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잠을 제시간에 잔 적이 없다. 나는 게으름만큼이나 잠도 많아서 8시간을 꽉 채워 자야 한다. 그런데 요즘 스팀잇에 푹 빠져 사느라 저절로 잠이 줄었다. 심한 날은 3시간도 못 잔 것 같다.
잠을 적게 자면 현기증이 난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하루종일 굶은 것처럼 머리가 어질어질하면서 속도 안 좋다. 그래서 더 자려고 해도 내 블로그에 새로운 댓글이 달려 있지 않을까 싶어 눈을 번쩍 뜨게 되는 것이다.
물론 보상이 더 늘길 기대하는 마음도 없지 않다. 아니다, 솔직하게 써야지. 아아아주 많다!
내가 가진 실력에 비해 과분한 보상을 받는다는 마음은 지금도 그대로이다. 가입한 지 이제 고작 7일차라 벌써 초심이 사라지진 않았다. 내가 말하는 보상이 더 늘길 바란다는 뜻은 더 많은 사람이 보팅을 눌러주길 바란다는 뜻이 아니다. 스팀 시세가 올라 보상 금액이 저절로 늘어났으면 한다는 거다.
처음엔 한 번 보팅을 받으면 그 금액이 고정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자꾸만 달러 숫자가 줄어드는 거다. 추천수는 그대로인데 왜 달러 숫자가 요동치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스팀 시세가 떨어져서 그렇다고 했다.
그 말은 스팀 시세가 오르면 보상 금액도 따라 오른다는 거고, 실제로도 저절로 오르는 걸 본 적 있다. 하지만 그후로는 쭉 내려갔다. 아무리 쳐다봐도 오르는 법이 없었다...
여기까지 쓰고 궁금해져서 스팀 시세를 찾아봤는데 헉 지금 오르고 있다! 크게 오른 건 아니고 아주 조금 올랐지만 더 떨어지지 않는 게 어딘가 싶다. 이럴 때 바로 배운 말을 써먹어야지. 스팀 백만원 가즈앗! 천만원도 가즈앗!!!
(이 기쁨을 함께 누리고자 자고 있는 고양이들을 깨워 같이 춤을 추고 옴)
아무튼 나는 첫 보상이 들어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기분이 마치 첫 소설을 계약하고 선인세가 입금되길 기다리던 때와 비슷했다. 마음이 두근두근 설레서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계속 블로그를 들여다보면서 보상 금액과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잠을 잘 시간이 훨씬 지나서까지 그러고 있다가 새벽 늦게서야 잠들었다. 한 두시간쯤 자고 일어나자마자 블로그부터 확인했다. 드디어 보상이 들어왔다.
잠시 감격해서 휴대폰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허둥지둥 일어나 컴퓨터를 켰다. 나중에 찾아보기 쉽도록 기록해두려고.
첫 날 쓴 글 두 개로 받은 보상 금액의 합이 4.369 스팀 달러, 0.879 스팀 파워다. 스팀 파워는 당장 어떻게 할 수 없으니 4.369 스팀 달러만 받은 셈 치기로 했다. 지금 업비트 시세로는 약 2만원. 이게 내가 스팀잇으로 처음 번 돈이다.
내가 글을 써서 번 최초의 원고료는 5만원이었다. 원천징수 3.3%를 떼고 입금해줬으니 실제로는 4만 얼마였을 것이다. 원고지 약 60장, 에이포 용지로는 9장, 글자수로 1만자가 넘는 분량을 쓰고 받은 돈이었다.
그 돈으로 뭘 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거의 10년이 지났기에 확신할 순 없지만, 아마도 남자친구와 치킨을 시켜먹지 않았을까 싶다. 맨날 얻어먹기만 하던 못난 여자친구가 드디어 한턱 쏘게 된 것이다.
남자친구가 그때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그냥 지금이랑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꼴랑 치킨 하나 사면서 온갖 생색을 내는 나에게 어이구 그래 참 대단하다며 엉덩이를 두드려줬겠지.
원고를 쓰는 데 걸린 시간에 비하면 5만원은 큰 돈이 아니지만, 나에게는 굉장히 값지게 느껴졌다. 내 글이 돈이 된다는 확신을 얻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스팀잇으로 번 2만원도 같은 느낌이다. 앞으로 더 열심히 활동해보리라 다짐하게 됐다.
사실 지금도 이미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다. 하루에 최소 12시간은 블로그에 매달려 있느라 소설을 안 쓴지 꽤 됐다. 정확히는 스팀잇 가입과 동시에 단 한 글자도 적지 않았다. 그야말로 주객전도다. 2018년에 신작을 내겠다고 결심한 나는 대체 어디 갔을까...?
뭐 2018년은 이제 시작이니까 1월은 스팀잇에 올인하고 2월부터는 예전처럼 소설을 쓰면 되겠지.
