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무협 로맨스 등의 장르 소설 시장이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연수입 1억을 버는 작가님들이 많아졌고 어느 작가님께서는 무려 월 1억을 벌기도 하신다. 작가라면 배 곯는 작업이라고 많이들 생각하는데 그 편견을 깨고 계시는 작가님들이 많다는 거다.
정말 멋진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내가 소설로 버는 수입(이라고 쓰지 말고 용돈이라고 써야 할 수준)은 몹시 적다.
어차피 이 블로그에서 쓰는 닉네임으로는 나를 찾지 못하기 때문에 솔직하게 밝히자면 이번달에 받은 인세가 10만원대였다. 신작을 못 내고 있는 탓이 크긴 한데 그렇다고 신작을 낸다 해서 수입이 엄청 커질 것 같지는 않다. 음, 많아봤자 백만원이 아닐까?
물론 백만원도 큰 돈이다. 하지만 소설 한 권을 쓰는 데 드는 시간을 생각하면 전혀 크지 않다. 내가 제일 빨리 썼던 소설과 비교해도 그렇다. 20만자를 한 달만에 쓰긴 했지만, 그후에 전체적으로 수정하며 다듬은 시간을 더하면 두 달이 넘는다.
출판사에 원고를 넘긴다고 책이 바로 출간되는 것도 아니다. 편집자와 수정을 보는 데에도 시간이 든다. 지적받은 부분을 또 고쳐야 하니까.
그럼 책 한 권 출간하는 데에 총 석 달의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다시 말하지만 내 기준에서 제일 빨랐을 때다. 제일 느리게 썼을 때는 책 한 권에 육개월도 더 걸린 것 같다. 그 시간에 글을 쓰지 말고 알바를 하러 가는 편이 돈을 훨씬 많이 벌었을 것이다.
실은 알바를 하러 다녔는데 일을 워낙 못해 일주일만에 관두고 말았다. 날이 풀리면 새로운 알바 자리를 찾아 볼 생각이다.
어쨌든 장르 소설 시장이 지금 굉장히 커졌고 새로운 웹소설 플랫폼도 많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비해 신인 작가들이 데뷔하기가 쉬워졌다.
다양한 공모전이 열리고 있고 비인기 소설도 출판사 컨택을 받는 일이 잦아졌으며, 상시 원고 투고를 받는 곳도 늘었다. 마치 스팀잇에 많은 뉴비들이 들어와주길 바라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스팀잇 초보라 써놓고도 긴가민가하다. 이게 맞는 비유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새로운 작가를 원하는 시장의 흐름 덕택에 나에게도 제안이 왔다. 내가 비록 새 작가는 아니지만 인지도가 거의 없기 때문에 신인이나 다름없다. 아마 그쪽에서도 내가 신인인 줄 알고 그런 제안을 했을 것이다. 신생 플랫폼에서 유료 웹소설을 연재해보지 않겠냐는 거다.
조건이 꽤 괜찮았다. 연재글 한 편을 팔았을 때 내가 받는 돈의 비율이 생각보다 높았고 계약금을 따로 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내가 회사를 통해 정식으로 유료 웹소설을 연재해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무료 연재만 여러 번 했었다.
똑같은 로맨스 소설이라 해도 단행본과 웹소설(연재)는 큰 차이가 있다. 우선 호흡이 다르다. 단행본은 한 권을 통으로 사서 보기 때문에 중간에 조금 늘어져도 독자님께서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읽으신다.
하지만 웹소설에선 조금이라도 늘어지면 다음 편부터 판매가 뚝 떨어진다. 그야말로 한 편 한 편이 중요한 승부다. 게다가 한 권의 기승전결도 맞추기 어려운데, 매 편마다 기승전결을 맞춰 써야 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정확히는 승전결기. 일일 드라마처럼 흥미로운 대목에서 끊어야 다음 편을 궁금해하며 기다리시기 때문이다)
그밖에 문장이나 문단 길이라거나 대사와 지문 비율이나 시간 흐름에 따른 진행 등등 신경쓸 게 너무 많았다. 나름대로 여러 웹소설을 읽어가며 공부하고 도전해보았지만 쓰면 쓸수록 더 어렵기만 했다. 결국 제안을 고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주 시간 낭비는 하지 않은 것 같다. 웹소설 공부를 하면서 배운 것들이 있으니까 이걸 신작 쓰면서 써먹어보고 싶은데 과연 잘 될지는 모르겠다.
문득 든 생각인데 내가 모르겠다는 말을 엄청 자주 쓰는 것 같다. 난 왜 이렇게 모르는 게 많을까. 스팀잇도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다. 뉴비들을 위한 가이드를 써주시는 좋은 분들이 많아서 열심히 읽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 이러고 있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이라고는 없다. 더 많이 배워야지.
여기까지 써놓고 그 신생 플랫폼 상황이 요즘 어떤가 찾아봤는데 이럴수가 망했다고 한다. 그때 계약안한 게 잘한 일인가? 싶기도 하고 거기서 연재했던 작가님들 걱정이 되기도 하고 기분이 참 묘하다. 부디 큰 손해없이 잘 해결이 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