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청년은 묘한 분노와 황당함이 일었습니다.
밖으로 나가는게 무서워서가 아니었어요. '아무것도 한 게 없다.'란 말이 그의 감정을 자극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정말 정말 선량하게 살아왔다고 믿었거든요.
그는 언제나 고되지만 임금은 적은 일을 해왔습니다. 그러면서도 일을 게을리 하진 않았죠. 게다가 적은 돈이나마 늘 교회나 사회봉사단체에 꾸준히 기부했답니다.
"순 엉터리야!"
그가 소리쳤어요.
"내가 한게 없다니!!"
그러자 안내원이 다급하게 말했습니다.
"일부 봉사내역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선행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는 잠시 청년의 눈치를 살피고 모니터를 다시 살피며 말을 이었어요.
"교회의 헌금은, 워낙 작은 규모의 교회였기 때문에 사회에 봉사한 바가 없었고...목사들이 신자들의 생활을 바르게 이끈 바도 미약해서...."
이미 청년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눈은 무섭게 홉뜬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잠시 숨을 고르기로 하고 진정하며 겨우 물었습니다.
"만약, 그냥 나가면... 어떻게 되는데."
"고객님. 그냥 나가시면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되고 추위도 못느끼시기 때문에 생활은 오히려 생전에보다 훨씬 자유롭습니다."
"!!"
"다만, 생전의 집착이 강했던 어떤 행동이나 대상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하시고 묶이게 되는 것이 자연계의 법칙이라서..."
"....?"
"만약 고객님이 그 헌금을 그냥 낭비한 교회를 원망하신다면 그 교회를 계속 맴돌게 되시는거죠."
남자는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어요. 그러다 퍼뜩 다른 한가지가 생각났습니다.
"독거노인 기부는...? 어떻게 됐어요?"
"고객님. 독거노인 기부는...노인들의 삶을 크게 나아지게 해드리지 못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는 슬슬 짜증이 나서 거칠게 물었습니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쌀과 반찬을 받았는데, 근본적으로 빈곤에서 이끌어줄 해결책이 없어서 결과적으론 타인의 도움에 기대는 삶으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이 저희 조사결과입니다."
"웃기지마! 당장 먹을게 부족한 분들한텐 필요한 일이었잖아!"
그러자 안내원은 능숙하게 어떤 서류를 한장 꺼내 그에게 건냈습니다.
"이게 뭐야?"
남자가 물었습니다. 안내원이 씨익 웃었어요.
"고객님. 고객님은 '영적파산'을 하신 겁니다. 그런 경우에는 특정 사유에 따라 재활의 기회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는 서류의 어떤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어요. 남자는 목을 쭉 빼며 그의 손가락 끝을 시선으로 따라갔습니다.
"가장 많은 사유는 이쪽입니다. '사회와 주변에 기여하고자하는 선의는 있었으나 알지 못함으로 인해 바르게 행하지 못한 자.'
"...."
"본인이 사유에 해당된다고 생각하신다면 이 서류를 들고 3층으로 가세요."
그는 입을 딱 다문채 눈을 크게 뜨고 서류를 노려보는 남자를 향해 눈을 찡긋했습니다.
"변호사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행운을 빌어요."
4話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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