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에 총기있는 푸른 눈, 발그레한 뺨을 가진 '팀'은 감수성이 퍽 풍부하고 마음이 여린 소년이었습니다.
팀은 양순하고 다정다감한 아이였기 때문에 친구들과 어른들 모두에게 사랑받는 친구였지만 단점이 따~악 한개 있었어요.
바로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덕분에 팀의 부모님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골고루 먹어야 건강하게 클텐데!"
팀은 저녁식사로 소고기 스테이크를 받기라도 하면 귀여운 송아지와 우리 안에서 평생을 커왔을 불쌍한 동물들이 생각나 포크를 대기가 어려웠습니다.
토끼나 비둘기 고기도, 돼지고기도 모두 마찬가지였답니다.
팀이 께작거릴때마다 부모님은 팀을 야단쳤어요.
"팀! 골고루 먹어야 튼튼해진단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팀은 부모님이 외출하시는 바람에 하루 종일 집에 혼자남게 됐어요.
"오븐 속의 토끼고기를 꼭 꺼내먹으렴!"
어머니는 이렇게 당부하며 아침 일찍 아빠와 함께 집을 나섰답니다.
이윽고 저녁이 되자 팀은 배가 고파졌어요.
"아! 도저히 못참겠다!"
팀이 오븐을 열자, 쫄깃한 식감의 큼지막한 고깃덩어리가 고소한 기름 냄새와 로즈마리 향이 뒤섞인 황홀한 내음을 풍겼습니다. 팀은 너무 배가 고팠기 때문에 정신까지 혼미해 질 듯 했어요.
"야! 냄새가 너무 근사하다!"
그는 나이프로 푸욱 찔러 덜어낸 고깃덩어리를 접시에 담았습니다. 격자무늬 칼집을 낸 노릇한 껍질은 과자처럼 파삭거녔고 껍질 밑의 두꺼운 지방과 살은 푹 익어 달보드레했어요.
'아주 조금만 먹어야지...'
그러나 요리가 너무나 훌륭해서 한 접시를 다 먹고 마침내 두 접시까지 먹고 말았습니다!
그 날 밤이었어요.
"팀. 일어나!"
팀이 홀로 잠들었을 때 어디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렸어요.
'누구지? 엄마 목소리는 아닌데...'
의아해하며 눈을 떴을 때, 팀은 깜짝 놀랐습니다.
자고있던 팀의 배 위로, 하얗고 귀여운 토끼 한마리가 올라와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깜짝이야! 토끼가 어떻게 여기있지? 그리고 어떻게 말을 하는 거지?!"
팀은 놀라긴 했지만 무섭진 않았어요. 너무 너무 귀엽고 보드라운 토끼였으니까요.
토끼는 씨익-눈꼬리를 휘면서 웃었습니다.
"너에게 고맙단 말을 하러 왔어."
토끼가 다정하게 말했습니다.
"고맙단 말을 하러 왔다고?"
"널 위해 희생하게 되어서 너무너무 기뻐."
"?!"
"부디 착한 마음을 잃지 말아주렴. 네가 훌륭하게 자라 세상에서 빛날 때 우리도 함께 빛날거란다."
그리고 그 순간, 팀이 입을 열기도 전에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팀은 눈 앞의 텅 빈 공간을 바라보면서 한참을 생각에 빠져있다 겨우 잠이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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