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꼬맹이의 참관 수업을 위해 반차를 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으나..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오늘이 되어 너무 기쁘다.
어제를 생각하며 끄적여 본다.
아이를 등교 시킨 후 근처 커피숍에서 우아하게 책을 읽으며 사색을 하다가 11시에 참관 수업을 가려고 했다.
계획대로 꼬맹이와 나는 게임 얘기도 하고 끝말 잇기도 하고 퐁당퐁당 얘기를 주고 받으며 학교로 향했고 볼 뽀뽀와 아쉬운 손짓으로 인사를 했다. 꼬맹이는 엄마와 같이 하는 등교가 아쉬운지 앞을 보고 가면서도 손을 번쩍 들어 나를 보라고 빠이빠이~ 손을 흔들고 시야에서 벗어나는 순간 고개를 돌려 나를 확인한다. 아 좋다~ 설레네.
이제 11시까지는 내 타임이다. 모닝커피와 함께 독서와 사색을 해야지. 하며 커피숍으로 들어가니 한무더기의 엄마들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1학년때 같은 반 엄마와 인사를 하면서 합석하게 되었다. 독서와 사색은 희망사항이었을 뿐.. 난 꿔다놓은 보리자루가 되었다.
정보와 수다의 폭포다. 난 하류에서 상류에서 오는 폭포를 머리로 맞고 있는 것 같았다. 어색함은 둘째치고 1학년을 거쳐 2학년 모든 반과 학생들 그리고 선생님의 정보들이 뚜두두두..하고 머리에 꽂힌다. 머리가 하얗게 되기 시작한다.
학교에서는 단체 톡방을 사용하지 말라고 여러 번 권고했고 그런줄 알았으나, 모든 반이 단체 톡방이 있었고 누군가가 나를 부랴부랴 끼워 넣었다. 우리반도 오늘 학교 참관 수업 후 오후 일정이 있었으며 그 사실을 알고 난 당황하고 따르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아으~ 난 이런거 싫다. 그래도 중간은 가야지 하며 따르기로..ㅠ ㅠ
아이들의 수업은 부모도 아이도 선생님도 긴장하고 부담스러운 시간임에 틀림없었다. 잘 보여주고 잘 하고 싶고 아쉽고 잘 안되고 안스러운 사람들이 모두 한 공간에서 어색한 시간으로 같이 있다고 생각하니 아이고야~ 버겨운 시간이다. 그래도 한 시간은 훌쩍 갔다.
이제부터 엄마 동료들과의 어색한 쇼타임이다.
1학년때는 느끼지 못했던 강력한 엄마들 포스에 눌려 소극적 육아를 하는 나는 병풍보다 조금 나은 자세로 주로 듣고 있었다. 다들 별것 없다고 하면서 뭐를 이리 많이들 가르치고 있는지 놀라기도 하고 그냥 하는 말이지만 강력한 동조를 바라는 추임새에 심적으로 부담만 쌓이다가 급기야는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
모든 아이들이 다 잘하기 때문에 안 할 수가 없다는 어떤 엄마의 말을 듣고 힘이 빠지고 복합적인 이유로 그냥 피곤하다.
아~~ 집에 가고 싶다.
아~~ 혼자 있고 싶다.
차라리 여기가 회사였으면 정말 좋겠다. 아~~
시간은 간혹 잊혀지거나 사랑에 빠져 늦혀지기는 해도 대체로 멈추지는 않기 때문에 어째뜬 참관 수업과 이후 식사와 수다 시간은 끝이 났다.
다행이다.
집에 오는 길에 처음 계획했던 그 자리 커피숍에 가서 다시 차를 시키고 책을 폈다. 피곤함에 내 머리를 책에다 박고 정신을 잃은 것 같다. 무엇이 나를 이리 피곤하게 했는디..
별 소득도 없고 즐겁지도 않은 이 시간을 나는 왜 굳이 버티고 있었는지 나한테 실망스러웠다.
공작새 같은 엄마들의 차림과 번쩍이는 가방과 구두들..
이런 날에 더더욱 자유로운 나의 머리칼과 숨기지 못하는 긴장감..
어떤 엄마가 이렇게 물었다. "자유로운 일 하시나 봐요?" 이 질문은 무슨 뜻이지? 난 몇 마디 안했는데.. 흠냐뤼 나도 공작새처럼 하고 왔어야 뭍히는 건데..
난 새가 아니어서인지 공작새 같은 옷은 없다. 한결같은 나의 스타일만 있을 뿐..
하루가 이리 피곤할 수도 있구나 싶은 맘으로 그래도 귀한 시간을 잘 보내자 하고 책을 조금 읽은 후 도저히 몸을 가눌 수 없어 집으로 왔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시엄니와 일찍 귀가에 놀란 꼬맹이를 보니 몸이 스르르 녹았다. '너 왜 그러니?'라고 묻는 시엄니에게 '저 아무래도 오늘 엄마들한테 기가 빨렸나봐요 ㅠ.ㅠ' 라고 대답했다.
식사시간에 꼬맹이와 나는 수다 떨며 밥을 늦게 먹어 엄니한테 혼나기가 일쑤인데, 어젠 고개 숙여 밥만 허겁지겁 먹어 엄니를 재치고 1등을 먹었다. 엄니가 다시 '너 왜 그러니?' 물어서 점심때 '엄마들 모임에서 파스타 몇 줄기 먹었는데 잘 먹히지도 않았어요..' 라고 답했다.
엄니 왈 "아줌마들 장난 아냐~ 너 같은 애는 끼지도 못해. 몇시간씩 수다 떠는게 보통 기운인줄 아니?"
나도 울 신선계 자매들과 수다 떨때는 아줌마들 기세는 다 떨칠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닌가? 아닌가? 아닌가보다.
저녁 식사시간은 너무나도 편안하고 푸근했고 기쁘고 행복했다. 난 밥을 두그릇이나 먹었다. 꼬맹이는 숙제도 자기가 알아서 해놨고 나와 약간의 수다를 떨다 엄니한테 둘이 혼나고 "잘자~" 인사를 끝으로 우린 그렇게 숙면을 취했다. 10시 20분에..
한나절 밖에서 예상치 못한 폭포를 맞아 기진맥진한 후 가족의 익숙함과 편안함이 얼마나 엄청난 힘인지 알게되었다. 여기선 긴장하지 않아도 돼~ 후우..
오늘 4월 11일.
출근길이 가볍고 기대가 한가득이다. 일이 한가득이기도 하지만..
마스크 사이로 콧노래를 부르며 회사에 와서 앉으며 왠지 뿌듯하다. 내 자리를 찾았다.
"학급 모임은 일년에 2번이라고 했어. 이제 1번만 더 나가면 돼~"
오늘은 좋은 날이다.
익숙함에 편안함에 감사한다. 아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