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저찌하다 보니 전시가 훌쩍 지나갔네요.
전시 때의 감동과 감정이 이미 진정되어 '오 멋졌어! 정말 훌륭했어!' 한 줄 평이 되었지만 그때를 되뇌이며 '[오근표展 6.02~6.13] 병속의 세상 병속의 상상' 의 전시 후기를 써봅니다.
이번 전시는 천안 예술의 전당 이였는데, 천안에서도 약간 변두리에 있기도 했고 가는 길도 고즈넉해서 기분이 아주 좋았답니다. 다음엔 커피 한잔 들고 산책하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울 가족은 전시를 핑계 삼아 가족 나들이를 하는 것처럼 왁자지껄하면서도 기대 가득한 웅성임과 수다로 전시장에 도착했어요. 전시 둘째 날, 사람들이 오기 전 아침 일찍 방문해서 전시장을 독차지하며 작품 관람도 하고 우리만의 풍으로 작품에 대해서 말하고 사진 찍고 호둘갑을 떨었어요.
오근표 작가,
아니 낙서쟁이 오라방의 작품을 눈으로 마음으로 감정으로 몸으로 입으로 (손으로) 보고 느끼며 할 수 있는 각자의 방법으로 표현을 하고 다른 사람을 따라도 하고 우리의 표현을 통일하기도 하고 특별한 시간이었어요.
전시장에 작품은 작가의 작품만은 아닌 듯 싶더라구요.
공간과 조명,
작품이 얼비취는 바닥과 또각이는 발소리,
사진 찍는 추임새와 움직이는 동선들,
감탄과 작품에 대한 추임새,
사람들의 표정과 숨들..
내가 느끼는 걸 같이 느끼고 싶은데, 사진으로 전해 질까 모르겠네요^^
우린 연못에 떠 있는 소금쟁이처럼 가만히도 있다가
총총거리며 앞으로 뒤로 떠다니기도 하고
떼를 지어 미끄러지듯이 걷기도 했다.
그러다 '가족 모두 사진 찎자. 작품 사이로 서세요.' 라는 말이 끝나자 마자 모두 자리를 잡아 선다.
찰칵!
시간이 흐르자 전시장에 사람들이 온다.
마치 저금통에 동전이 들어가는 것 처럼 하나 쨍그랑 소리가 나고 나면 다시 하나가 들어온다.
작품과 사람들이 얽혀 섞여있는 이 장면이 정말 좋다.
낙서쟁이 오라방이 뭐라 말을 하는지 가족 모두 집중한다.
물론 쳐다본다고 다 듣는건 아니자만 말이다.
우리집 말썽쟁이 가족들.
오늘은 오라방이 아니라 작가인가보다.
동생의 존재만으로도 전시와 작품이 산다.
움직이는 조형물인 것 같다.
동생이 있는 작품 사진을 오라방에 보여주니 "얘가 작가같네".
엉덩이가 멋진 울 꼬맹이도 초집중이다.
'병속의 세상 병속의 상상' 전시를 보며 동생이 이런 얘기를 한다.
우리 모두 병이 있잖아.
아! 정말 우린 다 병이 있다. 작든 크든 가볍든 심하든..
꼬맹이의 도움으로 나도 작품과 사진을 찍는다.
너무 간만이라 포즈는 어정쩡하지만 속으로는 설렌다.
'꼬맹이가 나를 빼고 찎으면 어쩌지?' 하며 걱정도 했는데..지금 보니 이 사진은 누가 찍은 거지?
전시의 주인공. 오근표 작가다.
포즈도 위풍당당. 나 오빠네 미술관 낙서쟁이야. 흐읍~
울 오라방 응원 구호를 외친다.
'나만 작가다!' ㅎㅎ
실제로 전시장에 가보니 오빠에게 받은 팜플렛이나 이미지에서 받은 작품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전혀 다른 작품이었다.
100호? 작품이 정말 크구나.
전시장이 품은 작품들 안에 병들과 또 그 세상들.
가까이서 작품을 요리조리 보니 정말 '햇님과 바람' 동화에서 행인이 따뜻한 햇살에 옷을 벗는 것처럼 그냥 감탄이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아 ! 아 !"
넉넉한 시간을 촘촘하게 보내고 나서
우린 반응이 가장 좋은 작품이 뭘까? 하고 서로 얘기를 나누다가 작가에게 물었다. 첫날의 반응으로는 바로 아래 작품이다.
RUSH HOUR
아이들도 어른들도 이 작품을 좋아한단다. 물론 꼬맹이도다.
작품 속에 디테일 또한 오라방의 재치가 넘친다.
rush hour 막히는 차 안에서 짜증과 답답함을 웃을 수 있도록 스마일을 쏘옥!
오라방은 이번 전시 작품을 마무리하고 나서 싸인도 하기 싫었단다. 너무 힘들어서 그 조차도 버겨웠던 모양이다.
작품은 오라방의 살 떨리는 심신의 노고는 안으로 숨기고
화사함과 즐거움과 행복함을 선물해 주었다.
우리 가족도 전시장의 사람들도 어쩜 그리 즐겁게 얘기하고 물어보고
긴거리 짧은거리 오가며 구경하는지
전시장 전체가 작품으로 소곤대는 것이 참 푸근했다.
우린 오라방 전시를 보고 층을 달리하여 다른 작품도 보고 한참을 시간과 정서의 호사를 누린채 귀가를 했다. 오는 길도 전시의 연장이고 즐거움이고 나드리여서 차안에서도 속닥속닥 토닥토닥 입과 귀가 여전히 바빴다.
평소에는 오라방이였는데, 전시장에 와보니 새삼 작가다.
식사 중에 오라방 팜플렛이 동이 났다고 전화가 오자
우리 모두 입을 모아 “오~~~”
가족 모두 오빠의 전시를 축하하며 거만한 구호를 외쳤다.
하나 둘 셋, ' 나만 작가다 ! '
전시장에 커다란 작품의 디테일을 엄청 찍어댔는데 오늘 전시 후기를 다 쓰기에는 기운이 딸려 안되겠다. 작품의 디테일은 다음으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