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근래 많은 역할 수행에 마음속에서 슬금슬금 검은 기운이 올라왔다.
새벽별보기 하는 그림자 오빠도 밉고, 하루종이 캥거루처럼 붙어있다가도 오빠 아니지 아빠만 보면 엄청난 애교 발산으로 오빠한테 붙어버리는 꼬맹이도 얄미웠다. 상황이 이리되니 그냥 불만불만이다.
결정적으로 내가 이리 검은 기운에 불만을 뿜어내는 이유는
곰곰히 생각해보니 엄마랑 울 가족이 보고 싶어서다.
결혼 후에도 거의 한달에 한번은 엄마집에 가서 된장을 먹고 엄마아빠랑 나들이도 하고 수다도 떨고 그랬는데,,,, 울 시엄니가 아프시고 오빠가 바쁘고 해서 한달을 훌쩍 넘기고 다음주에 다음주에 하다보니 내 마음의 원천 에너지가 바닥이 났다.
엄마 아빠 보고 싶다.
철없는 나의 언니, 오빠, 동생 보고 싶어.
으앙~~~~ 가고 싶다.
마음이 이러니 뭔 말만 하면 "찍--찌찍--" 째려보고 흥.칫.뿡! 이다.
갑작스레 시비조로 변한 나를 보고
오빠가 처음엔 대꾸해 보려고 하지만 뭔가 검은 기운을 감지하고 태도를 바꾼다. 오빠는 연합전선인 꼬맹이에게 "엄마는 저기압이야, 조심해."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찌리직-_-" 째려본다.
눈치를 알수 없는 꼬맹이는 엄마가 요즘 잔소리를 하네,
엄마 말대로 안하면 협박을 하네 하며 나름의 논리를 펼치는걸 듣고 있다가 자중하던 나의 속이 터져 티격태격 말다툼을 했다.
"엄마가 그렇게 맘에 안들면 마트가서 니 맘에 드는 엄마를 사오던가."
난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출근하려는 데 꼬맹이가 달려나와 "엄마, 왜 말을 그렇게 해요? 그럼 내가 속상하잖아요."로 시작해서 또 뭐라뭐라 말을 한다.
아이고야~ 내가 유치했다 싶다. 잘못했어!
꼬맹이는 어찌나 말을 잘 하는지 나를 다독이며,
앞으로 꼬맹이 말을 잘 들어줄 것과 화해할 것으로
훈훈한 마무리를 하고
화해의 표시로 양쪽 볼을 부비대고 입도장을 찍었다.
"에휴! 찜찜하고 속상하고 미안하다" 속마음으로만 속삭였다.
퇴근 후에 꼬맹이와 나는 오늘 아침 상황과 입장을 복기하며
잠자리 준비를 하는데
평소같지 않게 자기 일기장을 내밀며 읽고 싸인을 하라한다.
읽고 나서 꼬맹이의 목적과는 상관없이 또
어머..이건 작품이야~ 너 정말 대단하다~
바보 엄마로 둔갑한채 꼬맹이의 마수에 걸려 둘이 부등켜 안고 잠을 잔다.
어른이라 아이를 가르치고 이끄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누구든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게 아닌가?
꼬맹이의 일기로 훈훈한 사랑을 확인했지만 우린 또 언제 티격태격 할지 모른다.
다음엔 내가 너그러운 맘으로 화해 신청을 해야지라고 다짐한다.
휴우~
다 적고 보니 울 꼬맹이가 도를 닦은 듯 점잖은 애어른처럼 보일지 몰라도 사실은 아니다. 이 일이 있은 후 하루만에 전혀 다른 이유로 꼬맹이는 나를 또 놀래켰다. 이해심 많은 아홉살이 아니라 그냥 아홉살의 사춘기가 찾아온 것 같다.
원래 그런 것일까?
난 매일 아홉살의 바다 속에서 허우적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