만 크기의 추리소설들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그때의 추억을 살릴 겸 하나씩 모아보려는 중이다.
이북앱이 너무 무겁고 불편해서 안 쓰고 있었는데 최근엔 앱이 많이 괜찮아진 것 같다. 저 책들은 예전에 무료 대여 이벤트로 받았다. 에드거 앨런 포를 좋아하기 때문에 저 책만 달랑 있지만 앱을 지우지 않고 계속 두고 있다.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은 정말 굉장한 소설이다. 처음 읽었을 때 받은 충격이 지금도 여전하다. 언젠가 감상문을 써보고 싶은데 게을러서 과연 쓸 수 있을지...
내 주력 이북 서점이다. 매월 1,2,3일에 캐시를 충전하면 다른 날보다 적립금을 더 많이 준다. 자동충전을 설정해놓아도 적립금을 더 많이 줘서 좋다.
또 책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쿠폰도 매주마다 받을 수 있다. 특히 15일 십오야 이벤트가 최고다. 온갖 종류의 할인 쿠폰을 무더기로 준다. 평소에 살까 말까 망설이며 위시리스트에 넣어둔 책을 고민없이 지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아이의 심정으로 15일을 기다린다.
개인적으로는 포인트백 이벤트를 좋아한다. 포인트백이란 이북을 현금으로 사면 그 가격만큼 리디북스 포인트로 돌려주는 거다. 책 한 권 살 돈으로 책 두 권을 살 수 있는 셈이라 어떤 책이 지금 포인트백 이벤트를 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본다. 이벤트를 하고 있으면 잘 모르는 분야, 관심없던 분야라도 일단 산다. 어차피 포인트로 다시 받을 돈이니까 무조건 사는 게 이득이다.
앱이 가볍고 깔끔하고 예쁘다. 어렵고 지루한 책도 리디북스 뷰어로 보면 쉽게 읽히는 기분이다. 나는 소설을 쓰고 나면 UTF-8 텍스트 파일로 저장해서 앱에 넣어 읽어본다. 그러면 마치 내 소설이 이북으로 출간한 것처럼 그럴싸하게, 고급지게 읽혀서 흐뭇해진다. 오타도 더 잘 찾을 수 있다.
책장은 내가 임의로 대충 분류해놓은 것이다. 내가 무척 존경하는 스티븐 킹 작가의 소설은 책장을 따로 만들어두었다. 국내에 출간된 킹 선생님 책은 전부 살 예정이다. 종이책으로 가지고 있는 책들도 이북으로 새로 사려 한다.
이북을 꽤 샀는데 읽은 책보다 안 읽은 책이 더 많다. 이건 종이책을 사도 벌어지는 일이다. 사기 전에는 그토록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막상 손에 쥐고 나면 이상하게도 안 보고 미루게 된다. 책을 샀다는 기쁨을 충분히 누렸기 때문에 책을 읽고 얻을 기쁨은 좀 나중에 누려도 될 것 같아서일까?
책장을 정리한 김에 안 본 책을 읽고 감상문을 써서 올리면 어떨까 싶다. 그럼 블로그에 좀 더 볼거리가 생기겠지. 우선은 대여한 이북부터 빨리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