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나무예요.
오늘은 루덴스님의 [루덴스의 그림책 -'화'를 슬기롭게 다루는 법] 포스팅에 댓글을 달았다가 화가 난 상황이나 감정에 대한 표현을 예를 들어 알려달라고 하여 댓댓글을 포스팅합니다.
화가 난 상황을 얘기하면 엄청 쪼잔한 엄마가 되는게 맞지만,,그래도 요청주시니 나갑니다.
7살 유치원 쓰기 숙제가 있었는데,
꼬맹이가 하기 싫은지 건성건성 요령을 피우더라구요.
대략 2주간 상황을 지켜보면서 간혹 한번씩 숙제 했니? 라고만 물었습니다.
물론 “다 했어.”라는 답이 돌아왔죠.
제 생각에는 숙제가 하기 싫은 날도 있고 뭐 쓰는게 7살짜리한테 얼마나 힘들면 그러겠어 하고 나아지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2주를 보면서 느낀건, 아이는 점점 더 숙제를 건성할 뿐 아니라 대충하는 요령을 터득해 갔습니다.
처음에는 글씨를 휘갈겼고
그 다음은 한줄씩 빼먹었고 점점 더 페이지를 빼먹기 시작했습니다.
2주 막바지에는 페이지당 한줄 정도만 쓰더라구요.
2주를 꼬박 넘기고 꼬맹이에게 다시 물었죠?
이런 상황이 벌어진거죠.
제가 아이한테 언성을 높이거나 하지 않는 편인데 정말 너무 화가 나더라구요.
그래서 내 나름대로 일장 연설을 하기 시작했죠. 알아듣는지 어떤지에 대한 생각은 이미 제 머리에서 외출나갔던 것 같아요.
(지금은 시간이 흘러서 기억도 안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얼마나 고문과 같은 시간이었을지..)
(그림책과 대조하면서 이건 다 한건 아니라고 왜 다했다고 한거냐고 묻자)
(<-- 이상하다? 뭐가 이상하지? 전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이젠 했던말 또 하고 또 하고..제가 생각해도 지겹네요)
(결국, 난 꼬맹이에게 숙제를 다시 하라고 하고
꼬맹이는 그러겠다고 했고
난 그 사이 옆에서 책을 읽겟다고 책을 펼쳤으나 내 심신은 이미 멘붕이죠…@@
꼬맹이가 따라 쓰기를 기다리면서 인내하고 있는데 십분쯤 지났을까)
….(둘다 침묵)
(<- 이 얘길 듣고 빵터져서 웃다가 꼬맹이한테 비웃는거냐고 한 소리 들었죠 ㅠ.ㅠ)
(나는 숙제가 어려운 꼬맹이가 안스럽고,
솔직히 한글도 제대로 못쓰는 어린이가 영어 쓰기 숙제를 한다는게 나름 불만인 상태여서
숙제를 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속이 상했지만 하겠다고 하니 정말 어쩔 수 없이 숙제 할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한줄을 쓰는데 30분이 걸렸다.
엄청난 미사여구로 독려했다. 너한테 굉장히 힘들텐데 괜찮겠냐. 너 정말 대단하다…
엉터리 숙제 하다가 들킨것이 자존심 상한건지, 나한테 혼난게 속상한건지
한글자 한글자 쓰다말다를 반복하다가 2시간이 다 되었을 즈음 숙제를 마쳤다.
이 정도 되면 나도 그냥 넘어가면 좋으련만,
2시간 기다리다 보니 나의 인내도 고약한 심보로 정점을 찍는다.
(참고로 전 @#$%@ 못써요^^)
(그래도 마무리는 찐하게 짠하게~)
벌써 1년이 훌쩍 넘은 얘기네요.
전 제가 화가나면 일단 조금 관망하다가 얘기를 하는 편인데,
이런 저를 여러번 본 꼬맹이는 제가 관망하거나 참을때 표정을 보고는
엄마 기분이 좋치 않아요? 화 났어요? 이렇게 묻더라구요.
그럼 엄마 좀 기분이 좋치 않아. 화가 나서 지금은 조금 혼자 있어야 겠다.
엄마가 진정하면 그때 얘기하자. 그런 편인데 ..
이러고 나면 꼬맹이가 나를 다독이듯이 이렇게 말을 하죠.
"난 괜찮으니까 엄마가 괜찮아지면 그때 또 같이 놀아요."
이 말을 듣고 나면 왠지 너그러운 아이가 부족한 엄마를 봐주는 듯한 느낌이 찐하게 든다. 그게 맞는 말일것도 같다. 누가 누굴 가르치고 다그치겟나 싶다. 그냥 지지고 볶고 사이좋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거다.
(그때 즈음의 사진을 찾아서 떡하니 붙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