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제목을 뉴비의 스팀잇 한 달 경험담으로 하려고 했다. 그런데 글을 다 적고 나서 읽어 보니 이 제목(언팔로우 이벤트)이 훨씬 맞는 것 같아 이렇게 썼다. 왜냐하면 이 글을 읽고 난 분들의 30% 정도는 나를 언팔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게 해주시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나를 먼저 언팔해주시면 나도 언팔하는 데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니까. 내가 이렇게 비겁한 사람이다.
스팀잇에 가입해 처음으로 글을 올린 적이 엊그제... 까지는 아니고 한 2주쯤 된 것 같은데 벌써 한 달이 되었다. 나는 초반부터 뉴비치고 보상을 많이 받았다. 일주일에 이천오백원을 벌겠다는 목표치를 몇십 배 넘게 달성했다. 당연히 무척 만족감을 느끼고 뿌듯해해야 하지만, 이상하게도 요 며칠간은 그리 기쁘지 않았다.
물론 내가 지난 며칠간 지옥으로 가는 급행열차이자 악몽의 늪 같은 단타질에 빠져 스팀잇에 소홀해진 탓도 있다. 얼마를 잃었을지 궁금해하실 분을 위해 쓰자면 오천원 넘게 잃은 것 같다.
에게게, 겨우 오천원, 이라고 생각하시면 안 된다. 나는 총 투자금 12만원으로 단타를 쳤기 때문에 5% 넘게 손해를 봤다. 12만원으로 시작해서 망정이지, 만약 몇 백만원 가지고 단타를 쳤다면 대체 얼마를 잃었을지 생각만 해도 정신이 아찔하다. 내가 가난뱅이에다 국가에서 인정해주는 직업이 없어 돈을 더 투자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게 정말 다행이다.
그치만 이젠 다시는 단타를 치지 않을 것이다, 라는 말은 못 하겠다. 내가 지금껏 이 블로그에 쓴 수많은 결심 중 지킨 게 겨우 ‘빌린 스팀파워로 셀봇하지 않겠다’ 하나밖에 없으니까.
시작부터 단타 얘길 너무 해버렸다. 이러다가 또 오천자를 넘게 줄줄 써버릴 것 같아서 황급히 원래 쓰려던 주제로 돌아간다. 나는 왜 요즘 스팀잇 활동이 초반처럼 즐겁지 않은지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러다가 @chobocorin님의 굳이 억지로 소통하려 할 필요는 없다를 읽고 눈이 번쩍 떠지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 역시도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사귀는 걸 잘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30년 넘게 살면서 지금까지 친구가 고작 둘 뿐인 상태다. 그것도 한 명은 남자친구니까 실제로는 친구가 한 명인 셈이다.
사람을 대하는 건 너무 어렵다. 특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바짝 긴장해서 말을 버벅거리며, 그저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 돼지우리같은 집에서 뒹굴며 놀 궁리만 한다.
내가 직업으로 글쓰기를 택한 이유 중 하나도 사람을 덜 만나며 돈을 벌 수 있어서다. 실제로도 나는 그 어떤 편집자와도 만난 적 없다. 계약서는 무조건 등기로 주고받고, 정말 급한 상황이 아니면 연락도 메일이나 카톡으로만 한다.
나의 고객인 독자님들과도 만날 필요가 없다. 엄청 유명한 작가님들이야 북콘서트, 싸인회 등을 통해 독자를 만나겠지만, 나 같이 망한 작가는 그럴 일이 없다. 게다가 장르소설은 본명 대신 필명을 많이 쓰는 편이라(나처럼 한 사람이 여러 필명으로 여러 소설을 쓰기도 한다) 더더욱 사람을 만나는 일에서 자유롭다.
이런 성격 때문에 나는 어지간한 싸이트에선 다 눈팅만 하고 지냈다. 이런 일기도 혼자 적고 혼자 볼 생각으로 비공개 블로그에다가 올렸다.
몇 번쯤 공개적인 SNS를 쓴 적 있지만 오래하지 못하고 금방 관두고 말았다. 특히 네이버 블로그의 서로이웃 제도가 고역이었다. 서로이웃 추가를 막아도 자꾸 서로이웃을 하자고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있어서 아예 블로그를 닫아버렸다.
이렇게 폐쇄적인 인터넷 생활만 하다가 한 달전부터 스팀잇을 시작했다.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는 곳을 더 늘리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이 스팀잇에서 과연 내가 제대로 적응을 해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미심쩍었던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나는 잘 해나갔다. 초반부터 보상을 꽤 많이 받았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과의 소통이 뜻밖에 무척 즐거웠다.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변화였다. 나는 굉장히 들떴고, 열의에 가득 차서 열심히 스팀잇에서 소통을 이어갔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지쳐버리고 말았다. 몇몇 분들께서 걱정해주신 대로 된 것이다.
언젠가 블로그에 올린 글에 밝혔듯, 내가 쓴 글에 비해 너무 큰 보상을 받아 부담이 생긴 게 문제였다. 그리고 스팀잇 활동이 또 하나의 일로 느껴진 탓도 컸다.
글쓰기가 일로 느껴지는 건 상관없다. 나는 10년 가까이 글을 써서 돈을 벌어왔기 때문에 글쓰기가 일로 느껴지는 건 무척 익숙한 감정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방문해 댓글을 남기는 게 일로 느껴지는 건 너무나도 낯선 감정이었다.
