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06. 만년필이 액땜을 해주는구나. 고맙다
몇일 전 메모를 하고자 펜 뚜껑을 여는데 질척하게 잉크가 손가락에 뭍었다.
잉크가 촉에서 새어 뚜껑에 베어있었나 보다.
첨엔 촉하고 펜만 닦았는데 뚜껑에 잉크가 꽉 차있는 듯 싶어서 물로 여러번 씻었다.
왜지? 내가 가방을 너무 흔들고 다녔나?
나에겐 작은 징크스가 하나 있다.
아끼는 펜을 아주 가끔 잃어버린다.
내가 펜을 아주 아끼는 사람이라 펜을 소홀히 하지 않는데 희안하게 없어지곤 한다.
가방이며 옷이며 찾지만 .. 다시 보이지 않는다.
너무 서운하고 아쉬운데,, 뭔가 아까운 느낌이 아니다.
펜이 날 위해 뭘 하는 느낌이 드는 거다.
나에게 와야 할 좋치 않은 일을 펜이 막아주는 느낌이다. 아주 강하게..
그래서 고맙고 미안하다.
난 올 봄까지 한 종류의 펜을 십여년 동안 써왔다.
그런데 어이없게 또 사라졌다.
이번엔 너무너무 아쉬워서 찾고 또 찾고 해도 나오지 않았다.
새 펜을 사고 싶지 않아 전에 친구가 사준 펜으로 두어달 썼는데,,
그 전엔 그렇게 손에 안잡히던 펜이 나름 쓸만했다.
그러다 다시 예전 펜을 다시 사서 정비하고는 메모하는데 전의 느낌이 아니다.
너무 빡빡하고 얇아서 예민하게 느껴졌다.
두달동안 볼펜을 써서 그런가? 여튼 사용하기 어려워서 가방에 넣고 같이만 다녔다.
그러다가 문득 만년필이 쓰고 싶어져서 만년필을 사고,,,
몇개 더 사고 싶어서 두자루를 더 샀다.
참고로, 전에는 펜을 딱 하나만 가지고 다니며 썼지만 이상하게 만년필은 더 사고 싶었다.
그렇게 세자루 나란히 필통에 넣어서 다녔는데,
얼마전에 잉크가 세고 그 담에 또 세고...
만년필을 잃어버리진 않았지만, 왠지 날 위해 몬가 한 것 같은 느낌이다.
고맙고 미안하다.
그래서 잉크가 센 만년필을 책장 위에 메모지와 함께 놓았다.
이 펜은 휴식이 필요할 것 같아서다.
과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펜에 잉크가 센걸 보고 난 왠지 펜이 피를 흘리는 것 같았다.
이 친구는 안정이 필요할게다.
당분간 책장 메모지 옆에서 쉬엄쉬엄 활동하고 쉬시게~
그리고 뭐가 그리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미안하고 고맙네.
편하게 자주 보게나~