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던 백발의 노인이
빈 하늘에 가득 연기를 뱉어낼 때마다
가물한 이야기들이 제목을 달고 나온다
썩을 놈 -
망할 놈 -
글자도 없는 희미한 원고 속에
무명한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구겨지고 찢어지고 누렇게 변색하여
잡으면 휘적거리고 바스러질 언어들이
노인의 입술에서 중얼중얼 나올 때마다
동그란 연기가 마침표를 찍는다
카-악 퉤-
단숨에 덮어버리고 일어서는 노인
무명의 작가가 걸어간다
사람들 속으로 주인공이 사라진다
이름 석 자 새겨진 비석으로 꽂혀 있을 것을
유명은 또 무엇인가
《작가노트》
길거리에서 노인을 본다. 어느 누구의 아버지이며 어느 누구의 할아버지,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노인일 뿐이다. 많은 것들을 얻기 위해 걸어왔던 길, 막다른 길에서 그는 홀로 앉아 있는 노인일 뿐, 한때 찬란했던 그의 인생은 자기 머릿속의 소설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