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바다의 아래에는 용들이 살며 자연을 지배하고 있었는데 인간들이 어리석던 시절에는 겁을 줘서 부려먹기도 하고 지혜를 전하기도 하고 숭배받고 때론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종종 지상에 모습을 드러내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런데 인간사회가 진화하며 더는 미지의 존재를 두려워하지도 숭배하지도 않게 되자 용들은 당분간 인간들을 홀로 지내게 두며 자신들은 심해 깊은 곳에 용궁을 세우고 안위를 지키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천년정도의 시간이 흘렀어요.
인간들과의 단절이 오래토록 계속되자 용들은 서서히 호기심과 신비감을 갖게 됐습니다.
"용궁이 부럽지 않을 만큼 발전했다는군!"
"달콤하고 향긋한 사탕의 종류가 수천가지도 넘는다는데?"
결국, 용왕은 왕자를 보내 인간세상을 살피도록 했어요.
왕자는 땅으로 나와 가장 먼저 인간으로 변장해 한 거대한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사회를 접하는대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여겼거든요.
'인간들 중 최고가 모인 곳이라고 하니 가장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거야!'
그런데 거기서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책상위에 커피가 묻어있는 플라스틱 컵 수십개를 쌓아둔채 아침부터 새벽까지 늘 회사를 지키고 있는 어느 젊은 남자였어요.
3일째가 되도 남자가 집으로 가는 걸 보지 못한 왕자는 궁금해져서 조심스레 물었지요.
"여기서 하루종일 뭐하는 건가요? 왜 집에 안가죠? 그리고 이 많은 커피는 왜 마시는 건가요?"
그런대 남자는 갑자기 화를 벌컥냈어요!
"야!! 먹고살려고 이러고 있지 니 눈엔 그럼 내가 뭐하고 있는 걸로 보이냐?!"
그는 눈을 똥그랗게 뜨며 당황한 표정을 짓는 왕자를 향해 삿대질까지 해가며 다그쳤어요!
"잠안자고 버티려고 커피쌓아놓은거 안보여? 쓸대없는 거나 물어보려면 저리 가!"
왕자는 자리로 돌아가 곰곰히 생각했어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건 어느 시대나 똑같구나.'
남자는 그때까지도 저편에서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용왕자는 가슴이 아팠지요.
'저 남자는 갑자기 많은 돈이 생기면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할거야. 오로지 생계를 위해 일을 하니까.'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습니다.
'온 세상 사람들에게 황금이 하늘에서 쏟아진다면 아무도 일을 하려 들지 않겠구나.'
용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어요.
용은 밖으로 나와 생각했습니다.
'인간세상에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그들이 생산해 낸 것을 모아 관리하는 사람이 따로 있구나!'
건물의 불빛들은 자정이 되어도 꺼지지 않고 밝게 빛나고 있었어요.
"아무리 일해도 부자가 될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말이야!"
마침내 용은 용궁으로 돌아가 동료들에게 이렇게 전했습니다.
"인간 세상은 기술은 발전했지만 사는 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용들은 그의 설명이 시작되자 눈빛을 빛내며 물었어요.
"왕자님이 보시기에 어떠했습니까?"
"아무리 일하고 봉사해도 세상의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자들이 있는가하면 민중이 떠받치고 있는 힘있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왕자는 다른 용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자신은 보고왔다는 자부심에 가슴을 쭉 피며 말을 이었습니다.
"또한 거대한 힘은 욕심많고 부지런한 사람들의 손에 쥐어주어 뿔뿔이 흩어지지 않도록 하며 이 자들이 이 돈을 함부로 써서 손아귀에서 흘려보내지 않으니 사회가 아주 견고하게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용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심했습니다.
"인간의 마음이 아무리 어지럽고 혼탁해도 자연의 법칙은 스스로 운행되는 구나! 누구도 의도하지 않아도 질서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야."
이렇게 용들은 다시 천년동안 인간계를 잊으며 편안히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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