처음부터 소통을 즐기는 사람이었다면, 네이버 블로그라거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타인과 쭉 소통해왔던 사람이라면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소통에 익숙지 않다 못해 피해왔던 입장이다. 애초부터 돈을 벌려고 스팀잇을 시작한 입장이기도 하다. 이런 내가 초반에 스팀잇에서 남들과 소통하며 기쁨을 느꼈던 게 오히려 더 이상한 상태였는데 그때는 그런 생각을 못 했다.
스팀잇을 시작했을 때, 나는 내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준 고마운 분들에게 꼭 보답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내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의 블로그를 방문해서 댓글을 남기려는 노력을 최근까지 해왔다. 내가 모르는 분야, 아예 관심이 없는 분야라도 어떻게든 글을 두 번 세 번 읽고 댓글을 달았다. 도저히 댓글을 달지 못하는 글에는 보팅이라도 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내 블로그에 달리는 댓글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댓글을 달아주신 분께 감사해하는 마음은 여전했지만, 전처럼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낯설어하듯 새로운 글도 낯설어한다. 내가 좋아하는 책만 수십 수백번씩 반복해서 읽고, 새로 사는 책도 어지간하면 이미 아는 작가, 즐겨 읽는 장르 중에서 선택한다.
그래서 댓글을 달기 위해 좋아하지 않는 분야의 글을 억지로 읽는 게 힘들었다. 그 글이 재미있어서, 좋아서, 감동적이라서, 마음에 들어서, 공감했기 때문에가 아니라 나한테 보팅을 해 주셨으니까 나도 해드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보팅을 누르는 게 좀 그랬다. 왜냐햐면 그건 그 글에 가치를 부여하는 행동이 아니니까. 내 글에 보팅을 누른 대가를 지불하는 행동이었을 뿐이니까(@kmlee님의 우리는 생각에 가치를 부여하겠다고 했다 인용)
마찬가지로 내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억지로 읽고 댓글을 달거나 보팅을 누르는 분이 계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morning님께 스팀파워를 임대받고 쓴 큰 힘에서 우려했던 대로 말이다.
작가는 독자를 고를 수 없다. 하지만 독자는 작가를 고를 수 있다. 다른 문학 작품이라면 모를까, 재미없는 장르 소설을 억지로 읽는 독자는 드물 것이다. 특히 그 소설이 무료 연재라서 본전 생각없이 얼마든지 읽기를 중단해도 되는 글이라면 말이다.
나는 주로 그런 글들을 써왔기에 누군가 억지로 내 글을 읽는 상상은 해본 적이 없다(담당자님께서는 억지로 읽었을 수도 있겠다. 교정을 봐야 하니까) 그래서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 게 보팅 하나 없이 0.00달러로 글이 묻히는 것만큼 싫다. 정말로 내 글이 재미있는 분만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 역시 내가 재미있어하는 글만 읽고 싶다. 더 이상 스팀잇 활동을 일로 느끼고 싶지 않다. 처음처럼 즐겁게 하고 싶다.
세상에 어떻게 자기 좋은 일만 하면서 돈을 버냐고, 돈을 벌고 싶으면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고 혀를 찰 분도 계실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나 좋은 일만 하면서 돈을 벌고 싶어서 글쓰기를 선택했다. 그로 인한 곤궁함은 당연하다 생각하고 살고 있다.
어차피 스팀잇을 통해서도 큰 돈을 벌 생각이 없기 때문에(정확히 말하자면 내 실력으로는 벌 수 없기 때문에) 여기서도 나 좋은 일만 하며 지내고 싶다. 그래서 지금껏 의무적으로 해왔던 맞팔, 보팅을 중단하고 댓글도 달고 싶을 때에만 달기로 결심했다. 팔로우도 대폭 축소해서 다시 전처럼 마이 피드를 매일 전부 읽을 수 있게 바꿀 것이다.
아마 빠르면 이 글부터, 늦어도 2,3일 뒤부터는 내 글의 보상 금액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다. 소통은 스팀잇의 암묵적인(어쩌면 공식적인) 룰이나 다름없으니까. 그 룰을 깼으면서도 평소처럼 많은 보상을 받을 만큼 내 글은 대단치 않다는 걸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안다.
예상대로 보상이 줄고 나면 이 글을 올린 걸 후회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지금처럼 억지로 소통을 이어가다가 아주 지쳐 스팀잇을 때려치우는 쪽보다, 보상이 적어도 즐겁게 오랫동안 활동하는 쪽이 장기적으로 보면 훨씬 이득이라 생각한다.
팔로우 정리는 오늘 밤부터 차차 하려고 한다. 혹시라도 나에게 언팔을 당한 분이 계시다면 너무 노여워하지 마시고 나를 언팔해주셨으면 좋겠다. 아니면 이 글을 읽으시는 즉시 나를 먼저 언팔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을 실컷 썼다. 뭔가 속이 후련하면서도 앞날이 캄캄해지는 기분이 든다. 아냐, 난 벌써부터 후회하지 않아! 어차피 사람은 혼자야! 혼자! 그럼 이만 나는 혼자만의 고독한 단타... 가 아니라 책을 읽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