처음엔 이 2만원으로 치킨을 시켜 먹으려고 했다. 나는 국내 거래소 신규 가입자라 인증이 막혀 있는데, @dakfn님께서 국내 거래소를 사용하지 않고도 원화를 인출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셨다. 그래서 이 방법을 써서 첫 보상 금액을 받은 오늘을 치킨 파티로 기념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마이 피드에서 그동안 올라온 포스팅들을 읽다 보니 마음이 바뀌었다. 나는 코인 문외한, 블록체인 문외한이다. 이번에 스팀잇에 가입한 김에 공부해보려고 전문가분들의 블로그 여러 곳을 팔로잉했다. 글이 올라오면 열심히 읽었지만, 뭔가 막연하고 나와는 먼 이야기 같아 눈팅만 하게 됐다.
나도 코인을 사면 암호화폐 관련 글을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공감하는 댓글도 달 수 있고? 그러고 보면 스팀잇에서 스팀달러라는 암호화폐로 돈을 벌었으니 이걸로 치킨을 사 먹는 것보다 코인을 사는 쪽이 더 기념이 될 것 같았다.
한 번 코인을 사볼까? 딱 4스팀 달러만큼만?
나는 잠시 고민했다. 이 정도 돈이면 잃어도 치킨 시켜먹은 걸로 치면 되니 마음이 안 아플 것 같았다. 어차피 더 사고 싶어도 원화를 입금할 수 없으니까 못 산다. 국내 거래소 신규 인증이 막히지 않았다 해도 넣을 원화가 없어 더 넣지도 못하겠지만.
내가 과연 코인을 살 수 있을까? 한 번도 사본 적 없는데?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는데?
나는 좀 더 고민했지만, 이번 문제는 간단했다. 스팀잇엔 초보를 위한 가이드가 무척 많다. 보고 따라하기만 되게끔 설명을 잘 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게다가 생각하면 할수록 멋진 생각 같았다. 들뜬 마음으로 며칠 전 가입한 해외 거래소, 바이낸스에 들어갔다. @mastertri님의 블록 트레이드를 통해 스팀달러를 바이낸스 거래소로 출금하기 포스팅을 보고 4스팀 달러를 0.01400114 이더리움으로 바꿨다.
짜잔, 나도 이제 코인 투자자가 됐다!(실제로 쓴 돈은 한 푼도 없지만)
이더리움을 가졌다!(겨우 0.01400114지만)
코인을 사겠다는 목적을 달성했으니 여기서 그만둬도 된다. 그러나 나는 바이낸스 화면을 끄지 않았다. 0.01400114라는 숫자가 영 마음에 안 들었다. 온전한 1개 짜리 코인을 갖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내가 죽었다 깨어난다 해도 1비트코인은 못 가질 것이다. 1이더리움 갖기는 그 정도로 힘들진 않겠지만, 어쨌든 당장 못 가지는 건 똑같다. 그럼 다른 코인은 어떨까. 싼 코인이 있지 않을까 싶어 이름이 정확히 뭐인지도 모르는 코인들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EOS를 발견했다.
검색해보니 EOS는 이오스라고 불렀다. 이오스.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올 것 같은 여신처럼 우아한 이름이다. 운석 조각 같이 생긴 아이콘도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가격이 저렴했다. 내가 가진 이더리움으로 1이오스를 사고도 0.35 이오스가 남았다.
그래, 이오스를 사자! 이오스가 나에게 행운의 여신이 되어줄 거야!
나는 지금 사놓은 1이오스가 몇년 뒤 1비트코인만큼 커질 달콤한 미래를 상상하며 마우스를 클릭했다. 앗 그런데 구매가 안 된다. Total must be at least 0.02 라는 알림창이 떴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릴까? 뭐가 문제라는 걸까?
나는 문제가 생기면 늘 그렇듯 검색했고 금방 답을 알았다. 최소 거래량을 못 채워서 거래가 안 되는 거였다. 즉 0.02 이더리움 이상의 거래만 가능하다. 거기다 수수료 낼 걸 생각하면 0.02보다 더 있어야 된다.
그러나 나에겐 이더리움을 더 살 스팀달러가 없다. 그러니까 나는 이오스를 가지지 못한다. 내 행운의 여신을 오늘은 만날 수 없다. 아마 내일도 못 만날 것 같다...
결국 나는 은인의 말씀을 듣고 1년 전에 샀어야 할 이더리움을 지금 산 꼴이 됐다. 완전 뒷북을 쳐버렸다. 그래 뭐 이더리움도 놔두면 언젠가 오를 수 있겠지. 하지만 이미 이오스가 너무 좋아졌다. 첫눈에 반한 것이다.
가질 뻔했던 이오스를 못 가졌다고 생각하니 더 아쉽게 느껴졌다. 마치 집안이 반대하는 사랑을 하는 연인들처럼 더 불타오르는 느낌도 든다. 서로 사랑을 나눈 로미오와 줄리엣과 달리 이오스를 향한 나만의 일방적인 구애이긴 하지만...
아무튼 스팀 말고도 새 암호화폐를 사긴 샀으니까 만족스럽다. 다시 생각해보니까 이더리움도 예쁜 이름이다. 입으로 발음해보면 아주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조금만 더 있으면 이오스만큼 좋아질 것 같다고 행복회로를 돌리면서,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