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근래 현금이 없는 사회에 대한 기사나 책의 글귀를 종종 보게 된다.
처음엔 뭐..지금도 카드를 주로 쓰고, 지페 동전 없이 휴대폰 하나 달랑 들고 외출해도 거뜬하니까..
그다지 깊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굳이 무현금 사회라는 어색한 말을 쓰지 않아도 뭐..많은 부분 진행되고 있는거 아닌가 싶었지만,
불현듯 현금이 없어지면... 서운하고 먹먹한 감정들에 차분해졌다.
"내 새뱃돈은 어찌되는거지?"
"조카들 용돈과 부모님 여행간다고 챙겨주는 주머니 돈은 어찌되는거지? "
"자주 깜박해서 돈이 없을때 당황하지 말라고 지갑 뒷편에 챙겨놓는 비상금은 어찌되는거지?"
"청소하다가 서랍장 바닥이나 자켓 주머니 한켠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꼬깃한 지페와 동전들은 어찌되는거지?"
계속해서 어쩌나? 나에게 커다란 기쁨과 놀람을 주던 실물 돈에 대한 아쉬움에 어쩔 줄 모르겠다.
내 새뱃돈....부모님의 덕담 봉투~
어릴절 부터 받던 새해맞이 새뱃돈...아이때는 그 안에 돈이 좋았지만
다 크고 난 다음에는 그 봉투가 나에게 주는 감동과 뿌듯함,,
그리고 난 여전히 사랑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20대 언제쯤부터 봉투를 모아왔다.
몇 년 전에는 아빠가 귀찮으셨는지 새해 봉투에 이름만 적어 건내 주셨다.
나는 너무 서운해서 아빠에게 덕담을 적어달라고~
난 아빠의 덕담 적힌 봉투가 너무 좋아서 오랫동안 모아왔다고 아빠에게 말했더니...
아빠가 뭘 그런걸 모아 하시며 봉투에 덕담을 적어주셨다.
심지어 호들갑을 떠는 나 때문에 오타를 내기까지 하셨다.
나 그 오타 봉투마저도 간직하겠다며 들고 왔다.
아빠 봉투에 대한 시샘과 집착이 점점 생기는게 아닐까 싶다.
가끔씩 그 봉투를 볼 때면 감동과 감사와 사랑으로 맘이 푸근해진다.
내일 모레즈음 현금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냉정한 무현금 사회가 된다면,
월급이나 거창한 매매나 이런 것은 둘째치고,,,
지극히 사적이고 감성적인 나의 돈과 돈에 역힌 짜투리 기억들의 존재가 어떻게 흘러갈지 심히 염려된다.
새배 후에 띵동하고 월급날에 문자처럼 "2027-01-01 10:13 위대하신 아버님으로부터 200000HDM 입금되었습니다."
이런 메세지가 오는걸까?
아니면, 띵동 메세지와는 상관없이 아직도 다 큰 딸의 어리광으로 우겨서 봉투만이라도 달라고 떼를 쓰게 될라나?
....
조카들 용동도 띵동 메세지로 다 처리되고,,
손님이 돌아갈때 아쉬운 맘에 작은 돈을 옹기종기 손에 쥐어주며 넣어둬~ 하던 것도 모두 과거가 되겟지?.
내 지갑의 비상금, 깜박하는 나를 위해 준비해둔 쌈짓돈.. 그 존재가 짠하다.
현금,,, 당분간은 더 특별히 애정하며 사용해야 겠다.
아주 멋지게 정성스레 쓰련다.
난 돈이 좋다. 찰랑거림과 펄럭거리는 그 느낌이 돈을 더 특별한 존재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기분이다. 기념으로 내 지갑의 현금들을 찍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